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레벨 업 위드 유
선우정민 지음 / 동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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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학교에서는 아무 접점이 없는 진초록과 신제오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나 우연히 서로가 같은 학교 학생임을 알게 된다. 초록을 찾아내고 싶어하는 제오와, 제오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리고 싶지 않아하는 초록.

초록의 오랜 친구이자 제오와 같은 야구부의 강현을 통해 두 사람은 오프라인에서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지만 그래서인지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이 끌리게 된다.

제오는 온라인에서 초록을 모른 채 자신이 누군가-초록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걸 털어놓지만, 초록은 그로 인해 제오가 다른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착각한 채 졸업식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헤어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게임기획자가 된 초록이 게임광고 건으로 야구선수 제오에게 연락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재회한다.


[레벨 업 해 봤자 잡아야 하는 몬스터 레벨은 더 높아지고, 돈 모아 봤자 더 비싼 장비 사고 싶고 그러잖아. 어차피 무슨 일을 하든 만족 같은 건 없고, 힘들게 이뤄 봤자 한 번에 사라질 수도 있는 것 아냐?]

[그냥 하는 순간에 재미있고, 하고 싶으면 된 거지. 뭘 목표로 삼으면 너무 힘들어지는 것 같아. 레벨 업 하려고 눈에 불을 켜면 게임이 스트레스가 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되어 있는 게 레벨 업이지, 뭐. 너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야구를 해 봐. 어느 순간 더 좋아지겠지, 뭐.]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면 메이저리그 못 가.]

[못 가면 어때?]

[안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하고 싶은 야구 하면서 살면 되는 거지, 뭐.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닌데 좀 대충 살면 어때?]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난 대충 살기 싫거든.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좋은 스포츠 선수가 될 수 없으니까.]


미리보기가 잘 읽혀 구입했는데, 역시, 고등학교 시절 두 사람의 이야기가 좋았다. 학업과 야구라는, 종류는 다르지만 같은 무게의 고민을 짊어진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고 그 게임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 와중에 새롭게 싹트는 감정.


그리고 재회...는... 개인적으로는 좀 애매했다. (이 소설의 키워드로 원나잇이 나오는 데서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두 사람은 재회 후 갑작스러운 원나잇으로 발전(?)하는데.. 이 원나잇이 여주 입장에서는 그냥 '첫사랑 남주와의 원나잇'이지만 남주의 입장에서는 '남주가 오랫동안 사귀어 온 공식적인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에서 첫사랑 여주와 술김에 저지른' 원나잇이다. 이 원나잇 사건이 작중 여러 전개로 이어지기 때문에 스토리상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독자의 눈에도 고등학교 시절 두 사람과는 너무 달라진 사건이라 여주가 드러내는 거부감이 절절히 다가온다.


남주의 공식적인 여자친구, 여조는 남주와 연애관계라기보다 계약관계에 가까웠다. 애정보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계산했기에, 여조가 드러내는 것은 감정적인 부정이라기보다 아니라 잃을 가치에 대한 아쉬움에 가깝다. 어쨌거나 여조는 남주와의 관계를 끝내고 싶지 않아하고, 적당히 여주와 남주와 남조 사이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얄밉게 느껴지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이후 행적까지 악역이라기에는 좀 애매한, 말하자면 트리거 정도의 역할? 정도만 해서 본격적인 악역이라기엔 미묘하다.


"재오는 내 모든 장점을 가장 예쁜 각도로 비춰주는 거울 같은 사람이고, 내 모든 부족함을 자신의 열정으로 채워 주는 퍼즐의 나머지 한 쪽 같은 사람이야. 그래서 네게 너무 미안해도 포기할 수가 없어."

무거운 짐을 들고 비 오는 날 기숙사로 돌아서는 내 뒷모습을 엄마가 지켜볼 수밖에 없었듯이, 나도 강현이가 혼자서 재활을 견디고 치료를 받는 모습을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날이 오네.

"…이해해 줘."


남주와 여주 관계 속의 진짜 복병, 이미 예상했던 벽은 학생 때 남주와 동기이자 여주의 오랜 친구로서 두 사람을 만나게 했던 남조다. 여주를 좋아했으나 본인도 모르는 새 여주와 남주를 이어주는 큐피트 역할을 하고 만 남조, 강현. 사실 남주 제오보다 남조 강현의 캐릭터가 좋았다. (여주와 이어졌으면, 하고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자신이 짝사랑해온 사람과 함께하게 된 현실(심지어 알게 된 것도 사건 아닌 사건이었다)에 개인적으로도 사건이 닥쳤고, 여주에게 매달렸지만, 결국 떠나보내야 했던 사람. 그러면서 친구에 대한 의리 역시 버리지 못했다.

외전은 본편 후 시점의, 이 남조의 이야기이다.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여주가 아닌,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서 이어지게 되는(?) 내용인데, 구도상(여주를 좋아하던 남조가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도 좋고, 여주와 남주 모두에게 깊은, 좋은 친구인 남조가 힘들어하는 것보다 한 발짝 나아가 새로운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 좋았다.


전체적으로 여주 초록의 캐릭터, 그녀가 이끄는 이야기의 전반적인 분위기, 하이라이트를 긋게 한 구절들이 기억에 남는다. 한 마디로 여주가 가장 진하게 다가왔다고 할까. 가족이 있었고 새로운 가족이 생겼지만 그들과 함께할 수 없어서 이른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했던 소녀. 오프라인에서 접점 없던 소년과 온라인에서 인연을 맺게 되고, 끌리고, 재회하고, 함께하기까지... <레벨 업 위드 유>를 읽는 내내 세상을 바라보는 초록의 시선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상대적으로 제오 캐릭터에는 그닥 끌리지 않은 탓에 로맨스로 추천하기엔 좀 미묘한가, 싶으면서도 미리보기가 괜찮고 초록의 캐릭터에 관심이 간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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