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기니 대통령의 막내딸로 태어나,

친부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가 쿠데타로 사망한 뒤

북한의 김일성 아래서 성장한 모니카 마시아스.

 

그녀의 북한 이야기도 흥미롭긴 했지만(그녀는 결국 외국인 유학생이자 보호감시받는 입장, 진짜 북한의 일반인은 아니라는 점은 차치하고), 2부 '운명의 여행자'를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어린 시절 북한으로 피난해 와 그곳에서 줄곧 성장한 그녀는 적도기니 사람이지만 거의 북한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녀가 북한을 떠나 그리운 아버지와 은인이 어떻게 일컬어지는지 알게 되자, 큰 충격을 받는다.

모니카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닫힌 세계에 남아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세계로 떠나기를 택했다. 열린 세계로, 배운 것이 아니라 실제와 부딪쳐서 알고자 한다. 그 태도가 감탄스러웠다.

그녀에게는 공통점이 보이고, 우리에게는 차이가 보인다. 지구가 좁아지고, 생활권이 넓어지고, 함께 살아가는 시대.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모니카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국경을 넘나든 그녀의 삶의 궤적이, 퍽 인상적이다.

 

 

우리가 진실이라 믿고 있는 정보들 중에는 어쩌면 그런 식을 만들어진 것들이 꽤 많지 않을까? 사람들은 정보의 진위를 검증하려는 노력보다는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를 즐기려는 욕망에 더 잘 이끌린다. 만일 그 정보가 끝내 검증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진실로 굳어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누군가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도 절대 믿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돌을 던질 것이다. 나는 인간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그런 마녀사냥꾼의 속성이 너무도 두려웠다. - p.107


세상 일이 뜻대로 안 될 때마다 투덜거리거나 화내지 말고 오로지 해결 방법을 찾는 데에만 집중해봐. 화를 내면 주름살이 생기고 얼굴이 보기 싫게 변해. 그럼 사람들한테 나쁜 인상을 주게 되거든. 넌 얼굴 찡그릴 때보다 웃을 때가 훨씬 아름다워. 알았지? - p.110

 

그때 나는 '학습된 증오'가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스며드는지 알게 되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그렇게 감독의 '프레임'을 거친 뒤에 세상에 나오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프레임으로 인해 일반 사람들은 그것을 온전한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너무도 무서운 일이었다. - p.216

 

'성공하고 싶다면 적을 가져라.'

나는 거기서 충격을 받고 말았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끝없이 적을 만들고 있는 걸까. - p.229

 

뉴욕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 있다면, 세상의 그 무엇이라도 가능하면 내가 직접 보고 느껴야만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방송이든 신문이든 100%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분명 누군가의 프레임을 거친 내용일 테니까. 세상은 보이는 면과 보이지 않는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보이는 것만으로 남을 함부로 평가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또 스스로를 가두는 짓인지도 알게 되었다.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북한이 서로를 대하는 모습만 봐도 너무 괴로운데 개개인마저 그런다면 세상이 얼마나 우울해질까.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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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본 마스다 미리의 만화. 가볍고,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그런 느낌. 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별을 찾고 싶어졌다.

 

 

 

 

 

 

 

 

 

 

 

겨울에 볼 수 있는 '묘성昴星'은 세상으로 나가고자 하는 젊은 별들의 성단입니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스바루, 좀생이별) - p.29

 

제가 대단하다고 느낀 것을 같이 "대단하네"라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고 느꼈거든요. - p.51

 

아라이 유미, 열네번째 달 - p.61

 

언제든 달아날 때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돼. 살아 있는 게 중요하니까. 별이 떨어져도 무조건 뛰어야 해! - p.75

언젠가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 그 얘긴 "별이 떨어지면 도망쳐"라는 뜻이 아니었구나! "달아날 땐 뒤돌아보지 않아도 돼" - p.81

 

밤하늘을 올려다봐도 거기엔 밤하늘 말곤 아무것도 없지만 만약 만약에 밤하늘을 평생 보지 못하게 하는 법이 생긴다면 인간의 상상력은 쇠퇴해버리지 않을까. - p.88

 

맨날 남을 기다리게 하는 사람은 도대체 인생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그것도 인생의 일부분. 누군가의 인생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 거냐고

그건 그렇고 '시간'은 참 신기해.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잡을 수도 없어. 그런데도 "쓴다"고 말을 하지. - p.99

