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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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박물학 #다이앤애커먼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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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p 죽음과 강렬한 감각은 인간의 공포인 동시에 특권이다. 인간은 감각과 함께 살아간다. 감각은 인간을 확장시키지만, 구속하고 속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의 감각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감각하며 살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은 얼마나 충만하고 경이로운가. 이 책은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의 여섯 가지 감각의 미로를 향하는 무한한 여정이자, 감각의 황홀한 축제와 같다. 감각에 대한 저자의 맹렬하고도 아름다운 탐구에 경계란 없다. 이 세상에 난 우리에게 이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모든 감각이다. 사는 내내 우리는 감각과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그 분명한 사실에 압도당하며 감각의 존재와 그 열기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감각이란 얼마나 자유롭고 한계가 없는가. 그것이 감각이 선사하는 최고의 황홀함일 것이다.

예술과 철학, 인류학과 과학을 넘나들면서 감각의 모든 것을 추적하는 이 책은 감각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점차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쳤는지는 물론, 감각의 장면 장면들을 펼치어 눈으로 보는 듯, 피부로 느끼는 듯, 손으로 만지는 듯, 냄새로 환기하듯, 감각으로 난 창을 쉴새없이 열어젖힌다.
감각을 통하지 않고 이 세상을 이해할 수도 살아갈 수도 없다. 감각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결국 나의 세계를 이해하는 길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의 의미는 더 커진다. 세계와 사람과 나를 이해하는 가장 정확하고도 신비로운 통로.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앞서 우리 삶을 지배하는 감각을 이해하기 위한 열렬한 시도. 우리는 저자의 말대로 ‘삶의 결을 다시 느껴야 한다.‘

냄새를 잘 기억하는 침묵의 감각인 후각, 인간의 피부로 느끼는 촉각의 모든 것, 가령 문신, 고통, 통증, 손, 키스의 기원과 변화와 의미 같은 다채로운 촉각에 대한 탐구, 쾌락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의 맛을 느끼는 미각, 공감각과도 관련이 있는 청각, 새로운 것을 욕망하는 인간의 시각, 예술가들의 다양한 공감각을 여지없이 풀어헤친다. 감각의 모든 것, 그의 아름다운 탐구는 닿을 듯 말듯 결국 닿게 하고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하며 새로운 감각을 느끼고 접촉하게 한다. 과거로 거슬로 올라가게 하며 어떤 문화권의 감각에 발을 들이도록 광활한 세계를 놓는다. 감각의 모든 것이 그의 아름다운 시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언어로 찬란하게 수놓인다.

이미 먼 과거의 시간과 사람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감각의 시간적 양상은 당연하고도 신비롭다. 문화와 나라마다 감각은 다를 것이나 그것을 이용하고 즐기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기에 감각이 주는 즐거움과 고통과 경이로움은 흥미진진하고 새롭다. 모든 존재의 감각은 다르다는 진실 하나로 우리의 감각은 풍부하고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

매순간 감각의 순간을 살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감각하며 살 것인가. 그래서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나를 어떻게 규정하고 만들어 갈것인가. 감각이란 살아있는 내내 누릴 몸과 마음의 지도이자 새롭고 경이로운 세계이자 여정이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감각을 느끼고 향유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 더없는 생의 기쁨과 소중함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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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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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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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도어프라이즈 , M.O월시 #작가정신 <도서 협찬>

단돈 2달러로 내 삶의 가능성을 알 수 있다면 어떨까? 루이지애나 남부의 작은 마을 ‘디어필드’에 그런 꿈 같고 마법 같은 세계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디앤에이믹스’라는 기계. 식품점에 들어온 그 기계에 들어가 간단한 몇 단계만 거치면 과학적인 방식으로 DNA를 측정해 인생의 가능성을 알려준다는데, 과연 진짜일까?

이 단순하게 생긴 기계가 알려주는 나의 ‘가능한 신분’ 을 알기 위해 사람들은 그 기계로 너도나도 모여들고 파란 종이의 결과지를 받아들고 변화를 꿈꾼다. 누군가는 환호하고 실망하고 당황하고.. 그 가능한 신분, 새로운 가능성의 삶 때문에 곧장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 새로운 삶으로 진입하는 사람들 사이로 그 기계에 회의적인 역사 교사 더글라스와 그의 부인 ‘셰릴린’이 받아든 가능한 신분인 ’왕족‘으로 두 부부 사이는 전과 다른 변화를 맞닥들인다. 한편 쌍둥이형을 잃고 고통받는 제이컵에게 다가오는 형의 여자친구 ‘트리나’는 형의 죽음에 다른 진실이 있다며 제이컵을 흔들기 시작하는데 이 두 가지 서사가 이 책을 이끌어가는 역할로 자리매김한다.

