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네 살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웨토의 공동변소 관리소장이 된 놈베코 마예키는, 열다섯 살이 되어 소웨토를 떠나던 길에 사고를 당한다. 피해자임에도 가해자에게 불합리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지고, 벌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놈베코는 가해자의 노예 생활을 하게 된다. 그녀가 지닌 재치가 이미 내려진 결정-그녀의 형기를 줄여주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친 가해자-판 데르 베스타위전 엔지니어의 직장인 핵 연구소에서 수많은 지식을 흡수할 수 있게 했다.

 

<네이름이뭐더라>로 불리는 그녀는 연구소에 있는 동안 엔지니어보다도 더 원자폭탄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예정보다 하나 더 만들어진 원자폭탄을 손에 넣게 되었으며, 모사드 요원들과의 사이에서 이 연구소를 탈출하여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거래를 한다. 요나스 요나손의 유쾌한 필치는 목숨이 말 그대로 왔다갔다 하는 심각한 상황마저도 유머러스하게 써내려간다.

 

한편 홀예르는, 마치 100세 노인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그보다 좀 더 심각한 아버지 아래 태어난 쌍둥이'들'의 이름이다. 쌍둥이지만 한 명만 태어났다고 신고하여, 홀예르 1과 홀예르 2는 교대로 학교에 가며, 아버지의 사상(?)을 그대로 이어받은 홀예르 1과 달리 홀예르 2는 똑똑하지만 사회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남자이다.

 

이 '존재하지 않는 남자'와 지금은 지구 표면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사람'(p.262), 서로를 꼭 닮은 한 쌍의 연인, 그들의 주변 인물들은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놈베코와 홀예르 2는 원자폭탄을 처리하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면서도, 삶을 살아나간다.

 

「이 원자폭탄 때문에 내게 화가 나지는 않았어요?」

「뭐……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 p.221

 

원자폭탄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대량살상무기이고 단지 무기로 보기에는 너무 무서운 존재이기에, 읽으면서도 한켠으로는 무섭기도 했다. 정말로 원자폭탄을 저렇게 두어도 괜찮은가?; 하는 걱정도 좀 들었다. 100세 노인을 읽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요나스 요나손의 이야기는 여전히 재미있었다.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