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시월의 말 1 : 마스터스 오브 로마 6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2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평점 :
※교유서가의 서평단용 가제본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0월, 공화정 로마, 세르비우스 성벽 바깥, 마르스 평원. 그해 최고의 군마들이 두 필씩 전차에 매여 경주하고, 이긴 전차의 오른쪽 말이 '시월의 말'이 되어 의식에 따라 창에 찔려 죽임당한다. 시월의 말의 생식기는 재가 되어 건국 기념일의 제물로 바치는 빵에 섞이고, 말머리는 하층 시민 두 무리 중 어느 쪽이 이기냐에 따라 마밀리우스 탑 혹은 레기아 외벽에 매달게 된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제 6부는 '과거에의 애도이자 미래에의 전망'이라는 이 '시월의 말'을 제목으로 삼았다.
6부의 시작은 아프리카다. 카이사르와 아프리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익숙한 이름의 한 여자가 등장한다. 프톨레마이오스왕조 최후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다. 여러 수식어가 붙어 있는 인물이지만 일단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미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묘사는 사뭇 다르다. "한마디로 못생긴 얼굴이었다.(p.89)" 이후, 매력적인 여인이라기보다 어리고 무지한 소녀가 나타난다. 자신이 신의 딸이며 서방에서 온 신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잉태하여 나일의 범람을 불러오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득 찬 어린 소녀는 신을 향한 사랑에 거침없이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카이사르의 눈에 클레오파트라는 연인으로서 마음을 주기에는 너무 어리고, 이 어린 여왕을 자신이 가르치고 이끌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을 가진 것에 가깝다.
"카이사르의 병은 나을 기미가 없이 차츰 그를 약화시켰다.(p.148)" 그는 쇠약해져 가지만, 육체적으로 스러져가는 듯 보이는 것에 반해 강인한 면은 변함없다. 50만 명의 사람들을 노숙자 신세로 만들고, 여자와 아이 40만 명이 그 때문에 죽었고, 전장에서 100만 명 넘게 죽이고 100만 명을 노예로 팔았으나, "내가 한 그 모든 행동은 먼저 조약을 맺고 회유를 시도했으며 내 쪽에서는 책임을 다했다는 인지하에서 행해진 것이었소. 또한 내가 파괴를 자행한 경우 뒤에 남긴 것이 내가 가한 피해, 내가 끝내거나 망가뜨린 생명들보다 훨씬 큰 이득을 후손들에게 줄 것이오.(p.173)" 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모든 행동을 의식적으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모두 인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카이사르가 해낸 일이라 한다.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끼게 되는 대목이었다.
"다른 이들을 사면하여 법을 어기는 독재자에게 목숨을 빚지기를 거부한다. 마치 법이 그에게 그들의 주인이 될 권리를 준 것처럼. 법은 그런 적이 없다.(p.525)" 카이사르보다 한 발 먼저, 카토가 끝났다. "그 자신으로서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카이사르는 젊은 가이우스 옥타비우스를 보자마자 특별 대우를 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p.449)" 한편, 끝은 곧 시작이므로, 공화정 로마의 끝이 보이면서 제정 로마의 시작이 될 인물 역시 등장했다. 어린 옥타비우스가 이야기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방향을 잘못 잡은 자네의 기운을 올바른 쪽으로 돌려 로마에 유용한 사람이 되게. 나도, 자네도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로마라네."
"이번에 태어난 당신 아들의 목숨을 걸고, 로마의 왕이 될 생각이 없다고 맹세할 수 있습니까?"
"맹세하네." 카이사르가 대답했다. "로마의 왕? 나는 곧 사해 위의 동굴에 사는 미친 은둔자 중 하나가 될 걸세." (p.391)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그리고 카이사르의 끝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시월의 말 1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