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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도체스터학원 살인사건 애장판
김연주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단행본을 처음 봤을 때 페이지가 꽤나 굵어서 좀 놀랐다. 상당히 신경써서 나온 것이 역력한 예쁜 디자인의 멋진 중단편선이다. 표지를 벗기면 안의 앞표지는 에르가르트와 필리아스 커플의 SD틱한 컷, 뒷표지는 짧은 만화가 실려 있다. 일단 사양은 상당히 만족.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다른 작가분의 절판된 단편선도 재간되었으면 하고 있다.
성(聖) 도체스터 학원 살인사건 / 위노빌 양의 수요일 / All around Me / LUNA / BE LOVED / 36. 5 / MASSANGER / Closed / 해바라기 등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Closed(최초의 공모전 본선 진출작)와 단편 해바라기(가장 최근작)는 구판에 없던 추가수록작이다. 단편들 첫 부분의 러프나 완결의 짤막한 연필컷 등 애장판답게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하 지만 최근 연재작과 이 단편선 사이의 세월은 꽤나 길어서 그림은 확실히 다르다. 예전 것이니 어쩔 수 없지만, MASSANGER 다음 페이지의 해바라기(1999년 작 / 2009년 작...무려 한 페이지를 넘기면 10년의 격차가)를 보면 정말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 그렇다고는 해도, (표현이 좀 진부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초기 감성의 반짝거림...이랄까를 느낄 수 있다. 그림 말고 내용면으로 따지자면 36. 5(제국군 소년과 반란군 소녀, 독재와 화학병기, 상당히 음울한 배경 속에서 따뜻한 느낌을 주는 단편) 등 암울하지만 의외로 인물들은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김연주 님은 '외전 스타일'을 많이 그렸다고 권말에 언급하시지만 이 책에 실린 단편 가운데 성 도체스터 학원 살인사건 외에 확실히 외전이다, 라고 밝혀진 건 없다. 하지만 수록작들을 보면서 확실히 이건 장편의 일부 같다, 느낀 것도 있는 터라, 그런 건 언젠가 장편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