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이 떡락하는 장면에서 두려워져 한참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어릴적부터 이야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장면을 잘 지켜보지 못했다. 드디어 고백하는 장면이라던가, 최후의 일격이라던가. 캐릭터에 몰입해있는 상태라 이야기가 최고조에 이르면 두근두근 내 가슴도 뛰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던 결말이 아니라서 좋았다. 직장인들의 모험담이라 충분히 부를만 하다. 아 3년전 이더리움을 사모으던 그대가 떠올랐다. 그대도 달까지 갔으려나.
넌 무엇을 기대했나? 스토너씨는 죽기 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도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난 인생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방향을 잃어버린 요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고싶은 것이 많아 행복하다. 정신없이 바쁜데 이렇게 바쁘게 살아도 되나 싶다. 사랑하고 싶은데 내 안에서 사랑이 사그라지고 만다. 다만 조금씩 나은 ‘나’가 되어가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내가 되고싶은 내가 될테다.
글을 읽으며 찐웃음이 푸하하 터져 나오는 것은 흔한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얕잡아 보던 국내 축제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더니 예뻐보이더라는 결론은 아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있긴하더라.
틈새의 시선이 담긴 이런류의 책들이 좋다. 어제 영국의 학교에서 학교폭력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처리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책과 이어진다. 다국적기업이 세상을 지배하고 지구는 24시간 연결된 ‘촌(village)’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참 다르다. 엠파시의 시대다. 그리고 이 책은 엠파시의 시대에 적절한 주제도서다.
여름이 끝나가는 지금과 어울린다. 한가한 방학 중 바닥에 벌러덩 누워서 읽었다. 한 단편이 끝날때마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군.” 혹은 “아 여름이 이렇게 끝이라니.”라는 굳이 해도 하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는 말들을 했다. 표지처럼 여리여리 아름답고 슬프고 우울하고 조금의 희망이 느껴지는 소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