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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DNA
유응준 지음 / 모티브 / 2026년 2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바야흐로 AI 시대가 도래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 이전에 메타버스 시대를 예측한 사람들이 많았다. 세계적인 대기업인 페이스북은 그 사명을 메타로 바꿀 정도의 광풍이 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기업도 메타버스를 언급하지 않는다. 메타버스보다 산업 전체를 바꿀 기술로 AI가 대세이기 때문이다.
PC 시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체제 안에서 구현되는 수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탄생했다. 인터넷 시대에는 구글과 아마존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성장했다. 모바일 시대에는 애플과 구글의 스마트 플랫폼을 활용하는 앱 생태계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플랫폼을 만든 기업들도 돈을 벌었지만 그 플랫폼을 활용해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도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이제는 본격적인 AI 시대에 AI를 활용한 다양한 산업들이 성장하고, 새로운 부자들이 탄생할 것이다. AI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회사가 바로 엔비디아이다. 필자는 엔비디아 코리아 사장을 하면서 느낀 엔비디아 기업의 이념, 가치, 그리고 비전을 책에 담았다. 특히 젠슨 황의 남다른 도전과 통찰력에 감탄한다. 과거 게임용 그래픽 칩을 만드는 작은 회사에서도 젠슨 황은 더 큰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젠슨 황을 처음 만난 회의에서도 그는 회사의 단순한 실적보고가 아닌 향후 10년을 설계하는 전략을 보았다. 회사의 실적, 점유율보다는 회사가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산업의 진화방향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회의였다. 또한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의 기업, 산업 생태계까지 세세하게 이해하고 있는 전략가의 면모도 보였다.

특히 AI 시대의 중심에 선 엔비디아를 만든 젠슨 황의 30년 발자취 중 가장 압권은 기술적인 해자를 만든 것이다. 20년 동안 전혀 흔들리지 않고, 경쟁업체들도 감히 따라올 수 없는 기술적 해자를 만든 과정은 젠슨 황의 고집이 만들어낸 최고의 가치라 할 수 있다.
2006년에 내놓은 CUDA가 그 대표적인 선택이었다. 당시로서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으며 무모한 투자처럼 보였지만 향후 데이터를 대량으로 처리해야 하는 시장이 올 것이라는 판단에 젠슨 황은 이를 밀어 붙였다. GPU가 데이터 처리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그의 믿음은 AI 시대를 예견했던 것은 아닐까?
2012년 이후 GPU 컴퓨팅의 중요성이 알려지고 많은 회사들이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이미 CUDA를 통해 조용히 실력을 쌓아온 엔비디아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이미 수많은 라이브러리, 프레임워크, 개발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는 엔비디아의 독보적인 생태계를 복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엔비디아만의 해자는 구축되었고, 지금은 미국 최고의 기업이라 불릴 정도로 성장하였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때 미래의 발전 방향을 미리 읽고, 믿고 투자하는 뚝심, 바로 그것이 젠슨 황의 선견지명이다. 당시로서는 수익성도 없고 다들 꺼려하는 CUDA를 오래도록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든 젠슨 황의 투지가 없었다면 오늘날 엔비디아도 없었을 것이다. 엔비디아의 이런 숨겨진 히스토리는 잘 몰랐을 때는 엔비디아가 어떻게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준비를 한 이유에 기인한 것이었다.
필자는 이렇게 이미 거대한 기업이 된 엔비디아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올라타라고 말한다. 엔비디아가 만든 생태계에 올라타서 엔비디아를 성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라고 말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실제로 부를 만든 사람들은 기존의 플랫폼 거대기업을 상대로 경쟁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이 만든 것을 수단으로 이용한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