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상한 몸 - 장애여성의 노동, 관계, 고통, 쾌락에 대하여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36
장애여성공감 지음 / 오월의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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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활동보조를 받는 이용자 중에 관계의 중심을 잃고 모든 권한을 활동지원사에게 넘기는 이들도 종종 본다.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의 일상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됨에 따라 장애인 이용자는 활동지원사에게 점점 종속되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그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활동지원사 교육보다 이용자 교육을 조금 더 촘촘히 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활동보조 제도를 비롯해서 IL 운동의 중요한 기반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지만 한 번도 주체적인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장애인에게 선택권과 결정권이 있다고 한들 그것을 제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는 장애인에게는 그저 선언에 불과할 뿐이다. - P143

처음부터 다시 ‘주체란 무엇인가‘부터 이야기하기로 했다. ‘춤추는허리‘가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들부터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들이 쉽지 않았다. 팀장으로서 나는 배우들 간에 역동이 있었을 때도, 실무자와 역동이 있었을 때도 잘 대응하지 못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그 당시에는 배우들의 삶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겉으로는 배우들의 경험을 안다고, 이해한다고 했지만 내 삶의 무게가 먼저였다. 아니 내가 먼저였다. 나 역시 리더라는 역할의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무엇을 고민하고 제안해야 하는지 훈련이 필요했다.
점점 ‘춤추는허리‘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 정리가 필요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도망가고 싶기도 했다. 여러 가지 힘듦은 고스란히 몸에 나타났고 내 인생 처음으로 하혈이란 것도 해보았다. 그 과정을 거치며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구나‘라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들을 보내고 나자 점점 배우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배우들의 인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P159

변화의 역동은 그런 일상에서부터 ‘일곱빛깔무지개‘와 ‘춤추는허리’ 활동으로 번졌다. 조화영의 새로운 일이었다. 새로운 일을 통해 조화영은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일곱빛깔무지개‘가 게이 인권운동 단체 ‘친구사이‘의 합창단 ‘지보이스‘와 합동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성소수자‘라는 말을 접했고, ‘춤추는허리‘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언어장애를 가진 단원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이는 서로의 다름을 환대함으로써 연대하는 경험이었다. 결코 쉽지는 않았다. - P179

사회의 한계를 개인적으로만 극복해야 했던 자신의 삶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들렸다. 다른 삶은 다른 사회에서만 가능하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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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상한 몸 - 장애여성의 노동, 관계, 고통, 쾌락에 대하여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36
장애여성공감 지음 / 오월의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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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없고, 아프지 않은 상태‘가 ‘정상‘이라고 여기는 사회에서는 ’장애가 있고 아픈 몸‘은 ‘비정상적인 몸‘이 된다.
그러나 사람이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무런 장애나 아픔을 경험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어떻게 ‘장애가 없고, 아프지 않은 상태‘가 ‘정상‘이 될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인간의 몸에 대해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때문이지 않을까. 이런 환상은 의학과 자본이 만나 실제 가능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매일 엄청난 양의 넘쳐나는 의학 정보와 건강을 매개로 하는 수많은 상품들은 건강한 몸, 즉 정상적인 몸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몸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회에서 장애가 있고 아픈 몸은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한 개인의 문제가 된다. - P41

지금 규범으로서 자리 잡고 있은 인권과 평등의 담론 속에서도 장애인은 주어진 역할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미 규밤이 된 인권과 평등은 충분하지 않다는 감각도 동시에 생긴디.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라고 말하는 것. 무척 쉬운 말 같지만 나의 모든 욕망과 욕구를 사회에서 인정받고 실현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게다가 나의 욕구와 욕망은 변화무쌍하다"는 영희의 일갈은 사회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 사이의 구분, 공적인 가치와 사적인 가치를 나누는 기준을 다시 보게 만들고 장애인 해방의 지향과 목표를 확장하고 수정하도록 만든다. 우리가 자유롭고 평등해진다는 해방은 정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P60

