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 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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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허먼멜빌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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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이슈메일 이라고 해두자‘. 이 소설의 인상적인 첫 문장이다. 기존판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손보면서 새로이 탄생된 김석희 번역가의 전면 개역판인 이번 <모비딕>은 8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독자의 이해를 위해 150여개나 주석을 더 추가하기도 하고, 지도나 포경선의 구조, 작가 연보, 옮긴 이의 덧붙임 등 풍부한 자료들이 더해진 탓이다. 이 방대한 책 속에 길고 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항해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설이라는 이 여정 곳곳에 고래와 포경에 대한 다채로운 지식이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실제 작가 ‘하먼 멜빌’이 포경선의 선원이었고 이 글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서 엄청난 자료를 찾아 모두 기록으로 실어낸 것이라 한다.

방대한 분량만큼 <모비딕>은 때로는 아득한 어려움이기도 했고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이기도 했다. 작가 하먼 멜빌이나 이 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번역해 낸 김석희 번역가의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노동을 생각하면서 문장을 음미하고 헤아려 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김석희 번역가의 말처럼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의미를 준다는 것은, 다른 말로는 책이 상징과 은유가 다양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결코 쉽게만 읽히지 않은 모비딕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소설의 내용적으로는 흥미진진하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다양하지만 크게 셋으로 요약된다. 흰 고래 모비딕과, 과거에 모비딕으로부터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해브 선장, 작가 멜빌의 대변자이자 화자인 이슈메일. 거대하고 신비로운 고래를 보고 싶어 포경선 ‘피쿼드 호’에 올라타게 된 이슈메일이 복수를 하기 위해 흰 고래 모비딕을 쫓아 대서양으로, 인도양으로, 태평양으로 추적에 추적을 거듭하는 에이해브 선장과 그의 선원들과 함께하며 지켜보고 서술해 나가는 이야기다. 고래가 보고 싶었던 이슈메일과 고래에게 복수한다는 일념으로 항해를 놓지 않았던 에이해브 선장의 고래에 대한 다른 노선 또한 이 소설의 다양한 즐거움 중 하나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소설의 결말과 맞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소설은 누구도 원치 않았던 비극으로 치닫는다. 에이해브 선장의 복수의 심장은 물거품이 되고야 만다. 거대한 바다의 한 가운데서 모비딕은 모든 것을 삼켜버린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슈메일을 통해 그 비극을 곰곰 더듬어 보면 인생이란 참으로 씁쓸하고 참담한 것이었다. 에이해브 선장이 ‘악‘이라 증오시했던 모비딕과의 처절한 결투를 지켜보며 과연 선과 악을 명확히 가를 수 있을까 하는 허무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광기, 집착은 얼마나 나약하게 스러지고 마는가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겸허함을 느꼈다. 이 <모비딕>이 ‘미국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있다는 해석 또한 이 작품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범상치 않은 <모비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있어 김석희 번역가의 주석이나 옮긴 이의 덧붙임, 부록 등이 참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모비딕 번역에 혼이 담겼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고 한 김석희 번역가의 노고가 너무나도 느껴지는 책. 모비딕을 항해하는 일은 인간이란 존재와 자연의 섭리를 다시 한번 마주하는 일이었다.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 바다 같은 소설 <모비딕>. 다시 또 다시 읽을 날을 기다린다. 인생의 항해 또한 계속될 것이니.


<120p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 항해가 끝난다는 것은 두 번째 항해가 시작된다는 뜻이니, 두 번째가 끝나면 세 번째가 시작되고, 그렇게 영원히 계속된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견딜 수 없는 세상의 노고인 것이다.>

