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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스웨터 -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 다리 놓기
재클린 노보그라츠 지음, 김훈 옮김 / 이른아침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별 다섯개가 아닌 별 10개를 주고 싶은 책이다. 3개월 하고 2주일 남짓 지난 2009년 현재, 올해 내가 만난 책 중의 단연 최고의 책이라고 하여도 과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600페이지를 꽉 채우는 이 두툼한 책의 매력에 빠져서 빠른 시일 내에 읽어야 하는 책이 수두룩 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도, 일주일 내내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내려갔다.
내가 태어난 80년대에 대학을 졸업하고 잘 나가던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로서의 직업과 보다 매력적인 승진의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이 신념을 따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향한 저자 재클린 노보그라츠은 그 후 30년에 걸친 최근까지의 그녀의 경험을 말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남몰래 원하던 중남미 지역이 아닌 아프리카에 가게 되었을 때 느꼈던 실망감, 현지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서양식의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밀어 부쳤던 아직은 애송이 시절의 자신의 이야기도 꾸밈없이, 숨기는 것이 없이 탁 털어놓고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내간다.
이 이야기 안에서 독자들은 거창한 위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와 비슷한 한 키 큰 미국 여자가 이십대에 열정 하나로 자선단체에 들어가 아프리카에 적응하고, 그들이 지금보다 나은 환경을 만드는 것을 위해 도와가는,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하는' 이야기를 마치 친구의 이야기를 듣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하지만 마지막까지 페이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강한 흡입력으로 책장을 계속 넘기게 된다. 일을 추진해 나가면서 재클린은 유난히도 많은 좌절을 겪는다. 시대가 시대였던 탓도 있고, 개발 도상국에 만연한 혼란과 부패의 문제도 있고, 국제기구의 오래된 문제점도 있고, 그러한 여러 문제가 겪어 한 발 전진에 두 발 후퇴를 지속하면서도, 그녀의 밝은 성격과 강한 신념으로 세상에는 선과 악이 함께 존재함을 받아 들이며, 이성과 감성을 조화롭게 사용하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우리 나라의 젊은이들도 불과 몇 십년전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보다 어린 나이에 국제화를 경험하고, 외국으로 뻗어나가면서 국제기구라는 것이 매력적인 직업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이 책은 UN과 같은 국제기구 또는 NGO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국제기구들이 펼치고 있는 좋은 사업들이 선한 의도에서 시작되었으나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생한 일화를 들을 수 있고, 또한 단순한 동정심이나 열정만이 아닌 이 선한 의도를 효과적으로 문제 해결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그것을 위한 치밀한 분석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여자의 몸으로 치한이 나쁘기도 유명한 지역들을 전전하며, 강도를 만나고, 목을 졸리고, 떄로는 사고로 손가락 뼈를 다 부러뜨려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아프리카의 사람들과 그곳이 보여주는 자연의 풍경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리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열정적으로 춤을 출 줄 아는 재클린이라는 사람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이 책을 읽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책으로나마 그녀를 멘토 삼고 싶어할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