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 70년대생 여자 셋의 지극히 사적인 수다
김도희.유혜미.임지인 지음 / 일일호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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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재편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감소하고 있는 호르몬을 필요 이상으로 낮추지 않고, 줄어든 상황에서 최대한 조절하고 균형을 잡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있다고 봐요. 갱년기를 경험한느 분들께 운동과 취미를 권하는 이유에는 뇌의 조절기능을 도와줄 수 있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증가시키기 위한 과학적 의도가 있었던 거죠. 세로토닌의 역할은 ‘조절기능‘이라는군요. 갱년기 시기에 에스트로겐 감소로 감정 조절이 힘들어지는 것을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도움을 주는 거죠. 혹은 옥시토신처럼 행복 호르몬은 일상에서 즐거운 일을 할 때 생성된다고 하고요. 주 호르몬의 감소는 어찌할 수 없지만, 자신의 의지로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호르몬이 있다는 것이 반가웠어요. 특히 햇볕을 쬐며 산책을 하거나, 춤을 추고 운동을 하고,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곳을 방문하거나, 요가와 명상을 하는 것 등은 다양한 호르몬을 활성화해 일종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일상의 방법이라고 해요. 외부적으로 호르몬을 투입할수도 있지만, 자신의 의지로 호르몬을 보충할 수도 있으니 선택은 각자의 몫이겠지요. - P180

제가 한동안 공부했던 비폭력 대화에는 ‘코어 자칼‘이라는 과정이 있어요. 코어 자칼이란 오랫동안 내 삶을 지탱해왔던 핵심 신념이 삶의 다른 여정으로 넘어갈 때, 오히려 제약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에 적당한 때가 되면 떠나 보내주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요약해 볼 수 있죠. - P221

저는 독립, 성장, 성찰 등이 꼭 갱년기에만 맞물려서 해석될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이의 문제라기보다는 경험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나이가 많으면 경험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보면, 나이가 중요한 변수일 수 있겠지만 경험의 질이 더 중요한 것 같거든요.
저는 40대 들어서자마자 직장생활에 있어 해고는 아니었지만 큰 고비를 겪었어요. 그 경험이 사람에 대한, 관계에 대한, 일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꿔 놓았죠. 나름 저만의 기준선들이 확고해진 거죠. 어떤 방향으로든 주체성이 형성된 셈이에요. 이렇게 형성된 가치관과 경험이 제 갱년기 뿐만 아니라 노년에도 어떤 식으로든 계속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고요. 결국, 개인의 경험으로 다져진 ‘나‘가 중요한 것이고, 그 경험은 나이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즉, 갱년기에 독립과 성장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쌓아놓은 개인의 독립과 성장, 단단함이 개인들의 갱년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독립과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갱년기 시기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그 이전의 내가 얼마나 ‘나‘로서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죠.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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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 70년대생 여자 셋의 지극히 사적인 수다
김도희.유혜미.임지인 지음 / 일일호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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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자가진단 인덱스 종류가 생각보다 많았어요. 쿠퍼만 지수는 11가지 대표 항목으로 체크하고 있지만, 총 29문항에 걸쳐 정신적, 신체적 건강 상태 및 삶의 질까지 파악하는 맨콜 지수도 있고요. - P89

우리 사회는 어떤 세대를 새롭게 이름 짓고 규정하고 일반화하는 작업을 할 때 그 안에 움직이는 개개인을 보고자하는 노력은 부족한 것 같아요. 개개인이 중심이 돼서 출발한 시각이 아니라 한 세대라는 덩어리로만 묶는 작업에 더 치중하죠. 그러다 보면 단편적인 몇몇 사실만으로 세대를 단순화시키는 작업을 반복하게 되는 것 같아요. - P121

저는 솔직히 좀 과격할지 모르겠지만 갱년기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 버려야 하는 건 아닐까도 생각해요. 우리 스스로 ‘갱년기‘라는 단어에 뭔가 대단한 시기인 듯 틀을 만들고, 부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가둬 놓으니까 이런 단편적 정의와 생각들이 계속 사회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갱년기라는 시기의 정의, 단어가 없다고 생각해 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과정 중 하나, 조금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나이 듦의 현상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 P135

이들에게 중요한 포인트는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각자의 적응 시간을 거쳐서 새로운 흐름 속에서 잘 살아가게 된다는 사실 같아요. 이런 시각의 뒷받침 없이 무조건 갱년기는 힘들다고만 이야기되는 것은 불편하고 부담스러워요.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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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 70년대생 여자 셋의 지극히 사적인 수다
김도희.유혜미.임지인 지음 / 일일호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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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갱년기 증상이 시작되면서 심신에 새로운 증상이 나타날 경우 ‘기승전 갱년기‘로 해석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거죠. 이런 경향성이 갱년기를 과장해서 생각할 수도 있고 혹은 갱년기라는 개념으로 모든 증상을 중화시켜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인과 결과를 규명하지 않고 무엇이든 ‘갱년기라서 그래~‘하면서 자가 진단을 하게 되는 거죠.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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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실제로 행할 때 존재하고 의도와 행동을 모두 필요로 한다는 벨 훅스의 말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 순간들이다. - P228

