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권 선생님은 애도가 빈자리를 가꾸는 것이라고 설명해요. "지금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라진 자리로서, 상실된 자리로서 빈자리가 아닙니다. 저는 우리가 만들어내야 하는, 우리가 마련해야 하는 자리로서 빈자리를 말하고 싶습니다. 상실한 자리가 아니라 마련한 자리, 그래서 그가 사라진 자리가 아니라 깃드는 자리를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기억한다는 것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병권, 《묵묵》 중에서) - P185
그냥 사람이라는 말, 그저 사랑이라는 말, 그러니 너는 마음 놓고 울어라. 그러니 너는 마음 놓고 네 자신으로 존재하여라, 두드리면 비춰볼 수 있는 물처럼. 물은 단단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남겨진 것 이후를 비추고 있었다.
- 이제니, <남겨진 것 이후에> 중에서 - P186
낡은 고정감정 중에 가장 익숙하고 위험한 감정은 ‘동정심‘이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불쌍하게 여기는 태도로는 세상 무엇도 바꿀 수 없었기에 다른 종류의 낯선 감정을 찾아야 했다. 발달 장애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책과 영화로 기록한 장혜영 작가는 자신의 동생을 쉽게 ‘불행한 장애인‘이라고 평가하는 시선을 거부하며 말한다. 소수자의 문제를 불행이 아닌 불평등의 문제로 봐달라고. 불행한 장애인을 행복하게 해주자는 식의시혜적인 태도가 아닌, 내가 누리는 많은 것을 왜 어떤 사람은 똑같이 누릴 수 없는지 묻자고. 개인의 행복과 불행에 초점을 두는게 아니라 시민사회 구성원 모두의 평등에 초점을 두고 장애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쉬운 동정이나 연민의 유혹을 거부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분노로 연대하자는 작가의 말앞에서 익숙한 고정감정으로 쓰인 내 글이 부끄러웠다. - P212
솔직하게 쓰다 [동사]
1. 부지런하게 나를 개방하는 일 2. 용기의 도미노에 참여하는 일 3. 우연, 타자, 한계를 받아들이는 일 4. 한계에서부터 다시 무엇인가 되어가는 일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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