<760p 지나간 내 생애의 거센 파도여, 저 아득한 곳에서 밀려와 내 죽음의 높은 물결을 더욱 높게 일게 하라! 모든 것을 파괴할 뿐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에게 달려간다. 너와 끝까지 맞붙어 싸우겠다. 지옥의 한복판에서 너를 찌르고, 내 마지막 입김을 너에게 증오를 담아서 뱉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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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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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한 예술가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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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사랑한예술가 #조성준 #작가정신 <도서 협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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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미술, 음악, 건축, 음악 등 예술가 25인의 삶과 그들이 이룬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다. 파란만장했고, 위기와 악조건 속에서 살아나간 치열한 삶이었다. 부모에게 버림 받거나, 타인에 의해 상처 받거나, 이념 등 시대나 주류에 희생당한 이름도 많았다. 삶은 당연하게도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반드시 사라지고 마는 삶과 존재는 새삼 가혹함의 절정으로 다가왔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삶의 끝, 순탄치 않게 맞이할 어떤 과정의 연속들.
그들의 삶으로, 죽음으로 다시금 유한한 인생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인간이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그들을 가로막는 갖가지 장애와 위기의 순간에서도 그들은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더 잘하기 위해, 자신을 위해, 삶을 위해 치열해졌다. 그들의 삶을 응시하면서, 한발짝씩 걸어나가면서, 살아가는 일의 아름다움을 더 끌어안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삶에 대한 그들의 집념이자 신념, 예술로 끌어올린 성취들이었다. 삶은 종결되어도 예술은 남았다. 그리고 그 예술은 다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이 되기도 했다.

서양과 동양의 절묘한 조합을 보여주는 화가 ‘이쾌대’의 매력적인 인물화를 실제로 보고 싶었다. 블랙리스트에 올랐지만 하루 18시간씩 글을 써대며 상처 가득한 승리를 보여준 작가 트럼보의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며 그의 삶을 생각하고 싶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그 아름다운 음악들이 흐르는 영화를 보면서 그가 남긴 영원에 녹아들고 싶었다. ‘빌리 홀리데이’의 슬픈 목소리를 들으며 재즈에 취하고도 싶었다. 그들이 남긴 그림, 음악, 영화, 작품을 마주하면서 유한한 삶의 위대함을 다시금 성찰할 수 있었다. 삶이 예술로 남는다는 것, 다시 그것이 삶이 된다는 것. 그렇게 삶을 사랑하는 방법 하나를,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 했다.

조성준 저자의 전작들을 읽었던 터라 이번 신간이 반가웠다. 반가운 만큼 재미도 있었다. 모르고 있있었던 예술가들도 많았기에 값진 만남이었다. 그들의 삶을 배경으로 예술을 조명하는 저자의 깊이 있는 통찰력은 이 책의 가장 큰 ‘멋짐’이다. 그의 예술을 향한 감상이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더 잘 보고 잘 느끼고 사색하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의 축복 하나는 예술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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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p 재즈는 인생이고 열정이며, 자유로움이자 슬픔이라면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빌리 홀리데이가 재즈 그 자체라고. >

<110p 케이지의 [4분 30초]는 우연이 전부일지도 모르는 우리의 삶을 담은 음악이다. >

<132p 많은 관객은 김환기 추상화 앞에서만큼은 어떤 설명을 듣지 않고도 스르르 무장해제된다. 서글픈 푸른색 점들은 관객을 저마다의 추억 열차에 태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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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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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위하여 소설, 잇다 4
김말봉.박솔뫼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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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위하여 #김말봉 #박솔뫼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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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왜 쓰냐는 질문에 돈 벌려고 쓴다고 당당하게 밝힌 김말봉 작가는, 한국 최초의 여성 장로이자 공부에 매진한 여성이었으며, 공창 폐지 운동이나 박애원을 경영하는 등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람이었다. ‘소설, 잇다’의 네번째 시리즈 ‘기도를 위하여’에는 김말봉 작가의 소설이 3편 실려 있는데 그 모두를 읽으며 마음이 사로잡혔다. 읽는 이를 끌어당기는 마력이랄까. 난해한 그 어떤 것도 없이 재미있었는데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또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첫 작품이기도 한 <망명녀>는 기생이었던 순애가 옛날의 벗인 윤숙의 도움으로 그곳을 빠져나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 보려는데 그 과정에서 윤숙의 연인 윤을 만나 사회주의에 눈을 뜨며 새로운 삶과 인간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그려낸다.