안타깝게도 동료로서 나의 에너지는 발달장애여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수십년 집에서, 시설에서, 관계로부터 단절되고 공간적으로 고립되어 있던 발달장애여성의 응축된 에너지는 강하고 발산적이다. 인지와 학습의 더딤, 감각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 부끄러움을 모르거나 고집을 피우는 모습, 지나친 솔직함, 통제되지 않는 에너지. 부정적으로 발달장애를 묘사하는 언어다. 어쩌면 이런 다른 감각과 표현 방식, 에너지야말로 규범적인 사회에 저항하는 새로운 몸들일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사회의 규범에 맞추어 살 수 없기 때문에 부정되었던 몸들이 오히려 교양에 대한 다른 감각을 요청하게 한다. 모르면서도 아는 체하는 정중함이 아니라 ‘그게 무슨 말인데요‘라고 묻는 솔직함은 지식 권력을 명징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 P229

유한하고 우연성의 반복이란 것 외에 삶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여성이란, 장애란, 인간이란, 운동이란, 말이란, 몸이란, 성이란, 교육이란, 일상이란, 차이란, 관계란, 존중이란 대체 뭐란 말인가? 답 안 나오는 질문을 끝까지 던지고 매해 답을 실천하는 사람들 끝에서 달리는, 그래서 방향을 바꾸면 그곳이 시작인 이 공간. 미련하게 말하고, 쓰고, 움직이며 실패를 통하여 살아가는 이 몸들과 함께 있는 한 무엇도 당연하지 않고, 그래서 멈출 수 없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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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몸을 차별하지 않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친절과 사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장애여성과 함께 일할 때 필요한 기술을 몸으로 습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 P222

책 <페미니스트 모먼트>에서 장애여성운동의 동료인 나영정은 이 과정을 ‘개별성, 훈련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이 과정은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어서 오래 알아온 장애여성 동료라도 서로의 몸의 변화에 따라 ‘훈련하는 과정‘이 갱신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것을 존엄이 담긴 기술과 노동이라고 부르고 싶다. 노하우도 원칙도 제각각인 기술들은 지원받는 위치에서 존엄성을 잃지 않으며, 장애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해나가는 고집스러움이기도 하다. - P223

서로의 말을 알아차리는 순간, 경험은 더 이상 개별로서 존재하지 않는 우리라는 감각을 일깨운다.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이를 인정하며 일하자는 선언이 일상에 자리 잡으려면 수없이 갈등할 수밖에 없다. 장애여성공감이란 공간이 갈등에 유독 강한 것도 아니지만, 이 공간은 특이하게도 갈등을 직면하는것에 익숙해지게 서로를 단련시킨다. 회피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하는 방식은 힘들고 독특한 문화다. 이 힘든 과정을 장애여성공감은 ‘저주받은 세라피‘로 부르거나 ‘직면의 과정‘이라 불러왔다. 의견과 감정을 표현하면서 자기 입장을 드러내도록 독려하는 것은 존중의 방식이지만, 많은 경우 힘든 도전이다. 솔직하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공동 작업에서 필요한 과정이지만, 어떤 이는 상처받았고 어떤 이는 더 많이 말해야 하는 책임에 괴로웠다. 서로를 잘 안다는 건, 그만큼 관계의 책임을 동반하기도 했다. - P225

운동의 방향을 노정하기 위한 공통의 감각과 입장은 소수자 운동을 하는 이들에겐 이르기 어려운 과정이다. 사회적인 발언과 참여가 허락되지 않은 몸들이 모여, 사회의 규범과 부정의를 거부하는 입장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중층적인 부정을 거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장애여성공감은 그 몸들이 모여 수많은 직면 끝에 어렵게 하나의 결론에 다다르고 공통의 약속을 만들어나갔다. 긴 논의들은 대부분 몸에 피로감을 남겼다. 고단한 토론이라는 노동 끝에 다다르는 짧지만, 충분한 희열이 나를 아직 여기 남아 있게 한다. - P226

소수자라는 정체성에 자부심을 가진 얼굴 있는 관계들의 활동이 정치적 입장을 만들어내왔다. 갈등을 예고하는 공동 작업을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고, 실패의 연속선을 이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 공간에 남아 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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