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지지자를 위한 동료 시민 안내서
지니 게인스버그 지음, 허원 옮김 / 현암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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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인종주의자이고, 성차별주의자이고, 동성애혐오자이며, 연령주의자이고, 계급차별주의자이고, 장애차별주의자이며, 외모차별주의자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인종주의적이고, 성차별주의적이고, 동성애혐오적이며, 연령주의적이고, 계급차별주의적이고, 장애차별주의적이며, 외모차별주의적인 말들을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가락질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주변화된 커뮤니티의 앨라이로서 우리는 타인에게 낙인을 찍고 수치심을 주는 대신,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의 말과행동이 미치는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는 우리 모두가 인종과 교차성에 관한 대화를 피하지 않고, 용감하게 대화를 시작해 평가로부터 자유롭고, 선의를 전제한 채 진솔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나가기를 바란다. 다음 장에서는 그것을 실천하는방법을 제시해보려 한다. - P136

1. 심호흡을 했다. 나는 갈등을 싫어하는데, 심호흡은 언제나나를 진정시켜준다.
2. 그에게 고맙다고 했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한 후,
좌중에 비슷하게 느끼고 있거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3. 내가 거기에 간 이유가 사람들의 신념을 바꾸도록 강제하는것이 아니라고 그를 안심시켰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배경과 다른 신념을 가지고 학교에 모여 일하고 있으며, 우리는 모두 서로 존중하며 일해야 한다.
4. 다음과 같은 내 어젠다를 분명히 밝혔다. 내 목표는 우리학교를 모두가 안전하고 환대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말인즉, 학교에서는 엄마가 둘인 아이, 그리고 동성애자가 되는 건 죄라고 가르치는 부모의 아이 모두가 안전하고 환대받는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구내식당 직원과 다른 교직원, 교사, 행정직원 들은 이런 아이들 모두가 안전하고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하다. 이것이 내 어젠다였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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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다 해결해준다고들 하지만,
사실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 바꿔야 한다.
-앤디 워홀 - P9

그로부터 5, 6년 후인 2013년 무렵, 많은 단체들이 웹사이트상의 머리글자를 LGBTQ로 바꾸며 더욱 포괄적이고자 했다. 여기서 Q는 ‘퀘스처닝‘도 ‘퀴어‘도 될 수 있었고, 둘 다를 의미할 수도 있었다.
‘퀘스처닝‘이라는 단어는 종종 머리글자 속에 포함되어, 정체성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주며 우리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누구인지 이해하는 일과 우리의 이끌림을 규정하는 일은 기나긴 과정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변할 수도 있다. 많은 사회단체와 지지 모임들은 자신들이 환영하는 이들 목록에 ‘퀘스처닝‘이라는 단어를 넣어, 아직 자기 자신에 대해 명백히 알아내지 못했더라도 성소수자 그룹에 참여할 수 있다고 알린다. - P33

우리가 언어를 통해 안전한 공간, 환대하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있다는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앨라이로서 우리는 모든 순간 포용적 언어의 모델을 만들고 그 중요성에 대해 다른 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데 힘써야 한다. - P51

끌림과 행위를 구분하는 것은 보건의료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매우 중요하다. 보건의료계 종사자가 사람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바른 질문을 해야 한다. 따라서 성 매개 감염질환을 검진할 때의 질문은 당사자의 성적행위에 관한 것이어야지, 그가 자신의 지향을 어떻게 정체화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이 이런 질문자체를 건너뛰거나(모든 사람이 이성애자라고 가정한다) 환자의 지향에 대해 묻는("당신은 LGBT인가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남성과 섹스를 하는 남성‘을 뜻하며 주로 유색인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MSM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성애자로 정체화하지만 남성과 섹스를 하는 남성들은 의료 기관에서 그들의 성적행위를 파악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은 환자를 온전히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입원수속 양식을 만드는 데 그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
끌림과 행위의 차이를 이해하고 다른 이들에게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더 포용적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있어 앨라이가 맡을 수 있는 효과적이고도 중요한 역할이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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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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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 선생님은 애도가 빈자리를 가꾸는 것이라고 설명해요. "지금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라진 자리로서, 상실된 자리로서 빈자리가 아닙니다. 저는 우리가 만들어내야 하는, 우리가 마련해야 하는 자리로서 빈자리를 말하고 싶습니다. 상실한 자리가 아니라 마련한 자리, 그래서 그가 사라진 자리가 아니라 깃드는 자리를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기억한다는 것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병권, 《묵묵》 중에서) - P185

그냥 사람이라는 말, 그저 사랑이라는 말,
그러니 너는 마음 놓고 울어라.
그러니 너는 마음 놓고 네 자신으로 존재하여라,
두드리면 비춰볼 수 있는 물처럼.
물은 단단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남겨진 것 이후를 비추고 있었다.

