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질은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포스티나가 앨리스를 미워한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약한 자가 강한 자를 미워하며 자신의 나약함을 '고상하다' 하고 상대방의 강함을 '상스럽다'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적을 직접 공격할 수 없는 이들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상상 속 세계에서 적을 치려고 한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곧 그가 말살되기를 원하는 것인데, 인간을 말살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즉, 죽음뿐이다. - p.170~171
"그래서 혼자 왔군. 그런데 죽음이 포스티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기젤라가 천천히 되뇌었다.
"죽음이……. 어떤 형태로?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해?" - p.291
심리 서스펜스와 본격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화라고 하는데, 추리보다는 심리 면이 강하다. 읽다보니 어느 정도는 트릭을 눈치채서, 분위기에 몰입되지 않아 좀 설렁설렁 읽었던 것 같다.;
"본 검사는 저기 앉아 있는 스콧 헨더슨을 아내 살인죄로 기소합니다.
죗값으로 그의 목숨을 요구합니다.
이상입니다." - p.117
"듣지 않으려 하고 믿지 않으려 하는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건대 저는 결백합니다. 저는 결백합니다. 배심원단이 수백 번 같은 결론을 내리고, 법정에서 수백 번 재판이 열리고, 전기의자에서 수백 번 사형 집행을 당하더라도 아닌 건 아닌 겁니다." - p.122
"자네가 무죄인 것 같아서. 내 생각일 뿐이라 자네한테나 나한테나 전혀 아무 도움이 안 ㅗ디겠지만. 아무튼 나는 헨더슨, 자네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 p.127
"교훈이 필요하면 하나 만들어 줄까? 모르는 사람과 절대 극장에 같이 가지 말 것. 가게 되더라도 얼굴은 똑똑히 기억할 것." - p.408
그 명성에 비해(...) 참 늦게 접한 소설, 환상의 여인. 그런데 그 명성인 3대 추리 소설이라는 건 근거 없는 이야기였고, 추리소설이라 하기엔 힘든 범죄소설이었다. 그래도 한번쯤 읽어볼 만한 소설이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