섹슈얼리티는 시민권의 척도

장애여성공감이 ㅣ출발하면서 지금까지 내내 놓지 않는 화두가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이다. 여전히 해결할 수 없는, 진행되고 있는 질문들이 있다.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으로 다른 몸과 경험을 가진 장애여성들이 ‘성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넘어서 자신의 성적 욕망과 쾌락을 어떻게 추구해나갈 수 있을까. 섹스가 매개된 관계가 폭력 피해만을 남기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언제나 성공을 보장할 수 없지만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고, 섹스의 실패가 꼭 관계의 실패는 아닌, 그리고 관계의 실패가 꼭 삶의 실패는 아닌 그런 안전함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 P77

전형화는 소수자의 삶을 차별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치료, 극복, 불행, 불편 등의 부정적 서사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혐오와 차별로 구성된다. 많은 장애인들은 자신이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물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것은 비장애인과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산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생의 과정에서 겪는 감정, 관계의 역동, 실패와 성공, 변화들을 겪어내면서 사는 것은 누구나 비슷하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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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상한 몸 - 장애여성의 노동, 관계, 고통, 쾌락에 대하여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36
장애여성공감 지음 / 오월의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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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담긴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고분고분하지 않을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존재하는 모든 몸들이 존엄하다는 사실은 정상성과 기능, 쓸모에 따라 매겨지는 가치에 위배되고, 절대 남에게 폐 끼치면서 살아서는 안 된다는 사회의 공공연한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존엄하기위한 노동은 모두에게 필요하며, 끊임없이 의사소통하며 서로를 직면하고 몸을 접촉하면서 익혀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상성의 사회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퍼뜨리면서, 선택적으로 어떤 의존들은 의존이 아닌 것처럼 은폐해왔다. 그 속에서 장애여성들은 독립은 의존 없이 불가능하다고, 의존하는 삶이 시설 수용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외친다. 또 어떻게 사회가 장애인들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지도 당당하게 드러낸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이 축적해온 지식 없이는 인식이 확장되고 해방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 P6

우리는 이상한(queer) 몸을 가지고 있다. ‘모든 몸은 아름답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말은 때때로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서 채택하는 선언이지만 각자가 가진 차이들을 쉽게 지우거나 고유한 삶의 방식들을 질문하지 않게 만든다는 점에서 너무 뭉뚝하고 얄팍하다. 장애여성들은 정상성의 기준을 해체하고 사회의 규범에 도전하는 퀴어한 사람들이며 각기 다른 몸을 가지고 고유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퀴어함은 성소수자를 ‘이상하다‘며 비하하는 말이었지만, 사회와 불화하는 그 이상함이 사회가 추구하는 정상성의 폭력을 알아차리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하는 정신이 되었다. 우리는 여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사회와 국가는 온전하지 못한 기능이나 스스로 구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차별하고 배제하지만, 바로 거기에서 불구의 정치가 피어난다. 불구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불구의 정치를 통해서 단지 사회질서에 통합되기 위한 장애 극복을 거부한다고 선언한다. 이상한 몸은 불구의 정치를 위한 우리의 힘이다. 이런 우리의 퀴어함이 자랑스럽고, 퀴어한 존재들과 동료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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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갇힌 사람들 - 불안과 강박을 치유하는 몸의 심리학
수지 오바크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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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에 대한 갈망과 추구를 반드시 필요한 활동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몸이 그저 연기로만 경험되는 것이 아니라, 흥분하고 만져지고 움직여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든 운동에서 쾌락을 느끼는 것처럼, 섹슈얼한 감각들은 자신의 신체적 반응이 진짜라는 느낌을 안겨준다. 믿을 수 있고 안정된 신체감각을 만들어주는 것까지는 무리지만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조금 까다로운 역설이 담겨 있다. 누구나 잘 알고 인정하듯이, 섹스는 몸들의 강렬한 만남이다. 또한 섹스는 사람들이 굉장히 취약해지는 공간이자 자기를 개방하는 장소이며, 자신과 자신의 몸이 아무 문제 없고 남에게 수용될 수 있고 아름답고 살아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는 장소다. 사람들은 왜 섹슈얼리티에서 그런 것을 추구할까? 오늘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으로, 또한 감정적으로 자신이 가짜라는 느낌에 시달리는데, 에로틱한 감각은 특유의 육체적 힘을 통해 그 느낌을 지워주기 때문이다. - P224

