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몸 1 - 몸의 기억과 마주하는 여성들 말하는 몸 1
박선영.유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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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호기심의 양이 다르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좋은 기분으로 있을 때는 관찰력이 잘 발동하는 것 같아요. 그것도 다 몸으로 하는 일이라 정보를 습득하다보면 피곤해지잖아요. 저는 많은 정보와 아예 차단되는 시간이 꼭 확보돼야 누군가를 만날 힘이 생기는 것같아요. 누굴 만나려면 발휘해야 하는 친절이랑 예의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오롯이 혼자인 시간이 꼭 확보돼야 한다고 느껴요. 그래서 그런 시간이 확보되지 않은 채로 누군가를 만났을 때 굉장히 불친절하고 나쁜 사람이 됩니다. 친구들은 저의 이런 예민함과 까칠함을 잘 알고 있어요. 그들에게도 약간의 미안함을 갖고 우정을 맺고 있습니다.
저는 일간 연재를 하면서 매일매일 저에 대한 흑역사를 추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어서 무리하다가 여러 가지 실수를 하고, 대체로 많은 일에 조급하다고 느껴요. 그러면서 과장된 표정을 짓는다든지, 웃기지 않은데 웃는다든지, 지나치게 예의바르거나 겸손한 척한다든지, 이런 태도의 실패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 어떤 태도가 가장 편안한지 탐구하는 편이어서 어떤 자리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는 늘 후회를 많이 하곤 합니다. - P54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해, 이런 말들 많이 하죠. 어떻게 보면 공허하잖아요. 저는 항상 저를 하체비만이라고 생각했어요.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나는 하비야"라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저는 허벅지가 굵은 편이기 때문에 허벅지로 버티는 자세를 다른 사람보다 좀더 빨리 배웠어요. 실제로 온몸이 하는 일이 있고 기능이 있으니까 마음에서 우러나서 믿어지는 거예요.
그렇게 허벅지도 하는 일이 있는데 누가 제게 "네 허벅지 못생겼어"라고 하면 ‘넌 이게 어떤 일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라는 생각이 들 것 같거든요. 편해지더라고요. 식사량 조절도 하지 않게 됐어요. 폴댄스가 절식하면서 할 수 있는 운동도 아니에요. 지금은 잘 먹어요. 몸무게가 68킬로그램 나가거든요. 많이 나가는 게 아닌데도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68킬로그램의 몸으로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편해졌어요. 그 숫자는 내 것이니까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말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 P70

폴댄스는 좋은 게 뭐냐면요, 선생님들이 그런 여자들을 너무 많이 만나봤거든요. 브래지어랑 팬티 차림으로 부끄러워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레슨을 해보신 분들이잖아요. 실패했을 때도 걸음마하는 아기를 다루듯 "되게 잘했어요"라고 말하고요, 못했어도 "잘했어요"라고 말해주세요. 운동을 처음 하는 여성으로서 느끼는 수치심을 잘 알아준다는 걸 느꼈어요. 성인이 되어서 운동할 때 좋은 점은 실패하더라도 칭찬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에요. 정말 못했더라도 거기까지 온 나를 칭찬해주면 돼요.
친구들 만나보면 ‘폴댄스가 재미는 있는데 늘지 않아서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어느 정도 하지 못하면 ‘난 이걸 할 자격이 없구나‘라고 스스로를 탈락시키는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그런데 남자들은 무릎이 깨지면서도 축구를 배우고 못해도 동네 친구들끼리 서로 배우잖아요. 여성들은 실수하는 걸 사회에서 관용해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러나 운동을 안 하고 내 몸의 기능을 깨치지 않아도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았다면 이런 여정 없이도 진작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운동이라는 게 사실 평등하지 않잖아요. 신체적인 한계나 여건 때문에 운동할 수 없는 분들을 좌절시키고 싶지 않거든요. 누구든지 타인을 경유하지 않은 눈으로 내 몸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 방법은 각자에게 맞는 방식이 었으면 좋겠어요. 저에게는 그게 폴댄스였고 다른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해준 좋은 말일 수도 있고요, 어떤 분은 강인해서 처음부터 그런 걸 신경쓰지 않고 살 수도 있죠. 어떤 경위로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 나 자신을 학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여러분, 폴댄스는 제가 너무 사랑하지만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아요. 애초에 폴댄스로 깨치지 않고 방바닥에 누워서 귤을 까먹으면서 내 몸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해요. 다들 그러셨으면 좋겠고요. 우리 모두에게 좀더 관대하고, 특히 미래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무조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니 저도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줄게요.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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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몸 1 - 몸의 기억과 마주하는 여성들 말하는 몸 1
박선영.유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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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울증도 잘살고 싶기 때문에 걸리지 않았을까요? 그냥저냥 흘러가는 대로 살려면 살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원하는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고, 뭔가를 계속 갈구하는 거죠. 애정에 굶주려 있고, 감정에 굶주려 있고요. 이런 제 모습을 몸에 새기고 싶어요. 타투를 보며 이 마음을 되새기고 충만한 저를 만들어가기 위해서요. - P21

