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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같은 공기 마시기 시리즈 (전5권)
유우지 지음 / 더클북컴퍼니 / 2018년 3월
평점 :
유우지님 소설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다른 작품입니다만, <같은 공기 마시기>도 제목에 나오는 대사가 인상적이라고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구작이어서 오히려 좋게 남은 추억이 지워지는 게 아닌가 고민하다가도, 어쨌거나 이북 소식을 접하자 읽은 지 오래되어 궁금해졌으므로 덥썩 구매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 밖으로 재미있었네요.
시리즈명이기도 한 첫 이야기 <같은 공기 마시기>는 물음표가 남는 작품입니다. 읽으면서 적응되어갔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거칩니다. 인물들의 행동, 대사 같은 것이 엑셀만 밟고 있다고 할까요. 캐릭터들이 나아가는 모습을 드라이브 쯤으로 예상했다면, 상헌은 도로주행을 무시하고 엑셀을 전속력으로 밟는 카레이싱을 하고 있습니다. 주먹 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며, 여자와 역원조교제를 하며 돈을 뜯어내는, 걸핏하면 소리치고 폭력을 휘두르는,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제대로 기억하지 않았는지 과거의 제게 물어보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해신이 상헌에게 끌리는 모습에 공감이랄까, 이해하기가 힘들었어요. 말하자면 네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는 기분으로 읽었다는 게 정확하겠습니다. 해신의 취미생활(요리 말고 다른 부분입니다)에 대한 묘사도, 지나치게 날것으로 느껴져서 전체적으로 읽기 힘들었습니다. 상극 둘을 끼워맞추기는 했는데 과연 잘 된 걸까, 하고 완결까지도 조마조마했어요.
<교차로에 비가 내리면>은 <같은 공기 마시기>를 읽는 내내 관심가는 캐릭터였던 김재영의, 그리고 권정무의 이야기입니다. 전작에서는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던 민재도 여기서 제대로 하나의 캐릭터로서 다가오네요. <같은 공기 마시기>를 읽고 이 시리즈 괜찮을까... 하고 고민하면서 다음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길 잘했다! 하는 기분이었어요. 전체적인 글 분위기도 좋았고, 사교성 좋고 활달한 재영이 얼마든지 절망에 젖어 주저앉을 수 있는 과거를 끌어안고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좋았습니다. 정무와 재영의 엇갈림과 결합까지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재영의 감정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어요. 해신과 상헌 사이에 성격차가 있듯이 재영과 정무 역시 성격차가 없다고는 말 못 할 테지만, 그전의 두 사람이 완연한 정반대인 데 비해 그나마 공통분모도 있고, 좀 더 온화한 과거가 있어서일까요. 상대적으로 이 둘은 제자리를 찾은 듯 퍽 잘 어울린다 느껴졌습니다. 현아까지 함께, 셋이 함께 있는 광경이 비록 일반적으로 떠올려지는 광경은 아닐지라도 있는 그대로를 보자면 참 보기 좋을 것 같은 생각과 함께.
외전권들은 이 두 커플을 좋아한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달달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김재영과 권정무, 윤해신과 정상헌, 두 커플과 그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가. 완성된 커플에게 기대해 보는 해프닝, 새로운 사건, 혹은 과거 등이 다양하게 변주되어 펼쳐집니다. 전자를 후자보다 더 좋아하다보니 아무래도 전자 이야기가 더 재밌다 싶은 건 어쩔 수 없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 후회 없이 읽었습니다.
이 작품을 처음으로 접하는 분은 소개글과 키워드를 꼼꼼히 살펴보시기를, 이미 알고 계시는 분은.. 저처럼 궁금증이 이기시면 추억삼아 한 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읽을 수 있는가에 대한 가장 높은 장벽은 상헌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