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 (반양장) 문학과지성사 이청준 전집 11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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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나환자 5000명이 살고 있는 소록도에 조백헌 대령이 새 원장으로 부임한다. 부임 전날부터 탈출 사건이 발생하는데, 조 대령의 대처가 이전의 원장들과는 사뭇 다르다. 조 원장은 죽은 듯이 살아가는 나환자들을 위해 온갖 부조리와 규칙을 변경하지만 반응이 없다. 하지만 축구 경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나환자들에게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를 시작으로 조 원장은 오마도를 간척하여 나환자들의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려고 하지만, 과거의 4대 원장이었던 ‘주정수‘와 간호수장 ‘사토‘에 대한 악몽으로 진척이 버겁다. 나환자들의 참여를 이끌고 각종 문제와 장애물을 힘겹게 이겨나가던 중, 각종 이해관계에 부딪힌 조 원장은 소록도를 떠나게 된다.
이후 5년 뒤 조백헌은 아무런 직책 없이 다시 소록도를 찾아와서 눌러앉는다. 소록도와 나환자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조백헌 원장과의 이상욱 보건과장과 황희백 장로의 갈등을 눈여겨볼만하다.
조 원장이 꿈꾸는 나환자들을 위한 낙토에 대해 시종일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 과장과 그에 대해 경고하고 조언하는 황 장로의 대화를 통해, 나 역시 조 원장의 리더십에 따른 섬의 변화를 응원하는 마음에 의구심을 띄우며 책을 읽었다. (특히 소록도의 나환자로 이루어진 축구팀이 육지인들과 축구 시합을 할 때가 인상적이었다.)
조 원장이 과거의 악몽을 범하지 않기 위해 신중을 기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건강인인 탓에 나환자들의 운명과 선택권을 결코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는 모습에 나 역시도 곰곰이 생각을 해보아야만 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진심으로 나환자를 위한 천국이 건설될 수 있을까?
- 건강 지대와 병사 지대를 가로막는 울타리를 없앤다고, 섬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을 줄인다고 천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지배자와 외부인의 시선에서 천국일 뿐이다. 실제 울타리를 없앤다고 마음속의 울타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드높아질 수도 있다.
형식, 제도, 현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우선이라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조 원장의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자신의 동상을 세우지도 않았고, 최대한 합리적이고 바르게 일을 이끌어갔다.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이상욱의 말마따나 처음부터 공박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건강인과 한센인 간의 간극과 괴리가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니...

책 속의 이러한 상황이 현재 현실 속에서 찾아보자면 무엇이 있을까?
나름대로 조건을 나열해보자면 이렇다.
① 대상 되는 집단이 약자이자 소수일 것.
② 잘못된 오해로 나쁜 인식을 받고 있을 것.
③ 고립되어 있고 타집단으로부터 이해받기 힘들 것.

한센병과 소록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과거 강제됐던 단종수술과 그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박한 대우에 씁쓸함을, 소설의 원형이 되는 조창원 원장의 간척 사업이 결국 옳지 못하게 흘러갔음에 부조리함을 느낀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는 얼마나 더 부조리하고 합리성이 결여된 사회였는가?

이청준의 소설을 관념 소설이라고 일컫는 이유를 이 소설을 통해서 느꼈다. 반복되는 ‘동상‘과 ‘배반‘이라는 단어와 소설의 말미에 이상욱의 편지를 빌어 우수수 쏟아내는 글에서 특히 그랬다. (다만 이러한 글의 특성이 개인적으로는 아쉽게 느껴진다.)

평소 생각해 보지 못한 소재를 이야기로 흥미롭게 잘 풀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갈등을 현실적으로 잘 풀어간다. 결말 역시 현실적이지만 희망적이라서 마음에 든다.
조 원장과 이 과장의 차이와 갈등에 대한 해설이 작품의 이해도를 높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목 네이밍이 센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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