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으로 여유될 때 천천히 읽었더니 온전한 책 1권이 주는 통일된 무언가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남주의 ‘현남 오빠에게’, 최은영의 ‘당신의 평화’, 김이설의 ‘경년’은 단편으로서 재미가 컸다. 책을 읽으며 내 삶에 있을 수많은 결정들을 섣불리 하지 않겠다고 결심해본다.

89p 결혼을 하지 않으면 외로울 것이라고 왜 그리 섣불리 확정지었을까. 다수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삶도 있다는 걸 왜 인정하려 들지 않았을까. 결국 나나 진아나 똑같았다. 각자가 알아서 선택한 삶이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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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p 그것이 괴롭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여전히 추상적인 존재였다. 이 세상의 재물은 그 소유자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반대로 내게는 그것이 내가 어떤 사람이 아닌가를 가리켜 보였다. 나의 존재는 단단하지도 한결같지도 않았다. 나는 아버지가 한 일을 장차 계승할 자도 아니었고, 강철 생산에 필요한 자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나는 혼이 없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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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p “Omne animal triste post coitum” 즉 ‘모든 짐승은 교미를 끝낸 후에는 슬프다.’

56p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세계가 어떻게 있느냐가 신비스러운 것이 아니라 세계가 있다는 것이 신비스러운것이다." (6.44) 《논리 철학 논고》(1921)의 후반부다. 그리고 그는덧붙인다. "실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스스로를 드러낸다. 그것이 신비스러운 것이다." (6,522) 이 철학자가 반대할지도 모르겠지만, 문학의 언어만큼은 그 ‘스스로 드러남’의
통로가 된다고 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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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p 글쓰기는 ‘독립하되 고립하지 않는 삶’의 양식을 조형하려는 이들에게 주어진 생산적 삶의 가능성이다.
-김영민-


70p 가장 강력한 지배는 사람들에게 어행과 독서를 금지하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독서 이전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정희진-

83p 홍대 앞 유명한 북 카페에도 써 있는 카프카의 말.
“우리는 불행처럼 우리를 자극하는 책들, 다시 말해 우리에게 아주 깊이 상처를 남기는 책이 필요하다. 이런 책들은 우리가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느껴지고, 사람들로부터 격리되어 숲으로 추방되는 것처럼 느껴지고, 심지어 자살처럼 느껴질 것이다.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 나는 이렇게 믿고 있다.”

130p 아무렇게나 끄적거리고 시를 토하며 ‘이것이 나다’라고 외칠 수 있는 어떤 영역, 한 점을 찾아 헤맵니다. 제가 그저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 자신에게 증명하기 위해서
-체사레 파베세-


154p 문장 깊숙이에는 프로이트나 라캉이 말하는 ‘언어의 환각’같은 그 무엇이 있다.
-롤랑 바르트-

155p 이는 일종의 백팔 배를 하는 심정과 비슷한데 의식의 따라감은 없고 관절의 움직임만으로 시간이 채워지는 충만함이 좋다.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빠뜨린 것 없는 지적인 글의 권위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달콤하고, 멋진 글을 보면서 모처럼 질투심과 소유욕이 휩싸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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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0. 인간 사회에서 일부일처제가 주류를 형성한 것은 오랜 역사속에서 보면 비교적 최근이다. 일부일처제 결혼 이외의 성적 관계=악‘이라고 간주하는 윤리관은 나중에 더해진 가치관에 불과하다. 그런 윤리관이 싹튼 배경에는 성병 유행으로 인한 피해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앞에서 이야기한바 있다.
우리 윤리관의 껍질을 한 꺼풀 벗겨 보면, 불륜 남녀를향한 "남몰래, 남보다 먼저 ‘좋은 경험을 하는 건 용납할 수없다" "그런 좋은 경험‘을 즐기는 건 당치않다"는 잠재적인 ‘질투‘의 감정이 드러난다.

P187. 불륜은 현대 사회에서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륜으로 치닫는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은 역시 우리의 유전자와 뇌 구조가 일부일처제와 맞지 않는다는 명쾌한 증거가 아닐까.

P209. 불륜을 박멸한다거나 반대로 결혼 제도를 없애는 것은비현실적이다. 인간도 생물인 이상 이런 모순이나 과제가 야기하는 고통을 떠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모순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혹은 모순을 어떻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고민하고 행동하는 쪽이 건설적이다.

P207. 거꾸로 말하면 한 명의 상대를 연인, 아내나 남편, 가정공동 운영자, 아이의 부모, 섹스 파트너 등 각각의 역할로 대할 때 자기 자신도 그 기준에 맞춰 다른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바로 이 지점이 인간으로서 어려움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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