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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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사형 집행서 발부를 고등법원에 신청합니다." - p.38

제 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13계단'. 일본에서는 사형집행에 필요한 단계도, 죄수가 사형장을 오르는 계단도, 똑같은 열세 개라고 한다. 이 13계단 앞에 선 사형수 사카키바라 료는 부부 두 사람을 살해한 사건의 범인으로 사형을 언도받았지만, 당시의 기억이 없어 원죄의 가능성이 있었다. 그의 원죄를 밝히기 위해 익명의 의뢰인은 거금을 내걸었고, 교도관을 그만두고 빵집을 개업하려는 난고 쇼지와 상해치사로 형을 살고 교도소에서 나온 미카미 준이치는 수사에 나선다.

사형제도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라는 질문에, 이러이러해서 찬성 / 이러이러해서 반대 정도는 대부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3계단을 덮은 뒤에는 찬성/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사형집행제도 그 자체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만약 누군가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워 사형대로 밀어냄으로써 간접적으로 사람을 죽이려 했다-교수형을 살인 흉기로 사용했다면, 그것은 살인미수죄인가? 잔혹한 범죄로 사형이 마땅한 자라고 해도, 국가의 이름 아래 사형집행 버튼을 누르게 될 교도관의 행위는 심정적으로 어떤지? 사형수들의 감방, 통칭 제로 구역에 대한 묘사도 그에 추격을 더한다. 사형을 선고받아 매일 아침마다 발자국 소리에 숨죽이며 떠는 그들은 하루하루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갈까? 그들을 동정한다면, 고통스럽게 죽어간 피해자는 어떤가? 가해자의 죽음은, 피해자에게 위로가 될까?

난고는 교도관으로서, 준이치는 상해치사로, 같은 나이에 사람을 죽였다는 공통된 경험을 지녔다. 결코 편하게 잠들지 못하는 두 사람의 밤은 어떤 이유로든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대한 무게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카키바라 료의 사형 집행서가 한 계단 한 계단 밟아올라가는 것을 초조하게 바라보며 두 사람은 수사를 계속한다. 십 년 전, 사건이 일어난 마을로 가출했던 준이치의 과거와 맞물리면서 사건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다만 이번 사건을 통해서 사형私刑을 허용해 버리면, 복수가 복수를 부르며 끝없는 보복이 시작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누군가가 대신해줘야 하는 거죠. 교도관 시절에 난고 씨께서 하신 일은, 적어도 470번의 집행에 관해서는 옳은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p.367

사형死刑과 사형私刑. 반전에 반전을 뒤이으며 이 작품의 끝에 다다랐을 때, 심사위원 네 명의 만장일치로 수상이 결정되었다는 해설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수의 원죄를 밝히기 위한 추리 전개,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 사건의 반전, 이야기로서의 재미 속에 잘 녹아들었지만 생각할 거리 또한 충분하게 던져준 사형집행제도. 정말로 나무랄 데 없는 추리 소설 한 편이었다.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답다! 는 한 마디는 추천사를 갈음하기에 부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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