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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힐에서 온 편지 - 발도르프 아줌마의 삶과 교육 이야기
김은영 지음 / 지와사랑 / 2008년 12월
평점 :
손에 쏙 잡히는 조그마한 판형과 노랑과 초록이 어우러진 표지. 그리고 귀여운 글씨체와 예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귀여운 두 외국 여성 두분의 어깨 뒤로 날개가 돋아난 표지 사진. 이미 이 책 표지 만으로도 '캠프힐에서 온 편지'라는 책에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에 대한 프롤로그를 읽어 본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리고 나는 사실 이 표지가 썩 맘에 든다.
이야기는 15년간 특수교사로 일하던 교사가 발도르프 교육 및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에 매료되어 용기있는 늦깍이 유학생으로 변모를 시도한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철밥통이라 불리는 교사라는 튼튼한 직업을 버리고, 주위 사람들의 만류를 뒤로한 채 젊은 나이에도 하기 힘든 타향살이 외국 유학 생활에 오른, 아줌마 파워를 보여주는 글쓴이는 무려 5년간의 독일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의 캠프힐 설립이라는 꿈을 꾸며, 6개월간 스코틀랜드의 한 캠프힐에서 자원봉사자로서 장애인들과 함께 먹고, 자고, 일하고, 웃고, 울면서 그들과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생활을 보내고 온다. 이 책은 그러한 글쓴이가 블로그를 통해서 틈틈히 모두에게 읽혀지기를 바라는 일기처럼 기록한 글들의 모음집인 듯 싶다.
첫번째 장은 글쓴이의 독일 유학생활 중의 이야기이다. 고작 3개월의 기초 독일어 강습만을 받고 독일의 대학에 덜컥 들어간 씩씩한 아줌마. 한국에 남편을 홀로 남겨두고, 또 갑작스런 남편의 지방 전근으로 인하여, 아들을 독일 땅으로, 또다시 아일랜드로 보내야 했던 그는 얼마나 또 가슴이 아팠을까.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법을 배워보겠다고, 내 자식을 이렇게 내 팽개쳐둬야 하나, 라는 생각으로 마음 고생했을 것이 너무나도 묻어나는 수기들로 가득하였다. 물론 사춘기 아들의 방황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독일 생활 속에서 알게 된 독일의 다양한 가족의 모습들, 늦깍이 학생으로서 쉽지만은 않았던 학교 생활 이야기들 등등, 그 곳에서의 힘들었지만 보람있었을 5년의 이야기를 즐거이 풀어나가는 글쓴이의 모습이 보인다.
두번째 장은 글쓴이의 캠프힐 생활 중의 이야기이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집어들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캠프힐이라는 것에 대한 궁금증 떄문일 것이다. (나 역시 표지의 행복해 보이는 두 여인네의 표정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하였다.) 30세 이상의 성인 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공동체 집단 캠프힐. 이 곳은 정신 지체를 지니고 있는 장애인들과, 그들을 돌봐주는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공동체 생활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글을 쭉 읽어나가면 장애인들과의 삶으로 인해 삐걱거리는 면들을 발견하기 보다는, 너무나도 규칙적이고 평화로운 캠프힐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캠프힐은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궁리해나가면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몫의 일을 하고 다 함께 즐거운 생활을 한다는, 마치 유토피아만 같은 공간이었다. 그곳은 이 안에 생활하는 정신 지체 장애인들을 온실 속의 화초처럼 가둬두는 공간이 아니라, 그들이 가장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그들만의 행복권을 가장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그러한 안식처와 같은 공간이었다. 더불어 왠지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헬퍼들도 그들과의 삶으로 인하여 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행복이란 이런 작은 것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지 않으려나 싶었다.
세번째 장은 캠프힐이 궁금한 사람들, 인지학, 그리고 이와 관련한 유학생활, 캠프힐에 대한 정보 등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장이라 할 수 있다. 평소 이러한 정보들에 관심이 있었던 분들에게 무척 유용할 페이지라고 생각된다.
각자의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와 이상향은 모두 다를 것이다. 열 사람이 모이면 각각 다른 열 가지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글쓴이는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그들 나름의 행복과 이상향을 만들어 가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궁리해나가고자 하는 삶을 선택하였다. 우리가 그의 책을 통하여 조금이나마 그의 이상향의 세계인 캠프힐에 대해 알아가고, 이와 같은 삶의 방식에 대해서 배척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면, 글쓴이가 무척 기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특히 요즘처럼 초등학교 시절부터 입시에 찌들어 있는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하면, 그들의 열린 교육이 너무나도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