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1 -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한국 현대사 산책 1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놀랠노자다. 창피하다 . 광주항쟁부분은 울면서 읽어내렸다. 이제 알았으면 된거야 .스스로를 위로해 보다가도 ..그래서 이걸 읽어서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하면서 괴로워하다가도..그 당시 광주시민이였다면 그 사람들처럼 행동하지 못했을  텐데.. 행동하지 못할꺼라면 내가 지금 하루도 안빠지도 몇년식 책을 주주장창 열심히 읽어대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3번의 이직과 앞으로의 진로문제, 경험보다는 책에서 읽고 배운게 더 많은 지금의 나. (그래서 가끔 너무 불안해 하는 ..) 요즘들어 날 더 괴롭히는 가치관의 혼란,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자괴감... 이것들이 이 한 권의 책으로 내 머릿속은 드디여 폭발!

*주위,아니 가까운 친구, 부모님들에게도 듣는 전라도 사람들.. 저도 그런 사람들의 한 사람이였어요. 하지만 이것조차도 전두환이라는 그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 그것에 국민들이 놀아났다는 사실. 전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여론은 광주항쟁 숨기기에 급급하고 호남지방이외의 사람들은 광주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를 때, 광주사람들이 느낀 그 고통과 괴로움들. 이 책을 보면서 흘린 제 눈물까지도 역겹게 느껴졌습니다.

몇 년전, 가끔씩 스쳐가는 생각들- 내가 태어난 80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람들이 말하는 광주항쟁.잔인했다고 듣긴했는데 거기선 과연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왜 중고등시절에 근현대사를 배운기억이 안나는 걸까. 반복되는 생각들이. 역사서재 코너에 갔다가 일렬로 진열된 한국현대사 산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머리싸대고 혼자 고민하는 날. 김규항씨 싸이트에 들어갔고  내가 지금 갖은 물음에 조금이라도 대답이 되었던 글이 있어. 덧붙여봅니다.

================= 아래 내용은 김규항홈피에 갔다가 퍼온 글입니다. =======================

얼굴은 본적이 없지만 이따금 이메일을 교환하는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얼마 전에 광주항쟁에 대해 잘 모르니 알 수 있는 책이나 사이트를 소개해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좀 의외였습니다. 그는 요즘치곤 꽤 반듯한 사회의식을 갖고 있는 대학생인데 어떻게 광주를 모를까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했습니다. 지금 대학생이면 1980년엔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어린아이였으니 말입니다. 당시 고3이었고 청년 시절 내내 광주를 품고 살았던 저희 세대와는 다를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저와 비슷한 세대이면서 광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사태”라고 할 때는 “사태”인 줄 알고 “항쟁”이라고 하니 “항쟁”인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지요.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무식하다’고 합니다. 유식하다 무식하다는 제도교육 학력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사회의 한 성원으로서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볼 줄 모르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무식한 사람입니다. 한국 사회는 갈수록 그런 무식한 사람들로 가득 차고 있습니다.
하여튼 광주는 25년이 되었고 다른 모든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현실 속의 사건이 아니라 역사 속의 사건이 되어갑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광주항쟁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당부하고 싶은 건 광주항쟁에 대해 따로 공부를 하라는 겁니다. 광주항쟁을 제대로 모르면서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해 말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학술적인 책을 사볼 것까진 없고 여러분들 아마도 매일 인터넷에 들어갈 테니 시간을 조금만 헐어서 광주항쟁 관련한 사이트를 찾아보기 바랍니다. 기본적인 것들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은 5.18기념재단도 있고 여럿 있습니다.

(중략......)

 오늘은 5.18입니다. 여러분이 저를 부른 이유도 오늘이 5.18이기 때문입니다. 아까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묵념도 했지만 5월에 죽어간 사람들,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보여준 사람들이 지금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광주는 처음엔 엘리트 지식인들, 대학생들이 주도했지만 마지막에 가선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떠납니다. 계엄군과 협상을 해서 더 이상의 희생을 줄여야 한다, 헛되게 죽지 말고 힘을 기르자, 이런저런 합리적인 이유를 주장하던 수습파들은 떠나고 무릎 꿇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항쟁파만 남습니다. 그 순간부터 시민군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 순간부터 광주 인민의 군대라고 해야 맞습니다. 항쟁파의 대부분은 평소에 인간 취급 못 받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본 인간으로서 품위가 목숨보다 귀하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어차피 인간 취급 못 받고 사는 세상, 하루를 살더라도 인간처럼 살자. 결국 그들만이 인간의 품위를 간직했습니다.

지나간 일, 자신의 삶과 직접 관련을 갖지 않는 역사 속의 사건에 대해 올바른 입장을 취하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저는 얼마 전에 아주 진보적이라는 역사학자 한 분이 대학생 시절의 추억까지 끌어대면서 유시민 씨를 두둔하고 나서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체 게바라나 김산을 흠모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현실 속에서 체 게바라나 김산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체 게바라나 김산을 흠모한다면 그렇게 살지는 못해도 그렇게 사는 사람들, 현실 속의 체 게바라나 김산을 존경할 줄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체 게바라나 김산을 흠모하는 우리는 현실 속의 체 게베라나 김산엔 관심이 없거나 그들을 비웃곤 하지요. “어리석고 비현실적이며 관념적인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광주에서 끝까지 싸웠던 사람들을 훌륭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내가 그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많은 고뇌가 있었을까요.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다시는 만난 수 없는 늙은 어머니, 처음으로 입을 맞춘 날의 두근거림이 그대로 남은 애인, 제 목숨보다 귀한 새끼와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일제시대의 독립군들처럼 죽고 나서 존경과 명예가 남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폭도요 빨갱이로 남는 것입니다. 남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언제까지 어떤 고통을 겪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끝까지 총을 들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했습니다. 그게 바로 광주의 정신입니다.

여러분들 매일 밤 인터넷에서 활동하지요? 지금 이 나라의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먹고 나서 인터넷 세상에 들어가 다들 사회평론가로 활동합니다. 바야흐로 온 국민이 사회평론가인 시절이지요. 그러나 마치 세상을 다 안다는 얼굴이지만 그 대부분은 개혁이라는 체제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을 뿐입니다. 체제는 그들에게 “세상을 바꾸는 네티즌”이라고 부추기고 그들은 다시 “세상을 바꾸는 네티즌들”로서 활동합니다. 오로지 체제가 제공하는 이슈에 매일 밤 메뚜기 떼처럼 몰려다니며 좀 더 근본적인 사회적 모순들을 은폐하는 데 동원되지요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분, 광주의 정신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당장 실현가능한 문제에만 매몰되지 말고 우리가 인간임을 진정으로 증명할 수 있는 문제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지금 당장 아니 설사 내 생애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라 해도 그것이 옳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면 그 일에 대한 신념을 버려선 안 됩니다. 중세의 암흑 속에서 근대라는 세상이 올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그러나 그 신념을 버리지 않은 아주 적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당대의 사람들에게서 어떤 소리를 들었을지 생각해 보십시오. 바로 “어리석고 비현실적이며 관념적인 사람들”이라고 했겠지요. 그러나 바로 그 “비현실적이며 관념적인 사람들”이 깨지고 또 깨지면서 결국 중세는 무너집니다. 우리의 암흑도 그렇게 무너질 것입니다. 그게 바로 광주의 정신, 진정한 민주주의의 정신입니다.

(연세대 강연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