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벌써 6번째다. 이 소설을 2016년에 처음 만나고 나서, 이번 독서로 6번이나 읽었다.
마치 내 마음의 고향 같다.
종종 책 자체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내게 약간의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니시지마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내 언행 자체에도 충분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배경 자체는 특별하달 것이 없다. 일본 센다이의 한 국립대학의 법학부 대학생들의 대학생활이다. 이야기는 ‘기타무라‘라는 대학생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각각의 개성 있는 착한 캐릭터들과 그들이 대학이라는 테두리에서 맞닥뜨리는 사건들과 그에 대한 그들의 반응과 행동이 이 소설을 특별하게 해준다.

그중에서도 유독 특별한 캐릭터 ‘니시지마‘는 내가 엄청 애정 하는 캐릭터이다.
작가 역시 니시지마를 유독 신경 써서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큰 이야기의 흐름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니시지마가 툭툭 내뱉는 사소한 말이나 엉뚱한 행동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의 언행에 대한 묘사가 ‘니시지마‘라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어, 실제로도 니시지마가 있을 것만 같은, 적어도 내 뇌리 한편에는 니시지마가 실제 존재하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니시지마는 내 인생의 길라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이번 재독에서는 화자 기타무라의 변화를 좀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멀리서 관찰자 혹은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던 기타무라가 어느새 친구들 가까이 다가와 함께 감정을 나누는 모습이 더 잘 보였다.
역시나 처음 읽을 때의 심장 두근두근은 없지만, 그래도 마치 내가 직접 겪은 듯한 추억담을 읽는 기분도 들었다. (기타무라와 나의 성향이 어느 정도 비슷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느새 나도 대학생활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대학생일 때 만난 이 책을 대학생의 신분으로 읽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이후에 이 소설을 다시 읽을 때는 어떤 기분을 느끼며 이 책을 읽게 될까? 아련함? 그리움? 따스함?
되돌아보면 대학생인 나 역시 <사막>을 수차례 읽으며 이미 다양한 감정을 느꼈었다. 부러움, 동경, 원망, 감동, 웃음...

어쩌면 나는 두 개의 대학생활을 하고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 ‘이렇게 이 책을 좋아하면서 왜 만점을 주지 않느냐!‘라고 하면, 아무래도 초반부의 임팩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는 점에서...라고 답하겠다. 그래도 충분히 좋은 책이고, 맑은 마음으로 추천해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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