채식하는 사람들은 "너 그러면 채소도 먹지 말지. 채소는 안 아픈가"라는 말을 듣는다고 해요. 그것도 중요한 질문이에요. 식물은 뭘 느낄까. 알면 너무 좋겠어요.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무엇을 바꾸지 않기 위한 근거로 어떤 말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어떤 말을 할때 그것이 변화를 막는 도구로 이용되면 안 된다는 거예요. - P27

그때 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우리 노동환경이 분명 사람 몸을 수단시한단 말이에요. 우리는 그냥 수단이에요. 아침에 정성껏 로션 바르고 영양크림 바르고 머리 곱게 말리고 온 내 몸은 그냥 수단이에요. 그게 엄연한 현실이지만 우리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영원히 젊을 것처럼 화장품도 바르고 근육도 유지하려 하죠. 어떻게 해야 일하는 몸이 마치 사랑받은 사람의 몸처럼 존중받을 수가 있을까요?
인생에서 정말 좋았던 기억은 다 몸에 관한 기억이에요. 누군가 잡아줬던 손, 부드러운 목소리, 내가 기댔던 어깨, 내가 안아줬던 혹은 안겼던 품, 횡단보도에서 얼른 가라고 손을 막 흔드는 팔동작이요. 좋았던 기억은 몸과 관련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몸이 아무렇지도 않게 훼손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 그런 걸 병원에서 많이 생각했어요.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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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7호 : 여성, 살림, 정치
재단법인 여해와함께 편집부 지음 / 여해와함께(잡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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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상대가 없어도 혼자 의식할 수 있는 데 비해 감정은 상대와의 조우에서 일어나거나 교류를 통해서만 가능한 반응이죠. 예컨대 차가움이란 감각은 나도, 얼음도 독자적으로 가진 것이 아니어서 혼자 있으면 차가운지 모르고 나와 얼음이 만났을때 비로소 차가움을 느끼는 거죠. 감정이란 게 개체 사이의 알 수 없는 중간지대를 이어주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체성 위주로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정체성을 벗어던지고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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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7호 : 여성, 살림, 정치
재단법인 여해와함께 편집부 지음 / 여해와함께(잡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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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한순간도 식민주의 없이 존재한 적이 없고 인간이 발명한 식민지 권력은 인종차별, 성차별, 자연착취라는 세 기둥으로 작동한다. 기후위기도 자연을 착취하는 채굴주의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마르케스도 그렇지만 공동체와 자연을 지켜내고자 하는 아프리카나 남미 여성들이 말하는 젠더관계는 서구의 논의와는 다르다. 루고네스는 서구의 발전 담론을 비판하면서 ‘젠더의 식민성coloniality of gender‘을 제기하고 "차이와 함께, 차이 안에서 두려움 없이 살아가는 것"과 같은 복수성과 탈식민decolonial 페미니즘을 주장하는데, 이는 기후위기 시대에 새롭게 사유해야 하는 젠더관계의 민주화에 유의미한 참조점이 될 수 있다. - P43

여성이 자연과 서로 연관성을 지니며 공동체 내 자급적인 삶의 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젠더와 자연이 모두 커먼즈의 세계에 속해있었기 때문이다. 젠더가 개별적인 성역할로 축소되고 자연이 사유재로 전락하면서 커먼즈의 세계는 자본주의 질서 속으로 포섭된다.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자연도 원래 세계 속에 붙박고 있던 ‘장소성‘이 박탈되면서부터 소유에서 사유로 그 성격이 바뀌게 되었다. 가령 소유로서의 토지는 선조에서 후손으로 전승되는 것으로 한 가계의 공통생계를 위한 공유재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토지가 사유재로 전락하게 되면 마치 물건처럼 자유로이 사고팔 수 있는 상품화의 길을 걷게 된다. 다시 말해 소유란 장소의 가짐이고, 사유란 장소의 박탈인 것이다. 소유는 공동체 내에서 어떤 장소를 가짐으로써 그 거처를 바탕으로 공공활동을 만들어내지만, 사유는 세계 속에서의 장소를 박탈함으로써 오직 사적인 축적 대상으로만 존재하게 만든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자의 경우는 보살핌이나 돌봄으로 장소를 대하는 반면 후자의 경우는 오직 이윤으로만 장소를 다루게 된다. 이렇듯 젠더와 자연 모두 고유한 장소성과 그 장소에 속함belonging을 박탈당하게 됨으로써 커먼즈로서의 특성을 잃어버리고 개별성을 띤 사적인 어떤 것으로 떨어져나가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 P49

그렇다면 이미 대부분의 공유지는 사라지고 저마다 자기만의 방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오늘날 커먼즈 세계를 되살려낼 방밥은 무엇일까? 공동체 없는 공유지는 없다는 미즈의 주장에서 힌트를 얻자면 대안은 더많은 비자본주의 공동체를 조직하는 데 있다. 여기에는 공동육아, 공공임대, 공공도서관, 공원, 공유텃밭을 비롯하여 고립된 타자들이 화폐 경제망에서 탈주하여 환대와 돌봄의 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다양한 상상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구체적인 장소에 토대를 둔 구체적인 접촉자로서의 타자들과의 만남이 필요하다. 촘촘한 자립의 그물망은 우리가 이웃한 타자들과 얼마나 깊은 우정과 연대를 나누느냐에 달려 있지만, 문제는 우정과 연대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낯선 단어가 된 지 오래되었다는 점이다. - P50

