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다시 한 번
시온 지음 / 에피루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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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정현우와 최사희는 사귀었고

1년, 두 사람이 헤어진 뒤 시간이 흘렀다.

현우는 법무법인 대표의 딸인 직장 동료 지연과 관계를 가지면서도 결혼에는 냉소적이고,

사희는 6개월 결혼 생활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이혼 전문 변호사인 지연을 방문하게 된다.



※스포일러 주의



어느 날 갑자기 헤어지자 선언하고 사라져버렸던 사희와 직장에서 재회한 현우.

사희와 현우의 과거, 두 사람이 어째서 헤어졌는가, 사희는 그간 어떻게 결혼을 했고 이혼하려 하는 것인가, 현우와 지연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궁금증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희를 잊지 못하고, 사희에게 다가가는 직진남 현우와 달리 사희는 고아이며 이혼녀라는 입장을 이유로 현우에게서 도망치려 합니다. 하지만 사희가 현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우여곡절 끝에 둘은 다시 재결합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신파 분위기의 재회물이예요.

남주와 여조가 법조인이라서인지 키워드에 법조계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법조계 자체가 다뤄진다기보다는, 법원 갔던/갈 사건들(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과거와 재회하게 된 현재와)이 스토리 중심 사건 역할을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법정 이야기가 깊이있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었어요.


두 사람의 관계 사이에 비중있는 조연 캐릭터는 셋 등장합니다. 읽으면서 조연 캐릭터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하는 게 많아서 사족 같습니다만, 길어졌습니다.


남주의 동료이자 여주의 변호사, 문지연. 현우를 좋아하는 지연은 그렇잖아도 현우 쪽은 지연과 일탈을 저지르긴 했어도 그 이상 관계를 진전시킬 생각은 없다는 태도인데, 옛 연인이 이혼한다며 나타나기까지 했으니... 현우 어머니를 찾아가거나 사희에게 견제를 하거나 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그러나 지연은 현우를 두고 사희와 경쟁하기 이전에 사희를 대변하는 변호사이며, 사희의 마음이 깊은 것을 안 후에는(+시어머니 될 분의 실체를 접한 후에는) 깔끔하게 물러납니다. 오히려 도움도 줍니다.


사희와 현우가 헤어지게 된 원인,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최종적인 벽은 바로 현우의 어머니였습니다.

과거에 사희가 단지 고아라는 이유로 자신의 며느리로 인정할 수 없다며, 그녀의 약점이 가족인 것을 알고 사희가 떠나지 않으면 아들 하나 없는 셈 치겠다며 돈봉투를 건넸던 사람. 지연과 함께 사희를 만난 지금도 태도는 변함이 없는데... 마지막에도 온갖 아픈 말을 쏟아내는데 기가 질리더군요.

그런데 에필로그에서는 임신해서 입덧하자마자 바로 며늘아 며늘아...출산하자 친정엄마 역할, 아이를 외할머니 몫까지 사랑해줬다는 언급까지. 사람은 변할 수 있고 사희가 그간 꾸준히 찾아갔다는 서술이 있지만 그래도 태도 전환이 너무 급했습니다. 고아라는 편견 하나로 헤어지라 돈봉투를 내밀고 고아에 이혼녀이기까지 하다고 그렇게 악담을 했던 캐릭터 어디 갔나요. 에필로그는 '사희가 인정받아 결혼식을 올렸다'가 아니라 '현우 어머니 캐릭터가 무너졌다'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아이가 고부갈등의 히든카드로 보이는 것도 좀 거북했고요.


마지막에 현우 어머니가 너무 급 돌변해서일까요. 지연이 처음에 현우를 좋아하고 붙잡으려 하고 사희에게 견제를 하나 싶더니 돌연 사희를 도운 것까지 생각나면서...

캐릭터들이 마치 사건 진행 동안은 악역을 맡아야 해서 악역인 척 굴었지만 그건 진심으로 두 사람 관계를 반대해서 한 행동이 아닌, 그냥 극에서 반대를 해야 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건가 싶기까지 하더라고요.

일관된 악역 캐릭터라면 사희의 전남편인데, 온갖 가정폭력을 자행하여 살인미수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제대로 된 처벌은 받지 않고 마지막까지 퍽 멀쩡해 보이는 게(심지어 번듯한 치과의사) 리얼하다 해야 할지.

사희와 현우의 캐릭터는 나쁘지 않았고 무난하게 읽혔지만 에필로그의 (조연의) 급반전 인상이 강해 아쉬움이 많이 남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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