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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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저도 그럭저럭 그것을 희미하게 알게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로지 그 자리에서의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럴싸한 대의명분 비슷한 것을 늘어놓지만,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다시 개인.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라며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의 환영에 겁먹는 데서 다소 해방되어 예전만큼 이것저것 한도끝도 없이 신경 쓰는 일은 그만두고, 말하자면 필요에 따라 얼마간은 뻔뻔하게 행동할 줄 알게 된 것입니다.-97쪽

저는 어째서인지 그 상인에 대한 증오보다도 처음 발견했을때 큰 기침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저한테 알리러 다시 옥상으로 돌아온 호리키에 대한 증오와 노여움이 잠못드는 밤이면 부글부글 끊어올라 괴로워했습니다.-117쪽

불행. 이 세상에는 갖가지 불행한 사람이, 아니 불행한 사람만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죠. 그러나 그 사람들의 불행은 소위 세상이라는 것에 당당하게 항의할 수 있는 것이고 또 세상도 그 사람들의 항의를 쉽게 이해하고 동정해 줍니다. 그러나 제 불행은 모두 제 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항의할 수 없었고, 또 우물쭈물 한마디라도 항의 비슷한 얘기를 하려 하면 넙치가 아니더라도 세상 사람들 전부가,잘도 뻔뻔스럽게 그런 말을 하는군 하고 어이없어할 것이 뻔했습니다. 저는 도대체 세상에서 말하는 방자한 놈인 건지 아니면 반대로 마음이 너무 약한 놈인건지 저 자신도 알수없었지만 어쨌든 죄악 덩어리였던 듯, 끝도 없이 점점 더 불행해지기만 할 뿐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없었던 것입니다.-123-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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