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그대로 보여주세요. 내 몸이 머물렀던 공간, 시간, 대화, 움직임을 따라가며 써주세요. 그러면 글이 입체적으로 살아 숨쉬어요. 읽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를 이탈해 글을 쓰는 나의 자리로 옮겨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써보는 거예요. 상황을 뭉뚱그리지 않아야 나도 글을 쓰면서 그때의 나와 타자를 이해하거나, 위로하거나, 정확한 대상을 향해 분노할 수 있어요. - P116
다른 언어나 악기, 드로잉을 배울 때처럼 쓰기에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용기,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서 좀더 솔직해지려는 노력, 머리에서 머물던 이야기를 손으로 옮겨 적어보는 실천. 이 세 가지는 꾸준한 쓰기를 통해서 단련할 수 있다. - P121
글쓰기 수업에는 비슷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 모인다. 빛보다 그림자를 보고, 매끄러운 세계에서 미끄러진 존재를 보고야 마는 눈을 가진 사람들, 섬세한 감각으로 살아온 그들은 슬픔을 가득 지고 워크숍을 찾는다. 모든 게 아무 소용없는 것만 같은 절망 탓에 때로 슬픔은 회의감이나 냉소주의로 빠졌다. 하지만 슬픔의 공동체 안에서 슬픔은 냉소에 머물지 않았다. 김소연 시인의 시구 "사람의 울음을 위로한 자가 그 울음에 접착되고, 사람의 울음을 이해한 자가 그 울음에 순교하는 순간"처럼, 내 아픔을 알아봐주고 함께 우는 사람 앞에서 눈물은 세계에 대한 책임감이자 서로의 용기이자 위로가 되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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