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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 ㅣ 세계철학전집 7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20세기 철학의 방향을 가장 획기적으로 바꾼 철학자라는 칭송을 받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아직 철학책을 읽을 정도의 내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마침 모티브가 기획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세계철학전집>의 비트겐슈타인편을 만나서 도전하기로 했다.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그는 언어와 세계, 그리고 사고의 관계를 근본부터 다시 정립하였다.
철학 분야가 어렵고 이해가 잘 안되는 이유가 체계에 집중하여 사유를 위한 사유에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읽다보면 머리 속이 멍해지거나 다시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인생에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 다루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철학의 논리와 언어의 한계를 탐구하고, 살아있는 언어의 사용에 주목했다.
이 책의 효용은 그가 말한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라는 문장에 함축되어 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들이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말이다. 내가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긍정적인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갈 것이다. 내가 스스로를 제한하는 말을 사용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지 않고, 매번 제한에 걸릴 것이다. 내가 가진 것에 한정하는 언어 습관을 가지면, 결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은 영원히 가지지 못할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인간의 언어와 사고, 그리고 세계의 관계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미쳐, 태도를 바꾸어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굳이 설명하려하기보다 왜 문제가 문제로 인식되는지를 밝히려고 했다. 가끔은 지금까지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이 더 이상 진리가 아니거나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도 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나의 생각에 큰 돌을 던진다.

비트겐슈타인은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다. 문제가 왜 문제로 인식되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사람들은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그 문제에 천착하여 해결하고자 애를 쓴다. 문제가 왜 문제로 인식되는지는 묻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을 찾으려고 그 문제에 더 빠져든다. 이렇게 집착하다보면 전체 그림을 놓치고 부분적인 문제만 파고드는 실수를 하게 된다.
비트겐슈타인은 문제를 문제로만 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문제를 회피하라는 말이 아니다. 문제 자체에 집착할수록 문제는 더 복잡해 보이고 그 복잡함에 압도되어 제대로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일단 문제 상황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한 걸음 물러서 있을 때 오히려 해결책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매번 지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지각하는 문제에 집착하면 진짜 이유를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각하는 것을 문제삼아 지적을 할 수도 있지만 좀더 자유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 원인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집 안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거나 개인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또는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큰 시야를 가지면 문제는 더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언어와 사고에 대한 그의 생각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0세기의 천재 철학자로 불리는 그의 생각을 제대로 읽을 기회를 생각하면서 스스로의 언어 습관을 반성해본다.