작가의 전작 ‘마이 선샤인 어웨이’를 꽤나 진지하고 인상깊게 읽었다. 그와는 너무나 다른 느낌의 책이라 놀라운 한편 새롭기도 했다. 한 작가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전작에 비해 다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그럼에도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장점이 빛을 발한다. 인물들의 심리 묘사,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같은 것들. 삶의 가능성을 알려준다는 ‘디엔에이믹스’라는 기계를 장치하고 있는 일 때문에 그저 흥미를 추구하는 가벼운 소설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거기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 이 책을 소개하는 것처럼 ‘휴먼’이라는 말이 적확하다. 가능한 신분을 알게 되자 누군가는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현실을 떠나기도 하지만 그러한 하나하나의 선택이 삶에 대한 뜨거운 열망으로 느껴져서 나는 나쁘지 않았다. 나에게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그 가능성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도 삶을 열망하는 우리에게는 또다른 용기니까.

삶의 가능성을 꿈꾸고 그래서 들뜨고 흔들리고. 그게 어쩌면 우리 삶에 도사리고 있는 ‘변화’가 아닐까.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삶의 변화들 사이로 우리는 또한 진정 알게 된다. 변화를 꿈꾸든,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가든 우리는 때때로 너무 자주 흔들린다는 것을. 변화든, 현재를 살아가든 우리는 어찌됐건 앞으로 향하리라는 것을. 삶에 대한 우리의 고군분투는 그래서 아찔한 만큼 해볼만한 것이 아닐까. 누구의 삶도 아닌 나의 인생이므로.

내 삶의 가능성을 꿈꾸는 가운데 현재의 내 모습과 충돌하는 고민과 갈등 속에서 어떻게 그들이 삶을 헤쳐나가는지 그 삶을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마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것이다.

<본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후기를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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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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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천천히오래오래 #작가정신 <도서 협찬>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는 시리즈 ‘소설, 잇다’. 그 처음이 바로 백신애와 최진영이다.

식민지 조국 아래, 사회주의 여성단체에 가입해 여성운동을 활발히 했으며 시베리아 방랑으로 수난을 겪은 백신애 작가의 소설은 <광안수기> , <혼명에서> , <아름다운 노을> 세 편이 수록되었다. 세 편의 소설을 읽었을 뿐인데 백신애 작가의 개성적인 문체와 목소리에 단번에 사로잡힌다. 100여 년전 실존했던 여성 작가에게서 읽히는 것이 우리 여성의 암울하고 억압받았던 삶과 그것이 내내 지배하고 착취했던 고난 때문이라는 것은 가슴이 시리는 일이다. 가부장제의 시련 속에서 여성의 삶이 미끄러지고 깨어지는 삶의 모습들은 절망스러울지라도, 100여 전의 백신애 작가와 같은 우리 여성 작가들의 숨결은 그때에도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는 자각은 ‘소설, 잇다‘가 안겨주는 가장 큰 위안이자 선물일 것이다. 읽는 내내 두근거리던 마음은 아마 이어지고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과 그것이 빚어내는 희망 때문은 아니었을까.

진실성 없는 바보같은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는 여성의 한의 숨결과 고통과 체념을 한껏 폭발시킨 소설 <광안수기> 는 그래서 우리의 울분과 같다. 여성의 삶이 그러했음을 알고 있고 그것이 그 먼 과거 속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이미 끝난 이야기가 아님을 또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 여성 화자의 토로는, 그 스스럼없는 한은, 그저 그럴법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결혼 제도의 속박으로 빚어진, 여성에게 기대되는 얌전한 삶, 즉 주변인들이 바라는 삶을 탈피하고자 하는 여성의 고뇌가 깃든 <혼명에서>와 <아름다운 노을> 역시 여성에게 몇 겹이나 씌워진 속박이 얼마나 무겁고 단단한 것인지를 바로 보게 한다. 그랬던 백 여년 전의 여성 삶이, 여성을 바라보는 눈이, 본질은 여전히 같다는 것을 새삼 현대 여성 작가 최진영으로 하여금 우리는 확인 받는다.

