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결혼이라는 건
도다 지음 / 동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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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한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집안 차이로 결국 이혼한 부모님을 보며 자란 신우.

사랑이 존재하는 결혼은 사치라고 생각한 그녀는 결혼상대에게 합리적인 동거자이길 바랐다.


동갑내기 친구 재진의 형 재희와 결혼할 때, 신우는 두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그녀를 존중할 것, 그녀 아닌 다른 여자 사이에서 아이는 불가.


그러나 남편의 오랜 내연녀, 여배우 정혜인이 자신이 아이를 가졌다며 남편을 놓아달라 한다.

그래서 신우는, 이혼하기로 결정했다.



※ 스포일러 주의



무심녀 신우와 후회남 재희의 이야기.

신우와 재희는 정략결혼...이었고, 신우 쪽은 시모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가며 재희에게 맞추어 가정을 꾸려가며 노력한 반면 재희 쪽은 내연녀와의 관계도 지속하고 결혼 전처럼 놀면서 가정에는 충실하지 않은, 뭐 한 마디로 쓰레기였습니다.

신우가 이혼을 이야기하자 당황해서 마음을 돌리려 하고, 아내가 없어지고 나서야 아내가 지금껏 해 온 바라지에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끼는 점까지 딱 평범하게 쓰레기인 후회남.


"당신한테 실망한 거 아니예요."

"당신에 대한 내 기대가 어긋난 거예요."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실망은 아니에요."

신우의 말이 꼭, '넌 기대조차 안 돼서 실망도 없는, 그런 형편없는 인간'이란 소리로 들렸다.

"재희 씨."

"우리 그만해요." - p.99


재희가 자신이 해 온 짓을 절절하게 깨닫고 신우의 마음이 굳건함을 느끼면서 두 사람의 이혼 자체는 순조롭게(?) 끝나게 되는데, 신우에게 사고가 일어나며 반전이.

3개월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신우 곁에서, 재희는 이혼 전처럼 남편인 양, 하지만 3개월 전과는 사뭇 달리 다정하게 이것저것 이벤트도 꾸며가면서 맴돕니다.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사실 재희 쪽이 답 없이 사랑에 빠져 있었던 것...

잃었던 기억을 되찾고, 신우는 다시 재희와 헤어지지만, 재희가 그야말로 죽을 뻔한 사고를 당하면서 결국 재희 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혼을 무효화한다거나 바로 재혼하는 건 아니고... 기억을 잃었을 때처럼, 찾아가기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다시 연애부터 시작한다고 하는 게 옳을까요.

사실 기억을 되찾고 신우가 재희를 좀 더 오래 외면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신우가 기억을 잃었을 때는 맘이 복잡하다곤 해도 겉으로는 신나는(필사적인?) 연애질이고 주변 사람들도 신우에게 이러이러한 사건이 있어 이혼했다고 말해서 충격을 주는 것보다 안정을 우선해서 재희가 신우와 함께하는 걸 묵인해주다 보니 본격적으로 굴렀다기엔 좀.; 그래서 재희는 구르긴 굴렀는데 좀 더 굴러도 좋았겠다 싶어요. 신우가 초반에 딱 잘라냈던 것에 비해 후반에 재희에게 빨리 돌아가는데, 완전한 재결합이 아니고 무심한 캐릭터다보니 애정보다는 동정 한 조각을 건넨 느낌이었습니다.


에필로그는 신우가 사고를 당하면서 재희가 가리려 노력해왔던 두 사람의 이혼이 결국 공식화되는 이야기고, 외전은 3년이 지나 신우가 재희의 (최소 nn번째) 프로포즈를 받아들이는 이야기입니다.

외전은... 이 커플이 어떻게 되었는가, '끝'을 볼 수 있어 깔끔하긴 한데 이야기 전체로 따지자면 애매하네요. 시간이 흘렀음을 감안해야겠지만, 독자로서는 프로포즈를 받아들이는 신우가 갑자기 바뀌어버린 느낌이라. 에필로그까진 좋았는데, 외전에 오히려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후회남을 싫어하진 않지만, 후회남이 후회할 짓을 여주에게 하는 걸 보기가 힘들어서 후회남 키워드를 읽는 걸 힘들어하곤 하는데, 이 소설은 후회남이 딱 후회하기 시작하는 부분부터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마 재희와 신우가 결혼할 때쯤, 정혜인이 여조로서 제대로 등장했을 때부터 읽었다면 이렇게 재밌게 읽지 못했을 것 같아요. 이야기가 딱히 늘어지는 느낌도 없고, 저한테는 적절한 분량으로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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