2차대전 끝자락에 히로시마와 나가사끼를 초토화했던 원자폭탄들에는 ‘빅맨‘(Big Man)과 ‘팻 보이‘(Fat Boy)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폭탄들에 제법 노골적으로 팔루스(남근)의 지위를 부여한 셈이다. 총알을 난사하던 살상방식은 인류가 설계한 가장 폭발적이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대체되었지만, 이 경우에도 원자들의 폭발력은 오르가슴에 오른 남성의 정액 분출과 동일시된다. 왜? 여성이라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왜? 어째서 파괴와 살상은 남성의 성기와 그토록 밀접하게 연관될까? 그 결합은 그렇다 쳐도, 원폭 투하를 담당한 B-29 폭격기에 조종사 티베츠 대령의 어머니 이름을 따서 에놀라 게이(Enola Gay)라는 별칭을 붙인 것은 대체 무슨 의도였을까? - P236

루비의 생각은 거짓된 몸, 또는 적응한 몸을 갖고 있던 콜레트를 떠올리게 한다. 루비도 콜레트처럼 쉼없이 일시적인 경계들을 만들어냈다. 그녀의 내부에 확실한 몸의 보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동차 같은 갑갑한 공간에 갇혀야만 성적으로 ‘풀어졌던‘ 것은 긴급상황에서(혹은 일탈적이거나 외설적인 환경에서) 경계를 만들어내는 어른다운 방식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육체적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섹슈얼리티를 풍요롭고 쾌락적이고 에로틱한 것으로 느끼는 통합적 감각능력이 결여된데다 몸의 경계마저 놓쳤기 때문에, 그녀는 육아라는 전통적인 정신적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반항적 환경을 잃어버렸다. 안전을 느끼지 못하는 그녀의 몸에는 반항적 환경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녀는 선을 넘어 일탈해야만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 P246

이런 딜레마들을 이야기하고 몸을 깃들여 살 만한 믿음직한 장소로 복구하는 것은, 몸들에 대한 현재의 신념과 열망들에 도전하는 일이다. 몸을 거의 무한정 변형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수시로 우리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산업과 관행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몸에 대해 창조성을 발휘하지 않는다. 몸을 재미있게 즐기지도 못한다. 즐기기는커녕, 특정 형태의 몸을 만들어내면 스스로를 더 괜찮은 존재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몸을 마구 주무른다. - P269

우리는 몸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몸을 당연한 것이자 즐거운 것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 몸에 새로운 육체성을 부여함으로써, 몸을 우리가 달성해야 할 열망이 아니라 우리가 깃들여 사는 장소로 바꿔야 한다. 몸에 대한 상업적 착취와 신체적 다양성의 격감을 시급히 막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와 아이들이 자신의 몸, 취향, 신체적 특징, 섹슈얼리티를 즐기도록 해야 한다. 몸은 노동의 장소, 상업적 생산의 장소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다양한 몸들과 몸을 꾸미고 움직이는 다양한 방식들은 우리에게 당연히 즐거움과 고마움을 안겨주는 경험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충분히 안정된 몸이 필요하다. 그런 몸은 행복과 모험의 순간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몸의 존재를 확신하는 그런 순간, 이윽고 우리는 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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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갇힌 사람들 - 불안과 강박을 치유하는 몸의 심리학
수지 오바크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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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이고 거추장스러운 신체적 욕구들로부터 해방됨으로써 평화롭게 몸에 깃들여 살고 싶다는 역설적인 욕망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우리는 몸을 위협적인 존재로 경험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늘 실패할 수밖에 없다. 몸은 반드시 잘못되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문제라는 생각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 그런 비판적 태도를 공유할 만한 공간이 없다. 도리어 자신의 개인적 노력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마땅히 달성해야 할 몸, 혹은 스스로 바라는 몸을 창조하는 데 실패한다. 우리에게는 일시적인 평화만이 주어질 뿐이다. ‘그것‘을 손에 넣을 기회, ‘그것‘을 의학적·감정적·육체적으로 계속 개조해나갈 기회가 머지않아 다시 닥칠 테니까 말이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몸이란 이제 없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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