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 보는 것이 곧 그리는 것

그린다는 것 | 노석미 글 | 너머학교

2015.05.01



누구나 화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린다는 것’, 그 자체로 누구나 행복을 누릴 수는 있다. 그렇다면 화가와 화가가 아닌 자 사이의 교집합은 딱 하나, 바로 ‘그리다’라는 물리적 행위다. 풍성한 색감과 유쾌한 상상력, 재치를 겸비한 그림으로 사랑받는 화가 노석미는, 이 책 《그린다는 것》에서 자신과 다른 이의 미술 작품에 대한 감상과 비평이 아닌 오로지 ‘그린다는 것’의 본질을 파고든다.

수업시간에 몰래 만화를 그리며 창작의 기쁨을 맛보았던 학창 시절의 이야기부터 왜,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에 대해 지금까지 화가로 살아오면서 거쳐야 했던 치열한 고민들과 함께했던 지난한 경험, 또 그로인한 깨달음의 흔적들을 진솔하게 들려주는 에세이 같은 책이다. 정사각형 모양의 책은 마치 미술관에 걸려있는 액자 속 작품을 떠올리게 하며 넘기는 순간 화가의 스케치부터 완성작, 수첩 속 낙서는 저자의 꾸밈없고 솔직한 글과 어우러져 한 편의 일기장 같은 특별한 도록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저자는 말한다. ‘보는 것이 곧 그리는 것이다.’ 신선한 시선으로 주변을 관찰하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채집하며 순간을 포착하여 생생하게 남기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그리면서 더 깊이 알고, 무심코 그리다 나의 무의식을 만나고, 그리면서 그림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감상자와 그림으로 소통하는 이 모든 과정이 그린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중매체가 지금까지 만들어내고 확대 재생산해내는 예술가들, 특히 화가에 대한 판타지를 여지없이 와장창 깨주며 ‘그린다는 것’ 또한 하나의 값진 노동으로 반복과 모방의 수순을 거치며 그렇게 보고 배운 것들이 자기 안에 켜켜이 쌓여 자신만의 방식을 만나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는 모두 매일 그린다.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심지어 멍을 때릴 때조차 손은 가만있지 않는다. 항상 그려지는 무언가에, 툭 의외의 선을 그어보는 것, 아주 작은 시도에서 느껴지는 상쾌한 기분전환으로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깨보는 것, 손끝에서 시작하는 작은 혁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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