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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담벼락 헌책방 ㅣ 담벼락 헌책방 1
물빛항해 / 로코코 / 2018년 10월
평점 :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는 할아버지로부터 헌책방을 맡은 담희. 첫 손님은 담희가 어릴 때 좋아하던 책, 첫사랑 캡틴 로이드를 사 간다. 이웃의 브런치 카페 사장의 동생으로, 책방 단골이라서인지 계속해서 마주치는 그 남자― 현채운. 그리고 직장 선배에게 소개받은 유도하. 건축사무소 설계팀에서 근무하는 그는 '기억을 오래 남길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담희의 말에 호기심을 가지고 소개를 부탁했고, 계속해서 그녀에게 호감을 보인다. 하지만 담희는 채운이 신경쓰이고, 채운 역시 갑작스레 담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는데……
책을 소재로 한 이야기, 서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같은 것을 좋아해서 거의 망설이지 않고 구입한 <담벼락 헌책방>.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매했습니다.
서점 주인 여주는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남조와, 어째서인지 계속 부딪치는 남주 가운데 남주 쪽에 마음이 기울어집니다. 남조를 거절하고 남주를 선택하는 게 대략 이야기의 절반쯤 온 시점인데, 남주 감정이 너무 빨리 변한다는 느낌입니다. 여주 시점에서 남주가 신경쓰이다 끌리게 되는 건 이해하는데, 남주가 까칠하다가 여주한테로 감정을 기울이게 되는 게 너무 갑작스러워요. 오히려 단정하게 호감을 보내오던 남조가 여지없이 차여버린 게 불쌍했습니다.
남주와 여주가 이어지고 나니, 이제 또 새로운 방해물이 등장합니다 초반부터 남주와 결혼할 여자라고 등장해있던 화란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헤어져라, 그것이 채운을 살리는 길이다' 라고 말하는 그녀. 그리고 채운의 충격적인 고백.
배경은 여전히 현대인데 갑자기 판타지 요소가 뛰어들어옵니다. 판타지적인 인물, 판타지적인 사건. 부분부분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이건... 이라는 생각이 드문드문 들었어요.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캐릭터들을 좀 더 깊게 조명하고 에피소드도 좀 추가되어 한 권짜리가 아니라 좀 더 긴 장편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제목에 책방이 들어가고 여주가 책방을 운영하여 책방이 꽤 많이 등장하고 주연 두 커플 외의 등장인물들이 책방 손님인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고 리뷰를 쓰는 현재 이걸 책방 로맨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책방이 나오긴 하는데 본격 책방 이야기는 아닌 듯한... 전체적으로, 초반부 분위기로 기대감이 커서 자연히 후반부 아쉬움도 커진 것 같습니다. 초독한 현 시점에선 무어라 딱 잘라 평가하기가 애매한 소설이이에요. 별점은 고민하다가 세 개에 가깝지만 요소요소가 좋았고 작가님의 첫작이시라 차기작을 기대하는 의미에서 넷으로.
제일 기억에 남는 게, 할아버지가 과거 이별을 고하며 건넸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찾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당신의 베르테르이지만 알베르트는 아니니, 당신의 알베르트를 찾기 바란다'는 메시지가 적혀 있는. 찾아낸 책의 마지막 장에는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해 자살해 버린 베르테르도, 롯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결혼한 알베르트도 원하지 않으며, 그냥 당신을 원하며 영원히 기다리겠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책을 보내고 군대를 갔는데, 돌아와보니 책이 와 있어서 편지를 되돌려보내고 완전히 잊겠다는 뜻이겠거니 했는데 사실은 답장이 있었던 거죠. 교훈 : 책이 오갈 때는, 특히 그 속에 메시지를 적었다면 첫 장부터 끝 장까지 꼼꼼하게 살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