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춘향전 - 제8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작
용현중 지음 / 노블마인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아이의 아비인 성가 양반은 아이의 흰 피부가 천지 사방으로 쌓여 있던 흰白 눈雪을 빼닮았다 하여, 백설白雪 이라는 이름을 아이에게 지어주려 하였다. 그러나 태몽을 길하게 여긴 월매가 태몽에서 강렬히 느껴졌던 봄의 향기를 담고자 춘향春香이라는 이름을 간곡히 요구하여 아이는 춘향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 p.13


어쩌면 백설이라는 이름을 가졌을지도 모를 소녀 춘향은, 출생에서부터 사람들의 입에 상처입어왔다. 성가 양반의 서녀이지만 본처의 질투로 인정은 커녕 성가 양반을 아비라고도 못 할 정도로 거짓 소문 속에 휩싸인 것이다. 그럼에도 춘향은 우리가 잘 아는 춘향전의 내용대로 이몽룡과 만나서 사랑을 했다. 이몽룡은 과거를 보러 떠나고, 서인이 내쳐지고 남인이 득세하는 시대 속에서도 준수한 문장으로 과거 급제를 해 낸다. 그러나 그가 떠난 새 남원은 춘향에게 지옥이 되어 있었다.


서인인 이몽룡의 아버지가 쫓겨난 자리에 새로이 득세한 남인, 변학도는 춘향이 자신의 적대 붕당인 서인의 아들에게 정조를 지키려 자신에게 거역하자 그녀를 괘씸하게 여겨 헛소문 속에 몰아넣는다. 그의 치밀한 모략 속에 사람들은 속아넘어가 그 입은 춘향을 나락으로 밀어떨어뜨린다. 왕비와의 갈등으로 숲 속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었던, 그리하여 난쟁이를 만났던 백설공주처럼 춘향은 숲 속에 쓰러져서 난쟁이들에게 구해졌으며, 그들을 거두어 키우고 있는 청운암의 주인, 최명관을 만난다.


목련에서 슬픔을 보았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목련이 모든 사람에게 슬퍼 보일 수 없었기에. - p.235

해도 지고 뜨는데, 바람도 불고 자는데, 자신만 멈춰 있을 수는 없었다. 춘향이 느꼈던 분노와 좌절은 이제 그저 그랬던 일이 되고 있었다. 그녀는 목련이 진들, 그것이 아름답지 않았던 것이 아니며 다시 기다리면 아름다운 꽃잎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앉은 자리에서 한나절을 생각하여 그 생각의 끝에 도달하게 됟자 춘향은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하게 별자리들도 주변의 나무들도 이전과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일어나 걸었다. - p.241

최명관이 가르치지 않았지만 춘향은 그것들을 찾아 배우며 깨달음을 하나 더 얻었다. 삶의 의미는 누가 주는 것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고 노력이라는 점이었다. 마음이 정리되기 시작한 춘향은 책을 다 배우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그날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 p.242


최명관을 만나 변화하는 춘향과 달리, 이몽룡은 변학도를 꾸짖고 춘향을 되찾으려다 오히려 당하여 변학도 아래서 일하게 된다. 춘향을 찾아내지만 춘향은 이몽룡과 함께 가길 거부하고, 최명관을 찾아온 왕이 그녀의 재주를 높이 사 궁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실 백설춘향전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이몽룡이라기보다는 변학도이다. 춘향을 남원에서 쫓아낸, 춘향의 적대자랄 수 있는 그는 춘향을 데리고 귀궁하던 왕의 눈에 띄어 조정으로 불려올려진다. 남원에서 시작된 둘 사이의 악연은 이윽고 궁에서 춘향이 왕의 여자가 되면서 폭발하고 만다. 숲 속으로 쫓겨났던 춘향은 왕의 손을 잡고 돌아왔으나 백설공주처럼 쇠구두를 꺼내들지는 않았지만, 변학도는 왕비처럼 독 묻은 사과를 내민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로부터, 새로 태어난 춘향의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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