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였고 미국산 휴대용 와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림에서 오라를 봄으로써 진품감정을 할 수 있는, 위대한 미술감정가였던 지안니 로 쎄오의 아들로 쎄오라 불리는 서정-카스토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전문 투자자이자 영국 귀족의 사생아로, 중국 거부 진샤오펑의 사위가 될 예정으로 트라이어드와도 관련이 있다는 소문의 영국계 홍콩인 이안 라우와 여러 번 마주친다.
정은 부친의 친우 로베르티니의 아들 베네디토 대신 감정을 해 왔었는데, 베네디토 혼자 이안의 그림을 감정했다가 틀리고 만다. 감정을 틀린 베네디토를 살려주고 베네디토가 진짜로 착각한 위작의 작가를 찾아주는 조건으로 정은 이안에게 미술감정을 해 주기로 한다. 이안과 동행하게 된 정은 계속해서 그와 관계를 가지고, 정이 찾아달라고 요구한 위작 작가와의 인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인연이,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이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이젠님 소설이라서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설정이 복잡해 보이고(특히 공이 약혼자가 있다는 부분에서 멈칫) 분량도 분량이어서 좀 고민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수 캐릭터가 한국인이긴 하지만 한국 비중은 거의 없고(본편에서는), 와인이니 미술이니, 배경도 이탈리아니 중국이니 하면서 퍽 이국적인 느낌이라 초반에는 낯설었지만 오히려 그 낯섬 덕분에 장편인데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두 캐릭터들 설정이 많아서 1권을 읽고서야 이제 제대로 이야기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느낌인데, 배경과 캐릭터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뒤에는 사건이 일어나고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궁금해지고 마지막 권을 읽을 때는 한 권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워지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두 사람의 감정선도 빠뜨리지 않으면서 스토리가 꽉 차있는 장편입니다.
주인공인(정확한 포지션은 주인수) 정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고 소설 진행상 정이 고뇌할 수밖에 없으므로 약간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그렇다고 사이다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건 소재도 그렇고 가볍게 휙 읽기는 힘든 소설입니다. 그렇지만 외국을 무대로 한, 탄탄한 스토리가 있는 사건 중심 장편물을 읽고싶어졌을 때 추천할만해요. 차근차근 쌓아가며 나아간 이야기가 이윽고 완결을 맞이했을 때 뿌듯하게 마지막 페이지를 마주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