<고행>은 단연 압권이었다. 아내와 첩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진퇴양난의 위기를 겪는 남성은 비겁하고 모순적이며 자기 합리화에 찌든 가부장의 전형이었다. 그의 반복되는 갈팡질팡의 태도, 남성이 벽장에 들어가면서부터 펼쳐지는 상황의 긴박함과 잇따르는 곤경한 처지의 묘사는 압권이었다. 다음이 얼마나 궁금해지던지.. 남성의 희화화를 눈여겨볼만하다. 제목 <고행>의 의미가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이다.

짧지만 결말에 큰 여운을 남긴 <편지>또한 인상깊었다. 믿었던 사랑에 대한 배신이 인간이라는 스스스로의 수치심으로 이어지는 서사가 참신했다. 이 세 작품 모두 작가의 개인적인 이력이 말해주듯 기독교적 세계관이 스미고, 그 ‘구원’의 서사와 의미가 각기 다른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망명녀>를 이어 쓴 박솔뫼 작가의 <기도를 위하여>를 박솔뫼의 정신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까. 두 이야기가 교차되는 서술 방식 안에 담긴 내용하며, 죽은 이가 산 자들의 옆에 함께 하는 그 경계 없음은 역시 박솔뫼의 실험적인 문학 정신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람인지 영혼인지 무어라 확신할 수 없는 그 존재의 등장이, 그 경계 없음이, 되려 기도의 의미를 더 공고히 한다. 작가 김말봉의 생애를 추적하며, 그녀가 걸었을, 존재했을 그 공간을 걷는 것, 그렇게 시간은 다를지언정 공간만은 역시 그곳인 공간에서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만나보는 일은, 내내 담담히 생각해 보는 일은, 문학의 영역을 확장하는 또다른 시도일 것이다. 박솔뫼 작가는 그 모든 것을 해낸다.

김말봉과 박솔뫼의 세계를 걷고 걸으며 경계 없음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했다. 그렇게 연결되는 일은 문학이 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그들의 세계를 걸으며 새로운 행복감을 맛보았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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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2 - 2세의 귀환 유정천 가족 2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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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가족 #모리미도미히코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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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안 (교토) 천도 아래 이어져 내려온 인간과 너구리와 덴구들. 인간은 도시에 살고, 너구리는 땅을 기어다니고, 덴구는 하늘을 거침없이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이들이 얽키고 설켜서 일상은 바람 잘 날 없다.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이 중심에 유정천 가족, 너구리 4형제가 있다.

이 너구리들은 덴구를 동경하며 스승으로 모시고 인간 흉내를 좋아해서 시도때도 없이 둔갑술을 펼친다. 그러다가도 긴장의 상황에서는 꼬리를 드러내고야 만다. 유정천 가족은 ‘시모가모‘ 일가다. 시모가모의 삼남 ’야사부로‘의 서술로 전개되는 이 소설에는, 한때 위엄을 떨쳤으나 이제는 힘이 약해진 덴구 ‘아카다마’ 선생님과 인간임에도 아카다마에게 납치당해 덴구의 비범한 능력을 갖게 되는 ‘벤텐’, 매년 송년회마다 너구리 전골을 먹는 규칙을 갖고 있는 벤텐이 소속된 인간들의 모임인 ‘금요클럽’ , 시모가모 형제들의 아버지이자 교토 너구리계의 두령이었던 ‘소이치로’와 대립하며 소이치로를 금요클럽에 넘긴 비정한 친동생 ‘에비스가와 소운’과 그 일가족이 등장한다. 덴구와 너구리, 인간의 삼파전에 눈코 뜰 새 없다.

유정천 가족 2권에서는 ‘2세의 귀환’이란 타이틀처럼, 100년 전 덴구 수행에 힘쓰지 않고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아버지 ’아카다마‘에게 내쫓겨 자취를 감췄던 2세가 등장한다. 이 2세와 아버지 아카다마의 다시 시작된 대립, 그리고 아카다마가 후계자로 점찍은 벤텐과 2세의 불꽃 튀는 신경전 또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시모가모 일가는 아버지의 친동생 소운의 계략으로 아버지가 너구리 전골이 된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소운의 악행이 점점 더해지는 가운데, 오래전 출가했던 소운의 장남 ‘구레이치로’가 등장하고 환술사 덴마야의 악행도 뭔가 수상하게 연결되어 있다.

