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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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깊고 깊은 곳에 있다. 스스로도 움켜잡을 수 없는 모습으로 숨어 있다. 그것은 단순한 소망이나 충동이 아니다. 너무나 절실하여 우리를 행동으로 내모는 그런 것이다. 욕망을 가진 사람은 그것에 오랜 시간을 쓴다. 그것을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하기도 하고, 자존심을 굽힐 줄도 안다. 어려운 상황을 견뎌 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그 일에 말할 수 없는 정열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관점에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 - P14

철학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진보의 기술은 변화 속에서 질서를 보존하고, 질서 속에서 변화를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와 질서는 결코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이것은 상호 의존적이다. 질서가 가정되지 않는 변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순전한 무질서의 상황 - 예를 들어, 자존심의 문제에서 시작하여 광란의 학살과 파괴의 과정을 거쳐절망으로 끝나는 전쟁 같은 것 - 에서 변화란 애초 존재하지도않는다. 끊임없는 유동 상태는 변화가 아니다. 질서가 없다면 변화는 발생할 바탕을 잃고 만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적 안정도 아니고 완전한 혼란도 아니다. 우리는 이들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번영에 이를 수 있다. - P33

좋은 프로세스란 기업의 입장에서 효과성과 효율성이 뛰어난 프로세스를 의미하며, 좋은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뛰어난 의도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의 경쟁력은 프로세스의 경쟁력에 크게 좌우된다. - P43

경영 활동을 조직이 아닌 프로세스로 운영하려는 노력은 기업의 전문 핵심 인력들이 자신의 전문 영역을 넘어 서로 협조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프로세스 전체를 이해할 때 자신이 맡은 분야와 다른 동료가 맡은 분야 사이의 관계를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부가 가치 과정의 체계적 흐름이 결국 고객이 열광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가는 연결 고리라는 것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일에 몰두하되, 그것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항상 고려할 수 있게 한다. - P46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이다. 이것은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리더십이어서는 안 된다. 카리스마도 안 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자신이 종사하는 바로 그 분야에서의 리더십이 필요하며, 고객을 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은 기술적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질 수 있으나 핵심은 언제나 최고 경영자가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슈바이처의 말대로 리더십의 정체는 바로 모범인 것이다. - P48

경영 혁신의 포인트 중의 하나는 협력 업체와의 관계가 ‘히나의 같은 저직’이라는 인식 아래 새로운 협력 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정립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 기업의 장규 직원 외에도 협력 관계를 이루고 있는 비정규 계약직 직원, 협력 업체의 직원 모두가 동일한 고객을 지원하는, 동일한 경영 원칙과 목표를 공유하는 ‘깉은 회사에 근무하는 동료’라는 관계의 정립이 매우 중요한 경영 과제이다. - P55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변화와 개혁은 "적은 많고 도와줄 사람은 부족한 가장 위함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규정했다. - P70

노회의 정신은 종종 이상과 행동을 거부한다. 개혁을 향한 희망을 깨뜨려 버리고, 미래에 대한 정열과 의지를 비웃는다. 인간의 능력은 초라한 것이며, 순수와 정열은 기만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의 펄펄한 성격과 강한 자기 주장과 미래에 대한 희망에 대하여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자신은 한 발 물러나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 P73

기업에 리엔지니어링의 열풍을 불어넣은 본격적인 인물 중 하나인 마이클 해머 Michael Hammer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혁명이 시작되는 곳은 중역실이지만, 숨통이 끊기는 곳도 바로 중역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다. 개혁에 성공하려면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중역들과 고위 간부의 지지와 도움을 받지 못하면 개혁은 실생활에서 하루하루의 일과 속에 뿌리내리지 못한다. 이들의 도움 없이는 개혁은 곧 문서 속에나 존재하고 숫자 놀음에 지나지 않는, 누구도 바라지 않는 모습으로 전락하고 만다. - P80

모든 것을 갖춘 상태에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면, 그때는 이미IBM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개혁은 지금 시작해야 하며, 만일 부족한 점이 있다면 혁신의 과정에서 보완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학습 조직learning organization입니다. 개혁을 시작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를 통해 배우고 그리고 점점 나아지는 것입니다. - P84

점진주의는 개혁과 혁명의 적이다. 개혁은 단절을 요구한다. 개혁은 창조적 파괴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백지 위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새롭게 그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다시 하기‘인 셈이다. 이것은 처음 출발부터가 점진주의적 가정 위에 서 있지 않다. 그러므로 점진주의적 방법론을 택할 수 없다. 우리는 여기서 개혁과 개선의 보완적 성격을 깊이 이해해야만 한다. 이 두가지는 모두 우리의 진보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유효한 방법론이다. 그리고 상호 보완적이다. 그러나 혼용되어서는 효과를 볼 수 없는 상극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 P85

