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2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3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2권을 덮은 순간의 감정은 '꺅' 정도.

1권을 읽었을 때는 심드렁했다. 심드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말 그대로 1권은 서장이었기 때문이었구나 하고 이제야 이해한다. 어려서 아직 몰라, 라고 해야할지 패기 넘치는구나, 라고 해야할지 분간이 가지 않는 주인공 다쿠미. 결벽적이고 도도하고, 온 몸으로 세상에 부딪치는 것 같은 소년은 2권에서도 여전하다. 아니, 2권에 들어서서야 그 진가가 드러나는 것 같다. 학교와, 야구부와, 어른과, 선생과, 사람들과, 심지어 배터리인 나가쿠라 고 소년과도 '부딪치고'있다. 고의 대사를 빌려 "정말 말도 안 되는 놈을 만나고 말았어"라고나 할까.

[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서 고가 곁에 있어주기를 바랐다 ] - 92p
다 쿠미의 생각. 고가 다쿠미의 공을 [ 내 공이야. 나만이 받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공이야 ] 라고 느끼는 것과 비등한 무게로, 신기한 관계다. 야구는 물론이고 스포츠랑 인연이 없어서인가, 배터리를 짠 지 한 달 남짓 되었을 뿐인데? 라고 되물어볼 정도로 두 소년의 관계는 신기했다. 단지 공을 던지고, 받았을 뿐인데. 그들의 관계는 매우 오랜 세월을 묵혀내온 것 같다. 고작 한 달인데. 이것이 스포츠의 마력인지, 야구의 매력인지. 2권 내내 그들의 관계는 결벽적일 정도로 서로에게 얽혀 있다. '대단하다'는 감상. [ 부부 싸움 ]이라는 비유가 딱이다ㅠㅠ;

학교에 나오면서 동급생으로 제일 특기할 만한 부외자 캐릭터는 야지마 마유. 선도부원으로서 기존의 체제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야구부에 있어서 하라다 다쿠미의 존재와 조금 닮지 않았나 싶다. 다쿠미 또한 마유에게 자신을 이입 - 혹은 동조 - 하려는 양 감정을 느끼고 있고. 남녀 엮어서 장난치는 거야 중학생의 일이고, 이 둘은 이성이라기보다는 '친구'구나 하는 정도... 아, 물론 본문에서는 그리 특기할 정도로 전개가 나오진 않았지만; 전개된다면 이렇게~란 정도일까.

도무라 감독의 허세는 제법 느끼는 것이 많은 이야기다. 이 소설이 어째서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두었는가를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이의 무서움. 어른은 모르는 아직 풋풋한 '힘' 정도라고 해둘까. 여하간 그런 가능성을 섣불리 재려 하지도 말고, 감히 다듬으려고 하지도 말고. 결국 지도자에게 기대되는 건 '지켜볼 수 있는, 믿어줄 수 있는'정도가 아닐까? 다쿠미 할아버지의 평가와 감독의 평가는 꽤 상반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하라다 다쿠미라는 소년은 멋지게 나아갈 거라고 믿는다.

[ 나…… 그런 치졸한 야구는 하고 싶지 않아. 내 공만 봐주기를 바라. 그렇지 않으면 그냥 부서지고 말 것 같은 기분이 들어.
- 부서져? 뭐가 무서져.
뭐라고 할까, 나를 믿을 수 없게 되고 말 거야.
- 뭘?
나 자신. 내 공을 내가 믿지 못하면서 시합에 나갈 욕심으로 시키는 대로 한다면 그걸로 끝장이야. 난 믿고 싶어. 오토무라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도 내 공의 힘만으로 시합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공의 위력만으로 레귤러가 될 수 있다고……. 어이, 고. 나, 자만에 빠져 있고 자기도취가 심하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 그건 그래.
나 스스로를 믿을 수 없게 되면 어쩐지 서글픈 기분이…… 부서진다는 것은 내가 나를 믿을 수 없게 된다는 말이 아닐까? 그럼, 서글프잖아. 그런 거 잘 모르겠지만. ] - 184p

그런 의미에서, 음. 주인공의 편일 수밖에 없는 독자의 심정으로는 피흘리는 다쿠미를 보면서 마음이 좀 아렸다. 부당한 것을 덮으려고 하는 교장의 말도 그렇고. 배터리에서의 학교는 정말 나쁜 의미로 '전형적'이다. 부정적인 그림자, 획일화를 꾀하며, 모순을 끌어안고 권위로 억누르는.
 
[ 내일은 모르겠지만……나도 야구를 하고 싶으니까 ] - 328p
가이온지가 한 말이지만 이건 지금 야구를 하고 있는 소년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다쿠미가 시합에 나가지 않아도 돼, 라고 했던 것도... 그에 대해 고가 화났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다쿠미는 단지 야구를 하고 싶었고, 고는 그 야구가 시합으로 완성된다고 믿은 거니까. 쓰고보니 결국은 다들 야구 바보로군...;

덧붙여, 아무리 체격을 알아본다고 하는 이유라도 전신을 공중의 면전에서 다 훑어내리는 모습에 뜨악했다. '닛타스타스가 무슨 변태 집단 같잖아'라고 말하는(그 말이 나오기까지의) 아이들 모습...은 이 소설 아동 대상이라고? 응?;;;

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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