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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ㅣ 파랑새 사과문고 64
김소연 지음, 김동성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6월
평점 :
"부모님 만나러 올 때 신으면 되지. 나도 네가 준 꽃신 신고 부모님 만나러 갈 거야." - p.39
「꽃신」김소연, 파랑새(2008)
표제작 <꽃신>을 비롯해 <방물고리>, <다홍치마> 등 세 작품이 실려 있는 동화집이다. 책 표지가 참 고와서 집어들게 되었는데 별로 굵지도 않아(작가의 말 포함 155페이지) 금세 읽었다. 그림도 곱고 글도 곱고, 예쁘다가 아니라 곱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 동화들이 모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그럴까.
표제작 <꽃신>은 기묘사화를 배경으로, 아마도 사림파인 부자가 역모에 휩쓸린 날 우연히 절 나들이를 와서 변을 피하게 된 모녀가 등장한다. 어머니 현씨 부인은 집으로 돌아가지만 딸 선예는 절에 남아 몸을 피하게 된다. 집 안에서만 머물어 바깥외출을 못한 반가의 규중 아씨 선예는 이 나들이도 큰맘 먹고 나온 것. 끌려간 아버지며 오라버니에 길 떠나신 어머니 걱정, 강원도 두메산골로 떠나야 하는 앞날이 그저 깜깜하다. 그런 선예가 머물고 있는 절에 부모님 위패를 모시고 공양하는 또래 소녀 달이가 나타난다. 홀로 사는 달이, 혼자가 되어 버린 선예(유모가 함께지만)… 두 소녀가 서로를 이해해가고, 꽃신과 정말 꽃으로 삼은 신을 교환하는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았다.
<방물고리>는 보부상 일화에서 글감을 얻어왔다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병든 어머니를 모시며 살아가는, 조선시대 평민 하면 떠오르는 곤궁한 삶을 어떻게든 억척스레 이어나가려는 당돌한 여자아이가 나온다. 욕심 많은 친척들이 집안 어른이라며 집문서를 가져가고 멋대로 시집까지 보내려고 하는데, 주변에선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다. 결국에 제가 키운 돼지를 판 돈으로 방물고리를 마련해 험할 보부상의 길로 나아가는 아이는 참 당차고, 한편으로 서글프다.
<다홍치마>는 숯장수 소년보다 사실 귀양와서 귀천을 따지지 않고 귀양지 소년들의 스승 노릇을 하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모델인 분이 더 인상깊었다. 섬으로 귀양갔다는 말에는 정약전 선생인가 했지만; 정약용 선생에 대해 알고 있으면 어딘가 익숙한 향기를 느낄 지도. 물론 어디까지나 역사 속에서 글감을 따왔을 뿐 역사 동화라기보다 역사'풍' 동화이기 때문에, 허구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겠다. 선예의 아버지나, 다홍치마의 스승님은 완전한 실존 인물은 아니라는 것(실제로 정약용 선생과 정약전 선생의 행적이 섞여 있고).
검색해보니 아이들에게는 한 초등학교 5학년 즈음이 권장연령인 듯싶고,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동화. 이런 동화는(역사 동화가 아니라 역사풍 동화) 처음 접하는 거라 신선했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을 다시 읽고싶어져서 찾아보면 구할 수 없는 게 많은데, 이 책은 오래오래 남아줬으면 하고 바라본다. :-)
/1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