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 탈출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와 명작. 박수를 쳐줘야한다.👏👏👏
오랜만에 기가 막힌 소설을 만났다.

★★★★스포주의★★★★

큰 액자식 구조로 이루어진 이야기이다.
미래의 지구에서 3명의 남성들이 ‘베텔게우스‘라는 항성이 있는 은하계로 떠난다. 그곳에서 지구와 유사한 행성 ‘소로르Soror‘를 발견하고 작은 우주선으로 착륙을 하는데... 그곳은 유인원이 지배하는 행성이다. 이 행성의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를 것이 없는, 이성 없는 생물일 뿐이다.
3명의 남자들 중 ‘윌리스 메루‘는 고릴라에게 포획되어 감옥에 갇혀서 지내다가 운이 좋게 지성을 발현할 기회를 얻게 되고, 몇몇 침팬지들의 도움으로 문명인간인 자신의 존재를 유인원 사회에 알려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러던 중 그 행성의 유인원 문명의 시초가 인간이었음을 알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입지가 위태로워진 윌리스는 도움을 받아 행성인人 노바와 아들 시리우스와 함께 소로르를 탈출하게 된다.
그리고 문명화되어가는 둘과 함께 지구로 돌아오게 되는데...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노바와 시리우스.
야생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자 노바, 그리고 감옥에서의 짝짓기를 통해 낳은 아들 시리우스.
이성이 전혀 없던 노바가 윌리스를 만나고 난 이후(특히 출생을 한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이성을 되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함께 온 지구인인 ‘앙텔 교수‘가 끝내 인간성(이성)을 잃고 본능적으로만 행동하는 모습은 절망적이었다. <터스크>라는 끔찍한 영화가 떠올랐다. 생존하기 위해서 인간성을 놓아버리는 모습... 과연 극한의 상황에서 상실된 인간성은 돌아올 수 없을까?

침팬지 지라와 코르넬리우스.
종은 다르지만, 서로에게 애정을 가지고 진심으로 대했던 윌리스와 지라. 서로를 인간으로(유인원으로) 대우하며 존중하는 모습에 기분이 묘했다. 이성/감정적으로 통한다면, 종 따위는 극복할 수 있을까...!
지라에 더해 윌리스를 인정해주는 유인원 사회의 모습에, ‘과연 지금의 인간들은 만약에 일부 원숭이가 인간성을 지니고 있다면, 이들을 사회적 존재로 인정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보았다. (개인적인 답은 회의적이지만...)

유인원 사회는 종(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에 따라 3가지로 분류되는데, 이를 보고 인종에 따라 차별을 했던(하는) 현 인류가 연상된다. 세부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오로지 피부색만으로 인간을 계급화하는 현실이 더 악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과 유인원의 뒤바뀐 위치를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끔찍하다.
소설 속 인간이 당하는 희생과 현실 속 동물들이 당하는 희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구제역 때문에 생매장 당하는 가축들, 실험용으로 희생되는 동물들, 그저 유희용으로써 고통받는 동물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없음에 무력함을 느낀다.
게다가 내가 먹는 육류들의 삶이 굉장히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가공된 것까지 떠올린다면, 모순적인 인간의 삶에 생각이 많아진다...

혹성탈출 3부작을 생각하며 책을 집어들었는데 예상과 달라서 긴가민가했으나... 더 좋다.
기발한 아이디어, 이야기의 구성, 읽기 쉽게 풀어가는 능력, 반전에 반전까지! 어마무시한 환경에서의 윌리스의 심리 변화도 훌륭했다.

책을 덮고 난 직후의 만족스러운 느낌은 오랜만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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