리스트럭처링이나 리엔지니어링 혹은 보다 평범하게 경영 혁신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시도는 모두 미래의 시각에서 현재를 조밍하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벗어나고자 하는 과거와 현재의 관점에서 이를 추진한다면 그것은 마치 인연을 끊지 못하는 출가인과 같은 것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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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 -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통해 예민함을 나만의 능력으로
전홍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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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안전기지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인내력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직업이 반드시 사회에서 인정하는 고학력·고소득의 직업일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직업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안전기지의 형성에 중요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소중한 일이다"라고 생각하며 내 직업이 왜 중요한 일인지,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밖에도 안전기지는 반려자나 직업 외에도 친한 친구나 직장동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자신의 주치의다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취미로 하는 운동이나 반려동물, 반려식물도 훌륭한 안전기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내가 안전기지와 있을때 마음이 편안하고 예민성이 0에 수렴하는 상태가 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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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교 정신과 교수 조지 베일런트는 1938년부터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해 있는 814명의 사람들을 평생에 걸쳐 추적 관찰했습니다. 이들은 하버드대 법대 졸업생 집단, 지능이 뛰어난 여성 집단, 대도시 출신 고등학교 중퇴자였습니다. 이들에게 스트레스 정도는 행복한 삶에서 중요 변수가 아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을 긍정적인 태도로 넘기는 사람이 결국 더 행복했다는 게 이 연구의 결론입니다. 이 연구에서 앤서니 피렐리라는 인물의 사례는 주목할 만합니다. 1941년 연구원이 그를 처음 찾아갔을 때, 그는 난방도잘 안 되는 보스턴의 초라한 집에서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무력한 어머니 밑에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47년 뒤인 1998년에는 보스턴 공원이 보이는 좋은 집에서 사는 대사업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피렐리는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가족들의 감정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평생 ‘평온의 가도’를 성실하게 한 덕분에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고 용기와 인내심을 지닐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신이시여,
저에게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그리고 이 둘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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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
마리나 칸타쿠지노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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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친애하는 젊은이여, 그대의 가슴속에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들에 대해 참을성을 보이고, 잠긴 방이나 낯선 이방의 언어로 씌어진 책을 사랑하는 것처럼 ‘문제 자체‘를 사랑하려고 애쓰십시오. 답을 구하려 하지 마십시오. 답은 그대가 그에 따라 살아 낼 수 없기에 주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삶에 품는 것입니다. 지금 그 문제를 삶에 품으십시오. 그러면 먼 미래 어느 날에, 서서히, 알지 못하는 사이 그 답을 품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 P283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물론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 폭력에 인간의 얼굴을 부여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시도의 진정한 목적은 그에 따르는 고통과 상처, 그리고 폭력이 남긴 유산을 드러내자는 것이다. - P288

이런 의미에서 용서는 사람들이 한 행동을 변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허약하고 타락하기 쉬운 인간의 본질을 감싸 안고, 그런 사회의 형성에 일조한 데 대한 책임을 지려는 행위이다. - P296

나는 러시아 반체제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수용소군도The Gulag Archipelago>인류가 저지른 가장 극악무도한 범죄들에 대해 우리가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악랄한 자들이 어디선가 은밀하게 지독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고, 그들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분리해서 파괴시켜 버리는 것만으로문제가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선과 악을 가르는 선은 모든 인간의 심장 한가운데를 꿰뚫고 지나간다. 그럴진대 자신의 심장을 파괴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용서에 관한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한 지 1년쯤 지났을 때 이 인용구를 접한 나는 이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작업의 정신을 요약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솔제니친은 같은 작품 말미에 이 개념의 의미를 더 자세히 설명한다.

선과 악을 가르는 선은 국경이나 계층이나 정당을 따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심장 한가운데를 꿰뚫고 지나간다는 사실이 서서히 내 앞에서 분명해지고 있었다. 그 선은 계속 움직인다. 우리 안에서 세월과 함께 요동치고 변화한다. 악에 압도된 심징이라 할지라도 가느다란 선의 교두보가 남아 있다. 그리고 가장 선한 심장 안에도 악이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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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리 그들을 증오해도 그들은 그 사실을 알 수가 없고, 결국 고통받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이제 나는 더 이상 그들에게 두려움, 증오, 복수심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이 내게 무슨 짓을 했든 내 본질과 존재 자체를 건드릴 수는 없다. 내 삶을 다시 복구하고 아름다운 가족을 갖게 된 나는 정말 행운아이고,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나보다 자신이 저지른 죄를 안고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훨씬 더 힘겨우리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 P47

사람들 사이에서 생긴 갈등과 상처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함께 마주 앉아 대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 보는 것뿐이다. - P52

적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려면 내적 변화가 필요하다. 내가 늘 끌어안고 있는 문제는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은 욕구를 내려놓고, 패트릭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그의 의도를 이해할 정도로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때는 그런 마음이 들다가도 또 어떤 때는 그러질 못한다. 그것은 기나긴 여정이고, 선택의 문제이다. 깔끔하게 정리해서 상자에 넣고 치워 버릴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 P206

‘The F Word‘ 전시는 질문과 탐구의 장이자, 용서와 복수에 대한 대화의 장이 되었다. 우리는 용서를 과거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개별적 경험을 통해 용서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하는 장을 만들었다.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용서가 가진 복합적이고 흥미진진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성격을 보여 줌으로써 특정 도그마를 제시하거나 무엇을 고치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분석과 영감을 제공한다. - P268

고객이나 단체, 기관 등을 돕다 보면 뜻하지 않게 그들에게서 의욕과 동기를 빼앗을 수 있습니다. 반면 대화를 위한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감정을 이입해 적극적으로 듣고, 아주 가끔씩 방향만 제시해 주면 사람들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고 그 길을 자신이 찾았다는 데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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