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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시오리코 씨와 인연이 이어질 때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5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7월
평점 :
부제가 스포일러를 하고 있다. 뭐,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지만.
그래서 이 글은 스포일러/미리니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이스케의 고백, 지에코가 내민 손, 그리고 시오리코의 선택.
1권부터 예정되었다고 할 수 있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진전되었다. 예상했던 것이지만 담담하지만 꼼꼼한 필치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퍽 만족스러웠다. 지에코와 시오리코 모녀 뿐만 아니라, 이번 편에서는 유독 '가족'에 관련된 느낌이 진하다.
떠나간 남편을 찾기 위해 <월간 호쇼>를 팔았다 되사기를 반복하는 부인, 병상의 아내에게 가던 도중 굳이 <블랙잭>을 구입한 남편과 그것을 바라보며 이해하지 못했던 아이, <나에게 5월을>을 둘러싼 형제 간의 갈등과 가족들이 오랫동안 지녀 온 오해…….
예상했듯이, 지에코는 무서운 사람이고, 그럼에도 시오리코는 선택했고, 다이스케는 귀엽다(!). 이제 반환점을 지났다고 하는데, 초반부에서는 그림자만 비치던 지에코가 과연 이대로 순순히 물러설까 하는 불안감도 살짝. 모 인물의 재등장도 겹쳐, 과연 6권은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일지,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한 권이었다.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뻤어요."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분명히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어요……. 지금까지 제 말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거든요. 글자로 된 누군가의 말들에 둘러싸여있는 편이 훨씬 좋았고요."
가격을 매긴 문고본 표지를 가녀린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사랑의 행방The Abortion』, 신초문고. - p.13
"어떤 사정으로 도망친 사람이 자신이 찾아낸 곳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바람……,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도망친 사람이 있으면 남겨진 사람도 분명 존재해요. 남겨진 사람의 마음도 생각해줘야죠." - p.78
"지어낸 이야기 안에만 담을 수 있는 마음도 있는 거예요. 만일 세상 모든 게 현실이라면,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 인생은 너무나 쓸쓸할 거예요……. 현실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이야기를 읽는 거예요. 분명 신야 군 아버님도 그러셨을 테고요." - p.191
"모르면 대답할 수 없는 일도 있어……. 어떤 답을 할지 정했더라도."
"그게 뭐야, 무슨 뜻인데?"
시오리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지켜봐온 나는 안다. 답을 피하는 게 아니라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한번 그렇게 느끼면 시오리코는 절대로 입에 담지 않는다.
나는 턱을 괴고 눈앞의 친구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머리는 좋지만 맹한 구석이 있고, 내성적이고 고집불통에 세상살이에도 서툴다. 가끔 뭔가 비밀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고민할 때는 항상 진지했다. 얼버무리거나 적당히 둘러대지 않았다. - p.201
"빛나는 계절에 누가 그 돛을 노래했는가. 찰나의 나에게 흘러가는 시간이여……." - p.247 5월의 시, 데라야마 슈지
"네? 왜 날 두고 떠난다는 겁니까?"
...
"그게 아니라, 나도 같이 가면 되잖아요." - p.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