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군대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던 책.
그때의 아쉬움을 확인하는 겸 다시 읽어보았다.

★★스포 있습니다★★

현재와 2년 전 시점에서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현재) 대학 신입생 ‘시나‘는 자취를 시작하는데, 옆집 남자 ‘가와사키‘가 서점 습격을 제안한다. 얼떨결에 그의 제안에 응하는데...
(2년 전) 펫숍에서 일하는 ‘고토미‘는 현재 부탄 사람 ‘킨레이 도르지‘와 연애하고 있다. 우연히 애완동물 살해범들과 연관되어서 불안한데, 이전에 한 달 사귀었던 전 남친 가와사키가 고토미 주변을 자꾸만 알짱거린다.
현재와 2년 전 이야기가 가와사키를 통해 밥 딜런, 대사전 등의 소재를 통해 연결된다.

가와사키는 여자에게 인기 많은 미인이라서, 수많은 여자와 교제하기를 적극 실천한다. 능청맞고 언변도 좋다.
딱히 탐탁지는 않은 캐릭터이지만, 미워하기도 애매하다. 외모라는 무기로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니고, 그저 자신의 타고난 특기를 살린 거니까... 그리고 작중 묘사로는 여자를 많이 만나는 것 외에는 꽤나 매력 있고 책임감도 있는 인물이라서, 독자 입장에서는 은근히 애매하게 느껴지는 캐릭터이다.

실로 독특한 캐릭터는 ‘킨레이 도르지‘이다.
‘부탄‘이라는 나라에서 온 23살 착한 유학생으로, 애인 고토미와 일본어 선생님(?) 가와사키에게 영향을 받는다.
도르지를 통해 부탄의 문화를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다.
˝부탄은 진짜 거칠게 운전해. 우리는 환생을 믿어서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33쪽)
부탄이라는 나라는 남녀 관계에 대해서는 몹시도 관대하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일부다처는 물론 일처다부도 있다나. 형제가 한 여성의 공동 남편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연애나 성행위는 일상적이고 그래서인지 질투심도 희박해서 윤리관이 우리들과는 미묘하게 어긋나 있으리라. 그래서 도르지와 나와 가와사키가 교제했던 이야기도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유쾌하게 듣는다. (71쪽)
˝그건 그래. 땅이나 집은 여자 것이야. 결혼하면 남자가 집에 들어와.˝ (425쪽)

여기저기서 뿌린 떡밥을 깔끔하게 회수한다.
약 2년 전에 이미 읽었기 때문에, 가장 큰 반전은 알고 있는 상태였지만,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에 감탄하기도 했다.
다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아직까지도 조금 모호하다.
책 제목인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 로커‘에서, ‘집오리는 외국에서 들여 온 거고, 들오리는 원래 일본 토종산‘(225쪽)과 하느님을 가두기 위한 코인 로커를 조합해 보자면, 도르지(집오리)와 가와사키, 고토미(들오리)의 연결과 교감과 추억이라고 해도 될까나.
외국인들이(특히 유색인종이) 은근히 차별받고 외면당하는 일본의 사회에서, 일본인과 유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도르지가 필사적으로 말하기 연습을 배우는 모습과 인종 국적과 관계없이 사랑과 우정을 쌓는 주인공들을 통해서 말이다.
˝내가 히말라야의 변경 국가 사람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친구가 안 됐을 거잖아? 그래서 나는 일본인인 척했어. 일본어를 공부하고 일본인인 척하면 여러 가지로 편할 거라고 생각했었어.˝ (352쪽)

책을 읽은 소감은... 2년 전과 비슷하다. 다를 줄 알았는데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히 아련하고 슬프다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지만, 다 읽고 나서 여운이 남지 않는다.
내용적으로 딱히 부족한 것도 아닌데, ‘하나의 이야기를 읽었다‘라는 느낌뿐이다.

책을 읽으며 확실히 감탄사를 내질렀던 부분이 두 군데 있다.
첫 번째는 갱시리즈와의 세계관 공유!
어차피 할 거면 카페가 훨씬 멋있을 것 같은데. 아마 쇼코 이모가 카페를 경영하기 때문이리라. 이모는 교노라는 좀 특이한 남편과 함께 카페를 열고 있었다. (300쪽)
직접 등장한 것도 아니고, 언급만 됐을 뿐인데 왜 그리도 반갑던지.. ㅋㅋㅋㅋ

두 번째는 아래에 사진으로 첨부하겠다.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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