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우리는 ‘좋은 삶’을 목표로 해야 한다. 좋은 삶은 자본주의적 경쟁 및 이윤 논리와는 모순 관계에 있다. 돌봄 혁명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삶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다양하고 개별적이며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필요와 관심이 실현될 수 있는 조건을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둘째, 돌봄노동의 가치를 높이고 배려의 문화를 보장해야 한다. 돌봄노동은 인간 존재의 조건이며 민주적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전제이다. 돌봄노동의 경제화는 중단되어야 한다. 돌봄노동을 사적인 영역으로 배치하여 비가시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활동의 중심으로 끌어와서 돌봄을 기본권으로 설정하고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돌봄은 여성의 일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일로 간주되어야 한다. 나아가 북반구의 돌봄위기를 남반구의 비용으로 해결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돌봄노동이 생계노동으로 수행되는 경우에는 제대로 된 보수가 주어져야 한다.
셋째, 돌봄노동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필수재나 식료품의 생산에 드는 시간은 지난 50년 동안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이나 생계노동의 분배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신자유주의로 인해 점점 더 오래 일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실업에 처하고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게 되었다. 돌봄 혁명을 위해서는 생계노동시간의 급진적인 단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꼭 당장 돌봄이나 간병을 필요호 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모두가 시간을 얻어야만 자신과 공동체를 돌볼 수 있다.
넷째, 주거는 인권이다. 저렴하면서도, 일정한 수준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거주 공간이 모든 이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난민의 수용소 수용은 철폐되어야 한다. 거주 공간이 이윤과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 도시와 자치단체를 형성할 때는 주민들과 함께해야만 한다.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공공장소, 여가시설, 스포츠시설 및 광장 이용이 돈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농촌 지역에도 이에 상응하는 공공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높은 수준의 의료, 교육 및 아동 돌봄과 더불어 근거리 공공교통의 촘촘한 네트워크가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
다섯째, 교육은 모든 인간의 권리이기에 더욱 민주화되어야 한다. 배움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자가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는 데 방해가 되는 지배와 권력 간의 관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훈련받아야 한다. 교육은 모두에게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하며, 경제 논리에 의해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자율적인 교육과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앞으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여섯째, ‘함께하는 공적인 것’의 가치를 강화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사회적 인프라는 모두가 낙오될 거라는 두려움 없이 살아가기 위한, 누구나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본 조건이다. 사회적 서비스는 모두에게 제한 없이 제공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모두의 권리에 대한 권리’ 가 필요하다. 이는 부권적이고 억압적이며 가부장적이고 인종적인 기존 복지국가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하는 공적인 것의 가치는 사회적 분배는 물론이고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의 자치 조직화 등 다양한 삶의 형태 또한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인프라의 새로운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는 가운데, 다양한 돌봄의 배치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 P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