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수 없는 배 - 세월호로 드러난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말하다
우석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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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순전히 비용적인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배에서 하룻밤을 자니까 그만큼 현지에서 1일분의 숙박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까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훨씬 싼 가격을 제시하는 저가 항공사들이 이미 많다. 숙박비를 더 지불한다고 해도 경비로 보면 더 낮은 비용으로 수학여행을 갔다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단원고 학생들은 도대체 왜 굳이 안에서 하룻밤을 자야 하는 배를 타야 했을까? - p.50

 

소설 <페스트>에서처럼 페스트가 어느 정도 잡히고, 그래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도시가 해방되는, 그런 순간이 올 것인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이 국면을 핑계로, 자신들의 숙원을 처리하고, 국가 전체를 '감시와 처벌'로 끌고 가려는 통치의 논리만 보인다. 더 이상 페스트가 없다는 선언과 함께 도시의 문이 열리는 그 봄날과는 거리가 멀다. - p.189

 

"그러나 혼자만 행복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요." 이 말과 함께 기자 랑베르가 시민 자원봉사대인 '의료대'에 잔류하기로 하고 도시를 혼자 빠져나가기를 거부하는 결정이 일어나기 직전의 순간, 우리는 그 어느 시점에 있는 것 같다. - p.190

p.6 안 쓸 수 없었다. 국정조사가 어떻게 될 것이고, 청문회는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가 너무 뻔히 그려졌기 때문이다. 결론은 정해져 있다. 정말 밝혀져야 할 것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고,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질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많은 사건이 그랬다. 사람들은 사건을 광속으로 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 있는 사람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p.45 우리는 언제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페리의 위험성을 나만 알아챘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입을 다문다. 혹은 입을 다문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일상을 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이 배를 탈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로 연결되고, 결국에는 내 자녀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된다. 우리가 `최소한의 안전 의식`이라고 말할 떄에는 `안전 수칙을 잘 지키자`는 정도의 수동적 의미여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안전 의식은 위험한 일은 위험하다고 먼저 말하는 것이다. 일어나지 않았다고 위험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탑승하지 않는`게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p.48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술 혁신이나 경영 혁신 혹은 밀수와 같은 꺼림칙한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엄청나게 싼 `착한 가격`은 존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조금만 머리를 쓰면 무엇이든 훨씬 싸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건 기본적으로 환상이다.

p.53 즉,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 사회의 가장 약자에 해당하는 고등학생들, 그들을 특정한 정치적 혹은 경제적 목표에 맞춰 투입시킨 것일 수도 있다. 결국 누군가는 그 배를 타야 했으니까.

p.89

p.101

p.129

p.137 앞으로 연안여객을 비롯한 전체적인 해상 교통 시스템을 어떻게 가지고 가야할 것인가, 세월호 이후에 발생할 게 뻔한 새로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그게 현 시점에서 우리가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일이다.

p.139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해페리호 참사로 여객선의 운항관리에서 정부가 손을 뗐고,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배의 안전관리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 이게 현재 배와 관련해서 드러난 국면이다. 그리고 아마 다음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배를 타야 하는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일본이 타다 넘긴 배를 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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