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화후(花候)
김아리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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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연화정의 행수 후보로 꼽히는 기생 중 한 명인 수연은 연모하는 사람과 초야를 치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다른 기생에게 가게 되고, 수연은 최고의 기생이 되어 연모하는 이를 되찾으려 합니다.

수연은 곧 임신을 한 것을 알게 되고, 태어난 것은 주인공 연화입니다. 수연은 연화를 아끼거나 사랑하지 않고, 행수가 되었지만 연모하는 이를 되찾지 못하고 독점욕 때문에 기방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여 연화정은 몰락해 갑니다.

연화는 전 행수 서씨에게 가르침을 청하여 기생이 될 준비를 해 왔고, 연화정의 주인인 현 주상의 숙부 정양대군이 나서면서 전 행수 서씨가 다시 행수가 됩니다. 수연은 행수에서 물러나 노비로 돌아가 일을 하며 연화는 정양대군의 아들 경찬군과 초야를 치르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 연모하지만 연화는 어디까지나 자신은 기생이라 선을 긋고, 다른 남자들도 만납니다. 경찬군 역시 집안에서 결정한 혼인을 하지만 연화만을 사랑하여 군부인을 냉대합니다. 연화는 군부인에게 질투당하고 경찬군과의 사이도 복잡해지며 고통받다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납니다. 종사관 도운은 오라비처럼 연화의 곁을 줄곧 지켜오며, 연화가 경찬군과 다시 만날 수 있을 만큼 회복할 때까지 함께하며 이윽고 연인(?)이 됩니다.


연화 이야기는 이로서 끝나지만, 한 마디로 미묘합니다.

꿈만 원대한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말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긴 합니다만 모든 사내의 꽃이 되겠다는 대사와 달리 연화의 캐릭터가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머니 수연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패악한 짓을 저지르기도 했고, 군부인과의 대치에서 나름의 자존심을 비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인상이 좀 왔다갔다한달까 '연화'라는 캐릭터가 다가오지 않습니다. 노비 커플이 드문드문 등장해서 이 커플이 연화와 연관되어 뭔가 스토리상 역할을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고...


소설 속에서 이야기가 뚜렷한 것은 오히려 경찬군입니다.

첫 여자인 연화에게 집착하고 첩이 되라 하지만 거절당하고, 그러나 서로 연모하고. 정희와 혼인하지만 경찬군이 정희에게 정을 주지 않고 오로지 연화만을 사랑하자 정희가 연화에게 질투하여 사이가 서로 삐걱거리고, 연화와 충격적인 결말을 맞고, 정희 역시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린 끝에 헤어집니다.

그리고 새롭게 홍씨와 결혼하는데, 홍씨는 정희처럼 행동하단 승산이 없을 거라며 행동을 반대로 하고 경찬군은 넘어갑니다. (정희는 이쯤되니 진짜 그냥 미움받이 캐릭터라서 밉지도 않네요;) 경찬군은 홍씨와의 사이를 연화에게 상담하고(...) 연화의 도움을 받아(......) 홍씨와 맺어집니다. 한편 연화는 도운과 마음이 오가면서 끝.


이야기 주인공이 연화라는데, 연화와 두 남주(+경찬군과 정희, 경찬군과 홍씨) 뿐만 아니라 부모 세대를 비롯해 여러 커플이 나옵니다. 연화나 경찬군, 도운이라는 주연에 집중해 읽긴 했지만 주인공 캐릭터들에 끌리는 것도 아니고 두루두루 나온 다른 조연들이 눈에 들어온 것도 아닙니다.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짧게 본인 설명+씬만 찍고 스쳐가는 느낌이랄까... 초반부터 이야기가 흘러간다기보다 뚝뚝 끊어지는 느낌에, 초반부에서 한자어를 사용하고 설명을 바로 옆에 붙여놓은 게 이해에는 편하지만 읽으면서 걸리적거렸습니다. 동양시대물을 좋아하여 끝까지 읽긴 했지만 다 읽고 나니 무슨 이야기였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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