나는 뉴욕에 살면서 온갖 세계적인 운동가들을 만나왔는데 결국 나의 뿌리인 로컬에서 시작하는 게 가장 힘이 센 것 같아요. 학자로서의 새로운 자기 인식과 자부심이 필요합니다. 옛날에는 항상 유럽과 비교해서 뭔가 모자란 느낌, 학문적 열등감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굉장한 일들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아야해요. 기존 시스템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내가 아는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조언하기를 땅을 구해서 스스로 먹을 농사를 지으라고 하네요. 오래전부터 그렇게 생각해왔던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전망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P70

조안나 메이시가 쓴 『생명으로 돌아가기』(이은주 옮김, 모과나무, 2020)를 같이 읽고 있어요. 메이시가 이런 질문을 해요. 요새 네 기분이 어때? 뭘 느껴? 절망 속에서도 감사하는게 뭐야? 절망과 감사를 동시에 느끼면서 네가 잘 할 수 있는 게 뭐야? 그는 불교도답게 희망을 주지 않아요. 너의 세대에 인류가 멸종할 수 있다고 있는 그대로 보라고 말해요. 메이시의 제자인 마가렛 휘틀리는 일생 학교나 기업에서 어떻게 하면 민주적이고 공감을 형성하면서도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지 강의했대요. 그런데 잘 안된대요. 그 이유는 현재 지도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놓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는 제도권에 들어가 세상을 바꾸는 일을 놔버렸어요. 그리고 말해요. "당신이 있는 곳에서 ‘온전함의 섬Islands of Sanity‘을 만드세요. 미래에 어떻게 살겠다가 아니라 오늘 당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사세요. 그 섬들이 둥둥둥 죽어가는 이 지구에 떠다니면서 서로 연결돼 면이 되고 입체가 되도록 하세요." 어떻게 연대하냐고요? 나 자체가 온전함의 섬이 되는 거예요. 물에 빠진 사람들이 허우적거릴 때 내 섬에 건져내서 같이 가는 거예요. 나는 요새 그들을 매일 생각해요. 어떻게 느끼지? 뭐가 무섭지? 감사하는 것은 뭘까? 다 기록하고 써야겠다, 그 생각을 하고 있어요. - P74

걔네의 지향을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순 없지만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토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하자!‘이다. 운동이나 활동의 무게와 부담이 때때로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깨우친 뒤라 걔네의 이러한 모토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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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4호 : 돌봄의 정의 - 2022.봄호
재단법인 여해와함께 편집부 지음 / 여해와함께(잡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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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의 인간‘과 ‘가이아의 복수‘는 동전의 양면이다. 동아시아 고전 개념으로 말하면 ‘천인상여(天人相與)‘로 표현된다. 천인상여란 ‘하늘과 인간이 서로 함께한다.‘라는 뜻이다. 한나라 때의 유학자 동중서와 조선말기의 동학사상가 최시형이 각각 다른 맥락에서 쓴 말이다. 특히 최시형은 하늘과 인간의 상호협력이라는 의미로 천인상여를 사용하였다. 그래서 동학의 천인상여는 지금 식으로 말하면 지구와 인간의 상호행위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간의 행위가 지구에 영향을 끼치고, 지구의 행위가 인간에 영향을 끼친다."라는 것이 천인상여다.
인류세 시대에 인간은 지구와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고, 지구 역시 인간과 분리되어 이해될 수 없다. 인간과 지구의 힘이 대등해지고, 그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가 아프면 인간도 아프고, 인간이 병들면 지구도 병든다. 지구와 인간은 한 몸이고 서로 돌보는 사이다. - P47

이름부터 흥미로운 ‘에코 페르소나 워크숍‘은 자연과 생태와 연결된 나의 진짜 모습, 숨겨져 있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으로 청냔허브에서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브랜딩 회사에 오래 다녔던 친구와 함께 송포어스를 열기 전에 무중력지대 G밸리에서 유사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회차를 늘려야 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아서 다시 시도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행사에 참여하신 분들도 이렇게 스스로를 깊이 관찰해보는 환경 프로그램은 처음이라는 소감을 나누어주셨다. - P96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짧은 인연이 끝난 후에도 그 소중한 감정이 휘발하지 않고 온전히 마음 속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글이나 사진, 이야기가 담긴 소품, 추억의 장소, 혹은 집이라는 물리적 실체가 필요하다. 불안정한 기억과 순간적 감정은 사물에 정착할 때 객관적 거리를 얻어 영속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가 가진 집단기억은 충혼탑 같은 거대한 기념비나 공식적 의례를 필요로 하지만 개인의 내밀한 기억은 작고 친밀해서 주머니 속에 넣을 수 있는 사사로운 것들에 잠들어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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