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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카이퍼 전통과 삶의 체계로서의 기독교 신앙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지음, 이종인 옮김 / IVP / 2023년 1월
평점 :
지난 2014년 여름에 단기 선교 목적으로 인도를 잠시 방문했다. 당시 선교 일정을 다 마무리하고 아그라에 위치한 타지마할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타지마할을 보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하얀 대리석으로 지은 건물은 지극히 웅장하면서도 섬세하였다. 타지마할을 직접 보고 숙소로 돌아와서도 눈을 감으면 타지마할이 어른거렸다. 타지마할의 잔상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학자 크레이그 바르톨로뮤가 집필한 ‘아브라함 카이퍼 전통과 삶의 체계로서의 기독교 신앙’(IVP)을 읽으며 문득 타지마할이 떠올랐다. 저자가 카이퍼 전통이라는 웅장한 주제를 지극히 섬세한 필치로 집필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아브라함 카이퍼는 신학자, 목사, 언론인, 국회의원, 총리,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설립자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도저히 한 사람이 이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는 교회와 사회에서 수많은 역할을 감당했다. ‘10개의 머리와 100개의 손을 가진 사람’이라는 별명의 카이퍼는 바쁜 활동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책을 집필했다. 그렇지만 카이퍼의 책은 대부분 네덜란드어로 되어 있어서 그의 책이 네덜란드를 벗어나 전 세계로 확산되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 10년 전부터 미국의 개혁신학자를 중심으로 카이퍼의 저작을 네덜란드어에서 영어로 번역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후 영미권을 중심으로 카이퍼신학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큼 카이퍼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크레이그 바르톨로뮤가 집필한 ‘아브라함 카이퍼 전통과 삶의 체계로서의 기독교 신앙’도 그러한 흐름 속에 출판된 책이라 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크레이그 바르톨로뮤는 영국, 캐나다를 넘나들며 신학을 공부하고 가르쳤으며 주로 성서해석학과 철학에 관한 책을 집필했다. 그가 이번에 집필한 ‘아브라함 카이퍼 전통과 삶의 체계로서의 기독교 신앙’은 서론과 후기를 제외하고 총 12장으로 구성되었다. 그는 1장에서 ‘아브라함 카이퍼의 회심’을 다루며 카이퍼에게 회심과 거듭남이 얼마나 중요한 사건인지 강조한다.
“회심이 아니었다면 카이퍼는 자신이 성취한 것을 절대로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회심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전적으로 중심이 되는 것이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살아 있는 관계라는 점과 이것이 한 사람의 마음에서 성령의 사역을 통해서 일어난다는 점을 그가 볼 수 있게 했다. 카이퍼는 이것과 그 이상을 표현하기 위해 신약성경 그리스어 ‘팔링게네시스’(palingenesis)를 선택했다.” (60쪽)
카이퍼가 성취한 수많은 열매는 그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철저히 거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실이었다. 예수님은 이미 요한복음에서 말씀하셨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너희가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이다. 크레이그 바르톨로뮤는 그의 책에서 카이퍼를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성 없이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열매 없는 일인지 일관되게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며 카이퍼신학에 관심 있는 신학도는 카이퍼의 분명한 중심과 그 중심에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동시에 알아가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