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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고십팔랑 (총9권/완결)
희행(希行) / 답인(答人) / 2021년 9월
평점 :
남편에게 내내 냉대당한 끝에 휴서를 받고, 성공한 남편과 다른 여자의 혼례행렬 앞에서 자진한 고십팔랑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시절로 회귀한다. 억울하게 죽은 어머니와 오빠를 구하고, 남편에게 복수하여, 이번에야말로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고, 새로운 길을 나아가던 중 과거에는 몰랐던 진실이 찾아오는데……
작가님의 전작 교랑의경을 재미있게 읽었고, 회귀복수물 종류를 좋아해서 초반부만 읽어보고 세트를 질렀는데 복수보다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회귀에 중점을 둔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회귀했다고 해도 회귀 전까지는 가지지 못했던 능력이나 정보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고승이 묘한 말을 해오고, 이전과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이 길도 쉽지는 않고... 회귀 전 여주는 그 시대 표준적인 여성으로 내내 휘둘리다가 죽은 반면 회귀 후에는 작정하고 고슴도치처럼 굴어서 주변이 '쟤는 건드리면 안 돼' 할 정도로 막 나갑니다만... 사이다라기엔 지금까지 읽어온 중국 회귀복수물에 비하면 좀 맹맹한 느낌...
여주는 후에 혼인하고, 아이도 낳지만, 이 작품을 로맨스라고 보기에는... 그냥 여주원탑물에 가깝습니다. 썸도 타고 여주 회귀전 남편을 비롯해 여주에게 호의를 보이는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지만 남자 캐릭터 중에는 여주의 스승이나 여주 친오빠, 일족 오빠 등의 존재감이 더 커요. 여주 남편이 되는 캐릭터보다(읽다가 누구랑 결혼하는지 궁금해서 검색해 봄...) 여주가 살려서 운명을 바꾸었다고 언급되는 모 남조(마지막에 이 사람이 여주와 만났을 무렵으로 돌아가는 외전이 있는데 로맨스로는 이쪽 버전이 더 흥미진진할 듯)가 로맨스로는 더 기대되기도 했고요. 여주의 남편은 여주를 사랑하고 그녀의 삶을 존중해줍니다만... 작중에서 여주가 표준적으로 아버지, 남편, 아들에게 의지하는 여자의 삶을 거부한 이상 결혼을 묘사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고 아쉬움이 남네요. 개인적으로 기대한 만큼은 아니어서 별 세 개지만, 어쨌든 잘 읽히긴 했기 때문에 별 네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