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밥상 이야기

착한 밥상 이야기 -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는 행복
윤혜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3월

책표지부터 군침이 돈다. 강된장과 풋풋한 쌈채소, 시원해보이는 황태국과 보랏빛 도는 잡곡밥. 꼭꼭 씹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도는 우리네 소박한 밥상. 많은 가족들이 '식탁'에 모여 앉는 요즘 '밥상'에  밥을 펼치고 먹는 집은 아마도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식탁 또는 테이블이란 말 보다는 '밥상'이라는 단어가 훨씬 정겹다. 책장이 되기도 하고 티테이블이 되기도 하는 우리네 밥상.

 

어느 나라 사람인덜 안그러겠느냐만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먹는 것에 집착한다. 주말 아침에 맛대맛같은 프로가 하는 것도 그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주말 아침에 온가족이 일어나 군침도는 음식을 한가득 TV를 통해 접하고 나면, '그래 오늘 외식은 저걸 먹어볼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옛날에 비해 먹을 것이 남아돌고 해외의 음식들도 쉽게 외식으로 접할 수 있는 요즘 시대. 하지만 멜라닌 파동에 계란까지 화학물로 만들어 속여 먹는 시대이며, 아이들이 아토피에 시달리는 시대이다 보니 맛있으면서도 나와 내 가족의 몸에 좋은 것은 결국 옛날 식단이라는 결론에 돌아가게 된다. 화학 비료를 치지 않고, 농약을 치지 않는 무공해 유기농 채소와 과일들. 초컬릿이 아닌 말린 과일과 견과류 간식들을 비싼 돈을 주고 사게 된다. 옛날에는 먹기 싫다고 내쳤을 메뉴들이 이제는 귀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

 

저자는 40년간의 도시 생활이 내 삶같지 않아서, 인생의 후반기를 시골에서 보내기로 결심하고 귀향한다. 농사 지을 재주는 없으니 대신 내 손으로 키운 텃밭의 채소, 뒷산에서 캔 나물로 만든 음식을 내놓는 소박한 밥집을 운영한다. 가끔은 시를 지어 종업원들과 손님들에게 낭송해주기도 하고, 요즘은 음식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평생의 꿈들을 다 이 시골에서 이루었노라고 이야기 한다. 그가 들려주는 우리 음식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리고 이야기마다 끝에 하나씩 딸려오는 요리법들을 보면, 우리 음식이 이렇게나 다양하구나. 그것도 으리으리한 궁정음식이 아닌 가정식 메뉴들이 이렇게나 화려하고, 이렇게나 모르는 것들이 많았구나 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우리나라 음식은 '김치'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길가에 핀 민들레마져도 반찬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또 신기하기만 하다.

 

하우스재배가 아닌 철마다 철에 맞는 음식을 먹고, 그 나물에 그 밥이 가장 몸에 좋은 보약이라는 그의 지론. 맞고도 또 맞는 말이다. 너무 많이 먹어 탈이 나는 요즘 세상. 소박한 그의 음식을 닮은 소박한 글을 읽고 있자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이다. 나도 맨날 미역국, 된장국만 끓이지 말고 보다 우리 음식에 관심을 가져볼까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