2권에서는 역시나 너구리 전골이 될 위기와 두 일가의 대립과 갈등, 덴구와 2세와 벤텐의 오묘한 심리전과 갈등이 얽히고 설킨다.

이 독특한 조합의 구성원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개성은 정신을 쏙 빼놓는다. 둔갑술을 펼치고,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공중에서 피 튀기게 싸우는가 하면, 지옥도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살아가는 이상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일까. 그래서 삶은 파란만장일 것이다. 그럼에도 갈등하면서 부딪치고 싸우며 화해도 하면서 살아간다. 그렇게 삶으로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도, 다음에는 저렇게도 하는 식으로. 그들의 크고 작은 분투들을 보며, 우리는 너구리니까 웃으면 안 되는 때란 없다는 말이 참 귀엽고 미소짓게 만든다.

살아가는 일을 승화시킬 수 있는 것. 재미있게 사는 것. 너구리처럼 살 수 있다면 좀 더 즐기며 살 수 있겠다 싶다. 오묘하고도, 매력적인 유정천 가족의 3번째 이야기도 나온다는데 중독의 조합을 얼른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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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1 유정천 가족 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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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가족 #모리미도미히코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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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했지만 역시 독특하다. 그의 소설의 맛이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다는 것. 도무지 공을 잡을 수 없게 하는 엉뚱함, 상상력, 즐거움에 중독되어서 계속되는 허들을 넘게 만드는 마력. 이게 뭘까 싶으면서도 결국 빠져든다. 뭐 이렇다고? 하면서 달려들게 된다. 그것이 그의 소설의 힘, 독자를 끝까지 붙드는 힘이라고 말해야겠다.

판타지라고 해서 모든 것이 판타지는 아니다. 우리의 삶과 죽음을, 욕망과 악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자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인 우리는 여기에 대해서는 꽤 많은 부채가 있지 않은가. 그런 진실들을 이 소설의 독특한 조합으로 만나볼 수 있으니
신선한 여운이 가득하다. 이 독특한 조합은 헤이안 (교토) 천도 아래 이어져 내려온 인간과 너구리와 덴구들. 인간은 도시에 살고, 너구리는 땅을 기어다니고, 덴구는 하늘을 거침없이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이들이 얽키고 설켜서 일상은 요지경이다. 정신을 똑바로 챙겨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매년 송년회마다 ‘너구리 전골’을 먹는 금요클럽의 인간들, 위엄을 뽐내며 너구리들을 주무르고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덴구, 덴구를 스승으로 모시고 동경하면서 인간을 흉내 내기 좋아하는 너구리들을 대표하는 유정천 가족, 너구리 4형제. 이 엉뚱하고 독특한 조합은 재기 바랄 그 자체이다. 먹으려는 자들과 살아남으려는 너구리들, 서로 우두머리가 되겠다고 욕심을 뽐내며 대치하는 너구리들, 좌충우돌 너구리와 덴구, 그 가운데 ‘바보가 피’를 이어받은 시모가모가의 너구리 4형제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

이런저런 일이 꼬이고 때로는 긴박하고 함정에 빠지고 둔갑술이 풀려버려 너구리임을 드러내게 되지만 자고로 너구리는 재미있게 사는 일 말고는 뭐 없다는 삶의 철학은 꽤 마음에 든다. 그래, 그렇게 삶으로 나아가는 거지. 너구리에게서 삶을 즐기는 마음을 배웠다. 너구리 전골이 될 뻔한 위기를 4형제 가족이 똘똘 뭉쳐 헤쳐나가는 이야기, 다시 2편으로 출발.

<274p 바보라서 숭고해진다. 우리는 그것을 긍지로 삼는다. 춤추는 바보로 보이는 바보. 같은 바보라도 춤추는 바보가 낫다고 한다. 그렇게 멋지게 춤추면 된다. >

<441p 올해도 여러 가지 일이 있을 테지만 일단 다들 살아 있고, 일단 즐거우면 그만이다. 우리는 너구리다. 너구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재미있게 사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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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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