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의 이해
윤인완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문화콘텐츠의 이해. 윤인완 작가의 장편을, 김지혁·유현·변병준·최경아·서문다미·NANO·요요 일곱 작가가 작화를 맡아 단편으로 그려낸 단편집이다. 실려 있는 작품은 유현의 <격동 560년> 변병준의 <동화> 최경아의 <거홀화> 서문다미의 <exosphere> NANO의 <명도> 요요의 <고양이들의 거리>. 차례로 국학/실제 사건/중화권 문화/천문학/불교의 저승관/서양역사를 콘텐츠로 활용했다고 한다. 각 단편의 줄거리에 대해서는 이쪽을 참고.




수록된 단편을 모두 읽었는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NANO의 <명도>였다. 지하철이 막 들어올 때, 장난하던 소년들에게 밀린 어린 여자아이가 지하철로 떨어져 죽었다. 여동생을 잃은 주인공은 어머니까지 자살하면서 모든 것을 빼앗겼다. 어른이 되어 범인을 만나 복수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그와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그대로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철의 인명사고를 들은 남자가 여자에게 "괜히 옆에 있다 잘못되면 덤탱이 쓰게 된다구… 그 놈의 꼬맹이 때문에 내 학창시절은 아주…" 라고 하는 말을 듣고 그를 더욱 원망하게 되고, 죽는 것보다 더한, 소중한 사람을 잃는 슬픔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해 투신자살한다.

분명 남자는 직접 아이를 밀지 않았다. 불행한 사고에 우연히 엮인 남자도 나름대로 마음고생을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른다고는 해도 피해자의 유족 앞에서 그런 말을……게다가 직접 그 장면을 지켜본 주인공이었는데. 그 대사에서는 읽고 있던 독자 입장에서마저 싸해졌다. 그 말만 아니었다면 주인공은 행복해질 수 있었을지도 모르고, 설령 복수하려고 해도 자살이 아닌 다른 방식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택한 건 그녀가 남자의 말에 그만큼이나 상처받았다는 것이 참 아프게 느껴졌다.

죽은 주인공의 앞에는 명도, 사자死者들의 길이 열렸다. '죽으면 편해진다고 누가 약속이라도 하던가요?' 난 아직도 이렇게 아픈데, 라고 외치는 주인공에게 냉엄한 선고가 떨어진다. 문득 괴로움이나 실패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 여겨 자살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이 작품은 죽음 역시 삶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홀로 저승으로 떠나건, 미련 많은 이승으로 돌아가건…… 오히려 가능성을 없애고 방관과 후회만 한다는 점에서 죽음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명도>의 후기에서 이 작품은 '자살이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일본에서 자살을 소재로 한 단편을 구상해 달라 부탁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후기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도망치지 말고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죽음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여섯 편의 작품들 가운데서 한 작품에 대해서만 마음껏 스포일러를 적어가며 감상을 썼다. 그 외의 단편도 물론 나쁘지 않았다. 만화 단행본치고 비싼 축에 드는 9000원짜리 책이지만, 알찬 단편들에 모든 수익금이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우물 짓기 사업에 쓰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 권쯤 사서 읽어도 후회는 없을 작품이다. 화려한 작가진의 명성만큼 멋진 작품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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