 

그래도 저기 창밖을 한번 봐. 저 하늘 어딘가에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있는 거잖아. 앞으로 니들한테도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길 텐데 지쳐 넘어질 것 같을 땐 하늘을 올려다보고 "드넓은 우주 어딘가에 다이아몬드가 떠 있다. 살아 있다면 그런 재미있는 얘기도 듣게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한다면 힘이 나지 않을까? - p.112

 

지구는 돌고 있으니까 그 별이 지구보다 아래에 있을 때도 있을 거잖아요. 그러니까 힘들 때는 발밑을 봐도 되지 않을까요? - p.113

 

우주 저 끝에 있는 별에 비하면 지구의 어디에 있든 가까운 거지. 이렇게 생각은 하지만 어쩌면 멀어져 가는 마음이 훨씬 더 멀지도 모른다. - p.119

 

 

/미래의 우주 달력

2014년 10월 8일 개기월식

2015년 4월 4일 개기월식 /밤 9시

2017년 7월 25일 수성식 /19시 47~48분, 서쪽 하늘이 막히지 않은 곳에서

2018년 1월 31일, 7월 28일 개기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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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꽃선비의 연인들>.

웹소설 출간작 + 시대물이라길래 꽤 기대를 하고 펼친 책이다.

먼저 적어두자면, 꽤 실망했으므로, 아래에 적을 감상이 좋진 않다.

 

 

오빠 은택 대신 남장하여 오빠 이름으로 과거를 본 여주 은하.

장원급제한 은하는 국왕의 파격적인 명령으로 도승지가 된다.

<북촌 꽃선비의 연인들>에서 도승지는 전임자들이 과로로 사직서 내는 그런 자리.

은하의 아버지 이판은 질색하지만,

후궁 김 귀인의 아버지이자 이판의 정적 좌상의 찬성으로 도승지가 되고 말았다.

은택의 행방은 찾을 수 없고,

속내를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국왕과

그의 충성스러운 신하인 내금위장 강무와 긴장감 넘치는 남장 관리 생활을 해나가는 은하.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이었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때문에 조선시대 남장물에 너무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 탓...

...이라고 보기에는, 사실 남녀 주인공이 맺어진것마저... 응? 싶을 정도였으니;;

 

꼭 시대상황에 대한 심각한 고찰 같은 걸 바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조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말들이, 뭐랄까, 공허했다.

그 시대를 살면서 그 시대의 벽을 느끼고 힘들어한다... 기 보다

그냥 그 시대는 이런 벽이 있어서 힘들어!!! 라고 다른 시대 사람이 주장하는 것 같은 느낌?

벽이 있으면 우선 거기에 좌절한다기보다 넘고자 생각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사회의 벽을, 그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이 전혀 벽으로 느끼지 않는다니...

(당당하게 부수지 못하는 거야 당연해도, 신분위장 같은 것도 확실하게 안 하고, 너무 허술하다;;)

 

사실 소문이 났답시고 아들 대신 딸이 과거를 보는 것 자체도 파격이다.

그냥 신분사칭도 아니고 국왕이며 조정을 상대로 한 사기라서

아무리 고관대작 명문가라 해도 가볍게 감당할 수 있는 건이 아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고찰이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시작부터가 가벼운데 캐릭터도 얕은 느낌이고 스토리도...;;

읽는 내내 이걸 마저 읽어야 하나 그냥 읽지 말까 고민하면서 읽었다...

 

 

검색해 보니 후속작으로 네이버 웹소설에서 <만전춘별사>를 연재중이시다.

만전춘별사 : http://novel.naver.com/webnovel/list.nhn?novelId=215393

...웹소설 연재작 중, 설정이 흥미로웠는데도 이상하게 안 읽혀서 묵혀뒀던 작품인데...

차기작을 읽을지는 고민 좀 해 본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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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태양을 삼킨 꽃 7권 태양을 삼킨 꽃 7
조아라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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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어 외전이 실려있습니다. 아스테어 시점의 외전이지만, ...렌카이저의 어머니인 클라우디아 황후가 더 인상적이네요. 사실 태삼꽃에서 제일 무서운 건 이 클라우디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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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루아 이야기 4
김연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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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어스와 오르테즈, 귀여운 부부. 전개는 여전히 느긋하네요. 드라마CD에 끌려서 얼른 구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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