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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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우리는 ‘좋은 삶’을 목표로 해야 한다. 좋은 삶은 자본주의적 경쟁 및 이윤 논리와는 모순 관계에 있다. 돌봄 혁명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삶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다양하고 개별적이며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필요와 관심이 실현될 수 있는 조건을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둘째, 돌봄노동의 가치를 높이고 배려의 문화를 보장해야 한다. 돌봄노동은 인간 존재의 조건이며 민주적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전제이다. 돌봄노동의 경제화는 중단되어야 한다. 돌봄노동을 사적인 영역으로 배치하여 비가시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활동의 중심으로 끌어와서 돌봄을 기본권으로 설정하고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돌봄은 여성의 일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일로 간주되어야 한다. 나아가 북반구의 돌봄위기를 남반구의 비용으로 해결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돌봄노동이 생계노동으로 수행되는 경우에는 제대로 된 보수가 주어져야 한다.
셋째, 돌봄노동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필수재나 식료품의 생산에 드는 시간은 지난 50년 동안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이나 생계노동의 분배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신자유주의로 인해 점점 더 오래 일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실업에 처하고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게 되었다. 돌봄 혁명을 위해서는 생계노동시간의 급진적인 단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꼭 당장 돌봄이나 간병을 필요호 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모두가 시간을 얻어야만 자신과 공동체를 돌볼 수 있다.
넷째, 주거는 인권이다. 저렴하면서도, 일정한 수준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거주 공간이 모든 이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난민의 수용소 수용은 철폐되어야 한다. 거주 공간이 이윤과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 도시와 자치단체를 형성할 때는 주민들과 함께해야만 한다.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공공장소, 여가시설, 스포츠시설 및 광장 이용이 돈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농촌 지역에도 이에 상응하는 공공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높은 수준의 의료, 교육 및 아동 돌봄과 더불어 근거리 공공교통의 촘촘한 네트워크가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
다섯째, 교육은 모든 인간의 권리이기에 더욱 민주화되어야 한다. 배움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자가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는 데 방해가 되는 지배와 권력 간의 관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훈련받아야 한다. 교육은 모두에게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하며, 경제 논리에 의해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자율적인 교육과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앞으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여섯째, ‘함께하는 공적인 것’의 가치를 강화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사회적 인프라는 모두가 낙오될 거라는 두려움 없이 살아가기 위한, 누구나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본 조건이다. 사회적 서비스는 모두에게 제한 없이 제공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모두의 권리에 대한 권리’ 가 필요하다. 이는 부권적이고 억압적이며 가부장적이고 인종적인 기존 복지국가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하는 공적인 것의 가치는 사회적 분배는 물론이고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의 자치 조직화 등 다양한 삶의 형태 또한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인프라의 새로운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는 가운데, 다양한 돌봄의 배치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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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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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의료기술과 과학기술이 독점하는 의료체계 또는 ‘레짐regime(가치, 규범 및 규칙들의 총합)’에서 비과학적이거나 비기술적이라고 취급되는 나머지 요소는 필연적으로 위축된다. 한때 진료의 핵심 요소라 했던 원활한 의사소통, 공감과 위로, 친절과 ‘휴먼 터치’, 상담과 교육까지, 말하자면 돌봄의 여러 요소는 밀려나고 배제되어 주변적이고 부수적인 일이 되었다. 의료에 편입된, 의료를 통한 돌봄까지 고려해도 돌봄을 주류라고 하기는 어렵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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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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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대안적인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처한 어려움을 그의 삶 전체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열망하고 존경하는 가치들과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삶의 목적들에 비추어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오하다.
이것은 좋은 친구와의 관계와 비슷하다. 좋은 친구 사이에서 서로는 타자를 항해 자신을 개방하며 서로의 성장을 기대한다. 타자 속에서 자기를, 자기 속에서 타자를 발견하면서 자신의 부족함과 강점을 이해하고 좋은 삶을 위해 서로 변화해 간다. 당사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친구다 된다는 뜻이다. 위계 없이 평등한 관계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서 당사자를 환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겪었던 트라우마와 폭력의 경험을 나누면서 보다 나은 선을 실천해 가는 과정이 함께 동참하는 것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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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돌봄 - 가족, 돌봄, 국가의 기원에 관한 일곱 가지 대화 이매진의 시선 13
조기현 지음 / 이매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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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불평등은 돌봄 수혜자와 돌봄 제공자 사이에 자리잡은 관계의 불평등, 곧 권력 관계를 말한다. 돌봄 수혜자는 수동적 존재로 여겨지고 돌봄 제공자는 능동적 존재로 여겨지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트론토는 돌봄에 관해 토론할 때조차 대부분은 돌봄 수혜자가 아니라 돌봄 제공자의 관점에서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바로 이런 불평등이 우리 자신을 돌봄 수혜자로 인정하고 상상하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이런 불평등은 우리의 관점이 변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돌봄으로 상호 작용을 하고 있었다. 다만 우리는 그 사실을 스스로 무시했다. 돌봄 수혜자라고 해서 받기만 하지는 않으며 돌봄 제공자라고 해서 주기만 하지도 않는다. 지금 당신이 돌봄 제공자라면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돌봄을 하면서 무엇을 받았을까?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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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돌봄 - 가족, 돌봄, 국가의 기원에 관한 일곱 가지 대화 이매진의 시선 13
조기현 지음 / 이매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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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민주주의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을 김희강은 ‘함께 돌봄 책임제’라는 이름으로 제안한다. 함께 돌봄 책임제는 가족 돌봄 때문에 고용에서 차별을 받지 않을 보호 장치, 돌봄에 주는 충분한 보상, 돌봄의 공적 가치를 인정하고 명시한 헌법,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일정한 나이가 된 때 영유아, 노인, 장애인하고 함께할 수 있는 돌봄 책임 복무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초중등 의무 교육 과정에 돌봄 교육을 넣자는 주장이 가장 눈에 띈다.
학교에서 돌봄을 교육한다는 발상이 낯설지만, 우리 민주주의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돌봄 교육은 필수 요소가 될 수 있다. ‘민주시민교육’을 교과 과정에 넣은 한국 사례나 노동의 구실이나 노사 갈등 해결 등을 수업 시간에 배우는 유럽 사례를 생각하면 좀더 쉽게 다가온다. 민주 시민과 노동 시민을 사회가 인정하기 때문에 이런 수업이 마련될 수 있다. 돌봄을 하거나 돌봄을 받는 사람을 ‘돌봄 시민’으로 인정한다면 돌봄을 교과 과정에 넣자는 이야기가 그리 허무맹랑하지는 않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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