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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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한 번은 읽어보자고 벼르고 있던 성석제의 소설을 드디어 읽었다.
여러 권의 소설들 중에 <위풍당당>이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이 책을 선택했다.

★★스포 있습니다★★

(간단 줄거리) 불우하고 고통스러운 과거에서 벗어나고 도망쳐서 ‘태강 면 지천 벽‘이라는 사람 없는 곳에 모여사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위기가 닥친다. 마을 유일한 젊은 여성 새미에게 깡패 한 놈이 찝쩍거리다가 봉변을 당하게 되면서, 한 조직 전체가 복수를 위해 이 마을로 들이닥친다. 과연 마을 사람들은 깡패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기대하지 않았던 한 편의 마당극을 관람한 기분이다.
성석제의 표현력과 문장부터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이야기 전개까지 한 편의 시트콤 같기도 하다. 그의 글솜씨를 따라가다 보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구수하고 웃긴 문장에 입꼬리가 저절로 위로 휘어지기도 한다. 글이 재밌다.

하지만 한계 또한 명확하다. 중반부까지는 괜찮다. 아니 후반부까지도 어느 정도는 괜찮다.
이야기 마지막 10퍼센트 부근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야기가 점점 더 경박해지고 가벼워진다. 깡패들의 두목 정묵이 여산과 맞다이를 뜰 때부터 이야기가 한없이 가벼워진다.
명색이 깡패 두목인 정묵이 어중이떠중이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이 50이 코앞인 김여산에게 상대가 되지 않고, 준호의 울부짖음에 기적적으로 제정신을 차린 여산이 정묵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그 와중에 느닷없이 각종 내연기관들이 이 마을 부근으로 오고... 정신없다.
이러한 마무리를 작가가 의도했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만, 나에게는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였다. 이제 막 메인 클라이맥스를 지나 리틀 클라이맥스에서 이렇게 고꾸라져버리는 전개에 당혹스러웠다. 어설프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결말을 제외한다면 괜찮은 소설 읽기였다.
아프고 힘든 현실에 밀려 지천 벽으로 하나둘씩 모여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대화와 일상을 지켜보는 것과 동시에, 깡패들의 이런저런 모습과 대화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두 집단이 다르게 정의하는 ‘식구‘에 대해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한 줄 평 : 한편의 마당극을 본 기분! 근데 뒤로 갈수록 억지스럽고 경박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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