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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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근대 현악기 월금과 섬 형태가 닮아 '월금도'라 불리는 작은 섬에는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의 후예라 칭하는 섬 최고의 자산가 다이도지 가문이 있다. 다이도지 가문의 후손인 고토에는 월금을 켜는 아름다운 아가씨로, 쇼와 7년 섬을 방문한 학생의 아이를 가져, 8년에 여자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19년이 흘러 쇼와 26년, 고토에의 딸 다이도지 도모코가 만 18세가 되는 해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뱃속에 있을 때 친부를, 다섯살 때 친모를 잃은 도모코는 만 18세가 되었을 때 도쿄에 있는 의붓아버지의 곁으로 가서 살게 된다. 그런데 그녀를 월금도 밖으로 불러내서는 안 된다는 경고장이 날아든다. 위기를 느낀 가노 변호사는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동행을 부탁한다. 그리고 도모코가 섬을 나온 순간, 정말로 그녀의 주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야기는 예전 도모코의 친부가 남긴 편지, 그가 죽은 사건에까지 얽혀, 긴다이치 코스케도 한 발짝 남기고서 죽음을 마주하게 되는 피투성이 참극으로 전개된다.


지금까지 요코미조 세이시 하면 떠올리는 강렬함이 조금 덜한 작품. 물론 2대에 걸쳐 모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질척질척하기까지 한 애정의 굴레, 핏자국을 남기고 봉인된 방, 예전에 일어났던 사건과 현재의 사건과의 관계, 음습한 경고문 같은 건 여전하지만. 책을 읽으면서도 여왕벌로 묘사되는 도모코의 외모나 그녀의 변화하는 분위기, 월금 형상의 섬, 가부키 공연 등 시각적으로 배경이 화려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영상화가 가장 많이 된 작품이라고 한다. (책 해설에 나와 있는 각 영상의 배역을 맡은 연기자 비교 : www7.ocn.ne.jp/~yokomizo/haiyaku/jououbati.html)  

이 작품을 읽으며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본연의 추리만큼이나 도모코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신경쓰였다. 도모코 친부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 변장을 하고 도모코 주변에 출몰하는 정체불명의 노인 등. 긴다이치 코스케는 역시나 "많은 사람이 살해당한 후에 처음부터 그 사람을 주목하고 있었다니 도리로도 할 말이 아니니까요." 라는 대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실제로 범인은 추리해내기 꽤 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왕벌 도모코의 주변을 맴돌다 죽어간 남자들만큼이나 사건 해결도 여왕벌의 존재가 없어서는 안 될 거라 생각되는 전개라, 역시 이 소설에서 제일 인상깊은 건 도모코라는 캐릭터 자체다. 후일담도 그런 의미에선 만족했다(도모코의 상대에 대한 조금 남은 불만은 차치하고). 좀 불안하긴 하지만 결말은 어쨌든 여왕벌에게 있어서는 그나마 최선의 해피엔딩(?)이랄 수도 있겠다. 

전체적으로 추리 드라마적 요소들을 잘 섞어담아 깔끔하게 써낸 작품이란 느낌이다. 적당히 강렬하고, 적당히 음습하고, 적당히 재미있고. 추리소설에서 추리보다는 '소설'적 면이 좀 강조된 것 같지만, 그게 괜찮다면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특히 도모코같이 특징적인 캐릭터에, 분명 글자를 읽어내려가고 있는데도 캐릭터들이 영상으로 움직이는 것 같이 느껴지는 이미지적 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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