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세포 핵분열 중 푸른도서관 78
김은재 지음 / 푸른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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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교사가 쓴 고등학생 1학년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 6편이 담겨있다.
단편 6개 모두 ‘광마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단편을 하나씩 읽다 보면 광마고 유니버스가 펼쳐지는 것을 재미나게 지켜볼 수 있다. 작가가 교사인 만큼, 배경과 묘사가 꽤나 현실적이다.

대개 유쾌한 문체라서 큭큭 웃으면서 이야기를 즐겼다.
2개의 단편에는 다소 진중한 소재가 담겨있지만, 그래도 작가의 글 솜씨로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어쩌면 유치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치 고등학생이 말하는 것만 같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럴듯하다.

단편의 완급조절을 칭찬하고 싶다.
단편에 딱 맞는 적당한 이야기 전개와 깔끔한 마무리는 단편을 한 편 한 편씩 읽을 때마다 개운한 여운과 약간의 오픈 결말을 선사한다.

고등학생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천재일우의 기회로(?) 고등학생 때 연애를 해본 경험이 있는 나에게, 이 책은 고등학교의 향수를 회상하게 해준다. 자연스럽게 소설의 이야기가 내가 다닌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문득 아직도 내가 고등학생인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ㅎㅎ
과거의 많은 기억과 감정을 잊어버렸지만, 그리고 사랑의 감정마저 잃어버리고 있는 요즘이지만, 이 단편소설집을 통해 잊고 있던 고등학생이었던 나의 어설프고 풋풋한 과거를 돌아볼 수 있었다.
괜히 그리워진다.

아래는 단편의 간단한 줄거리와 감상이다.

<갈증>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해용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방송반 수아를 사귀게 되지만 심한 집착 탓에 이별 통보를 받는다. 이에 해용은 폭력적인 언행을 보여주는데...
- 수아에게 의자를 집어던지고, 거울을 주먹으로 깨뜨리는 걸 보고 정상이 아님을 알아챘다. 작가가 ‘데이트 폭력‘에 관해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연애 세포 핵분열 중>
자기보다 못나다고 생각했던 절친 태동의 연애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근복은 벚꽃이 지기 전에 짝녀 새봄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한다. 지식인에 글을 올려보기도 하고 미장원에서 머리도 손보지만, 쉽지가 않다.
- 유쾌한 문체 덕분에 참 재미나게 읽은 단편. 근복의 망한 헤어스타일에 한 마디씩 하는 장면이 특히 재밌었다.
˝어? 근복이 머리 잘랐네? 야. 너 엄마가 잘라 줬냐? 짜식, 어머니 잘 계시지?˝
˝멋있다. 입대를 축하한다.˝
˝그대로 경부 타고 논산 훈련소.˝
˝야, 너 누구 닮았어. 엄청 유명한 사람.˝
˝누군데?˝
˝북한 김정은.˝
˝너 근데 머리가 뚜껑 같아. 쓱 잡아당기면 벗겨질 거 같아. 까만색 유치원 모자 같은데?˝

<우리들의 그녀>
시준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초영과 사귀고 있다. 하지만 초영이 남자아이들과 지나치게 친하게 지내는 모습에 시준은 질투심을 느낀다. 시준과 초영의 사이가 소원할 때, 시준은 상균이 초영을 짝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 시준의 질투심에 과거의 내가 오버랩되었다. (나도 참 심했지..) 초아가 남학생들에 둘러싸여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준이 재미있었다. 과거 생각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아래는 급설렜던 장면.
그때, 팔랑팔랑 하얀 물체가 빠르게 다가와 내 턱 아래 멈춰 섰다.
˝괜찮아?˝
걱정 어린 목소리, 말을 건네기 주저하는 듯한 몸짓. 초영이였다.
˝시준아, 내가 미안해. 우리 다시 예전처럼 지내면 안 돼?˝
초영이가 내 팔목을 잡았다. 눈을 가늘게 뜨자 초영의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내 남자, 꽃남자>
뚱뚱한 노을은 짝남 지오의 부탁으로 메이크업 자격시험의 모델이 되어준다. 노을에게는 가슴 설레는 기회. 주변의 놀림에도 당당한 노을은 지오와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데...
- 반전이 있는 이야기. 읽다 보면 충분히 파악 가능하다. 지오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노을에게 고백하는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광마사거리 도시락 폭탄 사건>
전교 1등 찬미는 건희와 사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찬미의 엄마가 비정상적으로 찬미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사실. 찬미의 엄마는 건희에게 찬미와 헤어지라고 협박하지만, 건희는 찬미의 전 남친들과는 다르게 꿋꿋하다. 현장체험학습의 날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 킹 선생님의 <캐리>의 엄마가 떠오른다. 폭력적인 언행의 찬미의 엄마가 경악스러웠다. 결국 찬미는 자해를 하고... 그럼에도 변하는 것이 없는 찬미의 엄마.. 그래도 찬미에게는 친구가 있다! 나의 현실에 괜스레 감사하게 된다.

<오늘 난, 마포대교>
허단은 친구 솔과 함께 실연을 맛본다. 단은 짝녀 가인에게 공개적으로 대시를 하고 가인 역시 거절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가인은 킹카 준기와 사귄다. 한편 솔은 허단의 동생 허장과 사귀는데, 기념일 날 허장이 다른 여자와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단과 솔은 마포대교에서 첫사랑의 유서를 날리기로 한다.
- 여섯 단편의 마무리로 적합하다.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허단의 노력과는 달리 결과는... 유쾌한 성장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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