- 이제니, <남겨진 것 이후에> 중에서 - P186

낡은 고정감정 중에 가장 익숙하고 위험한 감정은 ‘동정심‘이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불쌍하게 여기는 태도로는 세상 무엇도 바꿀 수 없었기에 다른 종류의 낯선 감정을 찾아야 했다. 발달 장애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책과 영화로 기록한 장혜영 작가는 자신의 동생을 쉽게 ‘불행한 장애인‘이라고 평가하는 시선을 거부하며 말한다. 소수자의 문제를 불행이 아닌 불평등의 문제로 봐달라고. 불행한 장애인을 행복하게 해주자는 식의시혜적인 태도가 아닌, 내가 누리는 많은 것을 왜 어떤 사람은 똑같이 누릴 수 없는지 묻자고. 개인의 행복과 불행에 초점을 두는게 아니라 시민사회 구성원 모두의 평등에 초점을 두고 장애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쉬운 동정이나 연민의 유혹을 거부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분노로 연대하자는 작가의 말앞에서 익숙한 고정감정으로 쓰인 내 글이 부끄러웠다. - P212

솔직하게 쓰다 [동사]

1. 부지런하게 나를 개방하는 일
2. 용기의 도미노에 참여하는 일
3. 우연, 타자, 한계를 받아들이는 일
4. 한계에서부터 다시 무엇인가 되어가는 일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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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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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그대로 보여주세요. 내 몸이 머물렀던 공간, 시간, 대화, 움직임을 따라가며 써주세요. 그러면 글이 입체적으로 살아 숨쉬어요. 읽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를 이탈해 글을 쓰는 나의 자리로 옮겨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써보는 거예요. 상황을 뭉뚱그리지 않아야 나도 글을 쓰면서 그때의 나와 타자를 이해하거나, 위로하거나, 정확한 대상을 향해 분노할 수 있어요. - P116

다른 언어나 악기, 드로잉을 배울 때처럼 쓰기에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용기,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서 좀더 솔직해지려는 노력, 머리에서 머물던 이야기를 손으로 옮겨 적어보는 실천. 이 세 가지는 꾸준한 쓰기를 통해서 단련할 수 있다. - P121

글쓰기 수업에는 비슷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 모인다. 빛보다 그림자를 보고, 매끄러운 세계에서 미끄러진 존재를 보고야 마는 눈을 가진 사람들, 섬세한 감각으로 살아온 그들은 슬픔을 가득 지고 워크숍을 찾는다. 모든 게 아무 소용없는 것만 같은 절망 탓에 때로 슬픔은 회의감이나 냉소주의로 빠졌다. 하지만 슬픔의 공동체 안에서 슬픔은 냉소에 머물지 않았다. 김소연 시인의 시구 "사람의 울음을 위로한 자가 그 울음에 접착되고, 사람의 울음을 이해한 자가 그 울음에 순교하는 순간"처럼, 내 아픔을 알아봐주고 함께 우는 사람 앞에서 눈물은 세계에 대한 책임감이자 서로의 용기이자 위로가 되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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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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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최전방이다
나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삶이 너무 촘촘해서 삶에 질식할 것 같은
그 모든 격렬한 문장 속에서
목덜미를 풀어헤치고 나는 다만 노래 부르고 싶었을 뿐,
포효하고 싶었을 뿐.

- 고은강, <고양이의 노래5> 중에서 - P53

물론 글을 쓴다고 고통이 말끔하게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선명하게 다가와 괴로운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고통을 말했을 때와 말하기 전의 상태가 똑같다고 할 수는 없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은 씹지 않고 그냥 삼켜서 목 안에 걸려 있는 느낌을 내사(introjection)로 설명한다. 내사는 외부의 대상을 비판없이 내면에 수용하는 심리적 행위다. 소화되지 않는 이물감이 목 안에 남아 있을 때 사실상 심리적 뇌사상태, 소위 여성적 우울증이라고 불리는 증상의 기저 원인이 된다고 한다. 그런점에서 자신이 무얼 참고 있는지 아는 사람보다 참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더 위태롭다. 내가 무엇을 참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자기를 갉아먹게 되니까. - P75

저는 우주로 대표되는 사람들, 제 이야기를 존중해주는 사람이 세상에 꽤 많다는 걸 알아버렸어요.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말했어요.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 없겠지만, 그러나 시도해도 실패할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설사 가족이나 연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고 해도 그가 내 경험과 상처와 감각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요? 저는 실패할지언정 자신의 세계를 깨고 내 세계로 기꺼이 확장하는 사랑를 원해요.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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