백신애의 <아름다운 노을>을 여성과 여성의 사랑으로 변주한 최진영의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는 고통을 치유하고자 하는 작가의 진심으로 읽혔다. 사랑이기를 바라는, 사랑에 기대고자 하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소설 속에서나, 뒤이은 최진영의 짧은 에세이에서나 분명 우리는 희망하여야 하고 그것은 마땅히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삶에는 불가피한 것이 있고 백 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불가피하게 벗어지지 않는 불편한 옷이 있다는 것은 한 단어로 표현되지 않게 서글프다. 그러나 끝나지 않고 한쪽에서 피어올리는 생명력처럼,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너무나도 당연한 생존의 목소리는 나의 울분을 시그러들게 한다. 당당하게 살고자 하는 희망은,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고자 하는 여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이어져 있다. 그 끝나지 않았음이 슬프기도 하지만 이어져 있음에 주목하면 그 희망은 여전하다. 최진영이 말하고자 하는 그 희망이 여전히 우리에게는 유효하고 그것은 쉬이 끝나는 생명력이 아닐 것이다.

근대 여성 작가 백신애와 현대 여성 작가 최진영의 만남. 두 여성 작가의 사는 시기가 달랐을 뿐, 공통된 문제 의식으로 타개하고자 하는 방식의 글쓰기가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삶이 우리를 속이는 순간은 여전히 많고, 그것은 위기라고도 불릴 것이나 우리에게는 100여년 전이나 현재에나 소설이 있고 글이 있으며 악습에 저항하는 작가들이 곁에 있다. ‘소설, 잇다’의 치명적인 매력은 아마 그것일 새삼 인지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어야만 하는 것, 그래서 좀 더 앞으로 향할 수 있는 것, 좀 더 분명한 것은 그래서 우리에게는 희망과 사랑의 강력한 연대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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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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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마진이얼마나남을까 #작가정신 <도서 협찬>

현역 작가 23인의 소설 생각, 소설에 대한 마음들.
읽고 쓰고 또 쓰고 써야만 하는 삶을 사는 마음들.
그것이 일이고 직업이고 일상이며 에너지의 원천이자 삶의 동력이기도 하다는 것은, 어쩐지 쓰는 분투를 묵묵히 받아들이며 계속 사랑하며 애쓰는 작가들의 마음이어서 애틋한 목메임으로 한 편 한 편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쩌면 작가들에게 산다는 것은, 쓴다는 것으로 대체되어 온통 쓰는 일만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또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끝나지 않는 분투, 끝나지 않는 이야기, 계속 시작되는 이야기.
그러므로 계속 쓰는 사람으로 결코 녹록치 않은 ‘쓰는’ 일을 이어나가는 일은, 그저 독자인 나로서도 써지지 않을 때의 암담함이나 간절함을 헤아리는 것만으로 그들의 시간과 노력을 갈아넣는 그 애씀에 경도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절실하고 애틋한 열정에 덩달아 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특히 읽고 쓰는 사람들일 때 그렇다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가 그저 ‘쓰는 일’인 것처럼, ‘소설’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 책의 그 ‘쓰고 써야만 하는 기운’은 그래서 나를 강하게 압도했다. 술술 써내려 가는 일의 반대편에는 쥐어짜내고, 계속 머리를 써야하고, 고착되는 지점이 무수히 더 많고 많을 테니까. 글을 써야 하는 마감 기한이 정해져 있고, 떠오르지 않는데 그럼에도 써야 하고, 그런 일의 지속적인 반복들. 그래서 작가의 쓰는 일은, 그들의 계속되는 글쓰기는 내 마음을 온통 흔든다.

그 쓰고 또 쓰는 그 기저에 깔린 소설에 대한 사랑, 간절함, 소설 속에 채워 넣고자 하는 삶의 감각들, 그것을 나누어 함께 하고 싶은 그 본의까지도 소설과 소설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의 이유다. 이 책에 담긴 23인의 소설에 대한 생각 그 기저에는 쓰는 삶과 일에 대한 사랑과 진심이 얽힌다. 그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를 온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그래서 더 설레고 애틋하다. 그리고 그 마음의 너머에 더 큰 꿈을 꾸게 만든다. 열심히 읽고 또 읽어야 겠다는 의지, 작가와 내밀한 마음을 주고 받겠다는 진심, 작가가 만든 세계에서 희망하며 살고 싶다는 꿈. 그러니까 많이 부지런히 읽어야지.

이 책 속의 작가들의 책 리스트를 살피며 소설을 사랑한다면서 너무나 읽지 않은 나의 소설 읽기 실태의 반성과 함께 그 꿈을 펼친다. 이만하면 소설을 쓰는 사람도, 읽는 이도, 남고 또 남는 것이 많은 것 아닌가.
어느 때고 소설을 찾을 수 있고 한 권의 책을 펼치기만 한다면 만날 수 있으니. 작가의 세계도, 작가가 구축한 현실과 이상도, 우리 각자의 생각과 삶과 만나 익숙하고도 새로운 감각으로 삶을 대면할 수 있으니.

