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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기와 삶 읽기 1 -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바로 여기 교실에서
조한혜정 지음 / 또하나의문화 / 1995년 10월
평점 :
어느 날 밤 잠은 오지 않고, 그래서 괴로운 멀뚱한 정신.하지만 그 깜깜한 밤. 나의 내면은 그 밤을 환히 밝힐 그 무언가를 뜨겁게 원하고 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책장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이 새벽에 어떤 책이 나와 궁합이 맞을까.
한때 나의 책읽기에 대해서 참으로 다양하고도 수백만가지의 갖가지 회의와 의문속에서 보낸날들이 있었다. 그 한때는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와 괴롭혔다. 그럴때마다 좀 더 많은 책들을 읽고, 좀더 다양한 삶을 살아내면, 즉 시간이 흘러가면 이러한 의문들도 차차 극복되고 더 고차원적인 의문들과 질문들에 봉착하겠지..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그때 해결되지 않았고, 그 질문들에 대해 온전히 몰입하지 않았던 내게 그 회의와 의문은 더 깊고 더 크게 그래서 내 주변적인 일상생활에 까지 영향을 주고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가끔은 친구들에게 고민들을 토로하고, 토로하는 과정속에서 또 나름의 해결점을 찾아가며 그렇게 그런 시간들을 때우고 있었다.
이 책은 바로 내가 그 전에 내가 했던, 또는 내가 해야할 질문들과 고민들을 고스란히 학생들이 제출한 레포트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을 다 읽은 후, 지금의 나는 내게 돌진하는 그 질문들을 등한시 하지 않고 그 핵심속으로 들어가 그 문제의 실마리를 내가 갖고 있는 문제,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천천히 하나씩 풀어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책읽기와 삶읽기가 제대로 재회하는 시간이였던 것이다.
내 자신이 원하고,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조금은 더 명확해져 가는 것을 느끼고, 이제 한 걸음 한걸음씩 내딛으려 한다.
이것이 그동안 책을 읽고 웃고 울며 고민하고 해결해가며 내가 얻은 최고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