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아이 - 하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세 사람은 바위 봉우리를 내려갔다.
지금부터 사람을 죽일 생각이었다. - p.31 

서장. 열두 살, 한 명의 소녀와 두 명의 소년, 세 아이들은 산을 오른다. 위험천만한 사슬에 몸을 의지해 하늘을 바라보는 그들은 산 정상에 오르면 구원이 주어진다는 말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구원은 없었고, 실망한 아이들은 산을 내려간다. '지금부터 사람을 죽일 생각'으로.
다음 장, 17년이 흘렀다. 스물아홉 살, 구사카 유키는 간호사가 되었고 나가세 쇼이치로는 변호사, 아리사와 료헤이는 형사가 되었다. 먹고살 만한 직업을 가지고 주변의 평가도 나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 하지만 1979년 5월 24일, 에히메 현립 후타미 소아 종합 병원 '동물원'에서 시작되었던 그들의 과거는 사라지거나 잊혀지지 않는다. 1997년 5월 24일, 재회한 그들은 세 사람의 옛 병원 생활과 그들 간의 미묘한 감정선, 과거를 파헤치려는 유키의 남동생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 등으로 또다시 뒤틀리기 시작한다.

주인공들은 보호의 울타리가 되어야 할 가정이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보호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홀로 고립되어 깊은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다. 상처받은 아이가 자라나면 어떻게 될까.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몸이 자랐다고 해서 그들은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제목대로 그들은 '영원의 아이'다. 어린 시절에 입은 상처가 얼마나 아프고 충격적인지, 어린이란 얼마나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지, 그것을 가정에 전적으로 맡길 수 있는지. 세 사람을 보면서 느꼈다. 더 슬픈 것은 이 책이 나온 것은 1999년대, 지금은 2011년. 십 년이 넘게 흘렀는데 유키와 같은 영원의 아이는 아직도 태어나고 있다. '가정 환상'은 유효하듯이. 작중에서 료헤이가 말한 것처럼 "스스로는 화내지 못하는 어린애나 스스로를 탓하고 마는 피해자 대신, 사회가 얼마나 진심으로 화내 주느냐"는 것도, 회의적이다. 

소재도 그렇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정상적이지 않다. 상처를 삼키고 평범해지려는 사람, 번듯한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곪아가는 사람, 사는 것에 힘껏인 사람……. 읽는 내내 상처받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쓰렸다. 담담하게 책장을 넘기면서도 모든 사람이 아파하는 것이 어떤 의미 소설이고, 어떤 의미 지독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다 읽은 후에도 마냥 무겁고 우울했다. 뭐라고 써야 할 지 감이 안 와서 리뷰도 다 읽고 며칠 지난 뒤에야 쓰고 있다. 다시 펼쳐보기에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은 이 소설을, 한번쯤은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분명 우울하고 읽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이 이야기는 다만 소설로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멀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 존재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므로.

/1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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