쓰고 계속 쓰고, 읽고 계속 읽는 삶. 소설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쓰는 맛, 읽는 맛의 중독은 그것을 알아버린 이의 희노애락이라고, 결국 그것은 우리의 삶이 되고 있다고, 이를 알고 있고 생각하고 움직여 행위를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남는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 동기는 다르게 시작되었을지라도 읽고 쓰는 것을 지속한다는 것은 오직 개인의 힘이고 열정이라고 믿기에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의 계속되는 사랑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르는 것이다. 읽고 쓰는 사람들은 그런 열정을, 사랑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고, 사랑하지 않으면 걸어가지 않을 길, 읽고 쓰고 또 쓰는 삶. 그 열정은 나를 살도록, 살고 있음을 감각하게 한다. 그래서 끝까지 나는 그들의 쓰는 시간처럼 읽는 시간을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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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는 정신 소설, 향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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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는정신 #한은형 #작가정신 <도서 협찬>

책을 받아들고 곧바로 반문한다. 서핑하는 정신이 뭘까. 그저 동경의 대상쯤으로 아주 멀리서 바라보던 그 서핑,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살아생전 내가 하게 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그 누군가의 화려하고 멋진 서핑, 그 서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이 소설이 무척 산뜻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읽는 내내 한은형 작가님 답네, 라는 감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는 사랑스러운 소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향으로 통통 튀고, 인물과 에피소드를 무거운 진지함으로 짓누르지 않으며, 서핑이라는 소재로 현대적인 감각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하면서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삶을 회복하게 하는 소설.

모름지기 이 소설을 계절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여름을 흠뻑 상상하게 하지만, 겨울의 장면으로 끌고 들어가 나조차도 돌보지 않았던 나를 다시 보게 하고 타인과 손을 맞잡게 하며, 그 새로운 열린 마음으로 봄을 마중하게 하는 소설이라고. 열 살 때까지 살았던 하와이에서 누구나 다 하고 있던 그 서핑을, 자신만은 결코 하고 싶지 않았던 서핑을 한국에 돌아와 강원도 양양에서 서핑하게 될 줄은 몰랐던 제이의 서핑하기로의 선택은 작품 속 에피소드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 혼자이고 싶어 떠난 여행에서 같은 마음으로 혼자 떠나왔을 사람들과의 서핑 강습으로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서핑을 배우고 소통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서핑을 알아간다. 그래서 그 겨울, 왜 양양 추운 그 곳에서 서핑을 배우고 있는가 그 서핑하려는 정신은 무엇일까에 대한, 서핑하려는 스스로의 마음까지도.

그렇게 소설은 ‘서핑하는 정신’을 우리에게 남긴다. 자신에게 지지 않는 정신을. 오늘도 내일도 서핑하는 정신으로 살아갈 것을. 매일 매일 흔들리는 삶 속에서 눈을 위로 향하고, 양 다리에 힘을 주고, 어깨를 쫙 펴고, 가슴을 열어 마치 서핑을 하듯 다가오는 삶의 파도에 맞서라고. 작가는 제이를 통해 우리에게 ‘나다움’을 찾기를 권하는 것 같았다. 나답게 나다운 방식으로 삶에 맞서는 것. 바다의 파도를 기다리며 맞서듯, 삶의 파도에 지지 말라고. 그래서 곧 서핑하는 정신은 ‘자유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몸부림’이었으면 한다고 작가는 넌지시 말한다.

나를 찾고, 나의 자유를 위해 움직이라. 결국 그것이 아닐까. 서핑을 하든, 안하든 서핑하는 정신은 삶을 부여받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은 이 소설은, 실패하고 고통하고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에 짓밟힌 우리에게 자유의 양날개를 달아주는 소설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날개를 펼치고 자유를 맞이하라, 눈을 크게 뜨고 다가오는 파도에 맞서라. 지지말고 오늘의 서핑을 하라… 오늘도 내일도 서핑하는 정신을 기억하라.
저 창공 아래, 거칠 것 없는 바다를, 파랗게 들이닥치는 파도를 대면하는 상상. 자유롭게 또 자유롭게 날개를 펼치고 또 펼치라는 파도의 속삭임. 이 큰 뜻을 품고 소설 속에 한은형 작가의 무궁무진한 개성과 귀여움들을 꼭 만나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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